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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Strok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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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기억도 가물가물 한 약 5년 전이었을 것이다. 당시 고3 수험생이었던 나는 대학교 수시 면접 준비를 위해 기차를 타고 홀로 서울로 올라가고 있었다. ‘음악을 들으려면 한곡만 듣지 말고 그 곡이 수록되어 있는 앨범을 들어라’라는 아버지의 교육지침(?)에 따라 난 MP3플레이어 대신 CD플레이어를 손에 들고 있었다. 아버지께서는 그런 나를 위해 내가 듣고 싶어 한 모든 앨범을 사주셨고 그 앨범들과 함께 나는 서울로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서울로 가는 기차 안에서 이 앨범을 처음 만났다. 다른 무엇보다 지금까지 생생하게 기억나는 것은 그날의 날씨가 매우 흐렸다는 것이다. 이 앨범은 그날의 날씨와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특히 1번 트랙인 ‘Somewhere only we know'는 당장 비가 쏟아져도 아무런 이질감이 없을 것 같은 당시의 날씨에서 영감을 받고 만든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당시의 까만 하늘과 기가 막힌 조화를 이루었다. 게다가 당시 나의 상황과도 절묘하게 맞아떨어져서 서울로 가는 3시간의 여정동안 계속해서 반복재생을 했던 기억도 난다. ‘I walk across an empty land (중략), and I need something to rely on’과 같은 가사는 혈혈단신 혼자 서울로 향하는 나의 마음을 울렸다. 말 그대로 3박자가 고루 맞아 떨어졌다.

이 앨범은 나에게 그런 앨범이다. 언제 들어도 그때의 감정과 날씨, 분위기를 고스란히 안겨줄 수 있는 앨범. 비오는 날 들으면 가장 좋은 앨범. 비가 오는 습한 숲의 한가운데서 거닐고 있는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음악. 록밴드의 기본이자 뼈대인 기타를 과감하게 배제시키고 그 자리를 피아노로 대체해서 그런지 더욱 감성적이고 듣기 편안하다. 위대한 악기는 시대가 흘러도 그 감동은 여전한 듯하다. 6년간 친 피아노를 손에서 놓은 지 꽤나 오래 됐지만 이 앨범을 들을 때면 내 손은 피아노의 멜로디를 따라가고있다. 언제 어떻게 시작했는지도 정확히 기억이 안 나는 그 악기를 상기시킨다는 건 이 앨범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것의 방증이고 또한 그 악기가 내 인생에 있어서 꽤나 큰 비중을 차지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은 건반에 얹어줘도 움직일 생각을 않는 아둔한 손이지만 그 언젠가처럼 자유롭게 피아노 위를 춤추고 다니던 내 손을 꿈꾼다.

음악의 힘은, 특히 내가 열렬히 사랑하는 음악의 힘은 실로 말할 수 없을 만큼 위대하다. 2009년 이들이 내한공연을 왔을 당시 난 지독한 몸살에 걸려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가 힘들었다. 간신히 공연장을 찾긴 했지만 그토록 원하던 밴드가 조금 있으면 내 눈앞에 나타나는 그 순간에도 난 자리에 주저앉아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꿈에 그리던 그들이, 지금의 나를 있게 만든 그들이 내 눈 앞에 나타나서 연주를 시작하자 난 마치 전력 공급 받은 컴퓨터처럼 벌떡 일어나 방방 뛰었고 목이 터져라 노래를 따라 불렀다. 지금 생각해봐도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나조차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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