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teDwarf

블로그 이미지
안녕
by TheStrokes
  • Total hit
  • Today hit
  • Yesterday hit

 

대한민국의 1970년대는 격동의 시기였다. 쿠데타로 시작된 유신정권은 정권의 정당성 논의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정부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개발과 발전이라는 출구전략을 택했다. 일단 경제를 발전시켜놓으면 정당성의 문제를 덮을 수 있다고 생각했나보다. 그들은 개발이라는 명목 하에 대중을 옥죄었다. 국가보안법과 함께 등장한 공연윤리위원회는 가요계의 표현의 자유와 창의성을 가로막았다. 이후 잇따른 금지곡의 발표와 대중음악 제재 정책은 한국 대중음악이 성장할 자양분을 앗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1975년에는 대중가수들의 대마초 흡연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른바 ‘대마초 파동’이 터지고 만다. 안 그래도 억눌려있던 가요계는 다수의 뮤지션들의 구속과 함께 빛을 잃어갔다. 하지만 황폐화 된 땅에도 비는 내린다 했던가? 한국가요계에 1977년, ‘산울림’이라는 삼형제로 구성 된 단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맑은 감수성과 실험적인 사운드를 통해 칙칙했던 가요계를 정화하기 시작했다. 기존의 가수들이 정부 비판과 저항이라는 코드를 주로 사용했다면 산울림은 재미와 활기라는 코드를 내세웠던 것이다. 첫 곡부터 신이난다. ‘아니 벌써~ 해가 솟았나? 창문 밖에 훤하게 밝았네~’하는 장난기 가득한 가사와 재기발랄한 사운드는 대중들이나 정부 모두에게 충격(서로 다른 의미의 충격이지만)으로 다가왔다. 순응적인 태도를 강요했던 유신정권은 이들을 가로막을 근거와 이유를 찾지 못했다. 결국 큰 반향을 일으킨 그들의 데뷔 앨범은 이례적인 대성공을 거두었다.

산울림의 리더 김창완은 감수성이 남다른 인물이다. 일반적으로 눈 내린 겨울 산을 보면 사람들은 ‘와 정말 아름답다.’라는 감탄을 내뱉는다. 하지만 김창완은 ‘아 저 산에 있는 사슴들은 얼마나 추울까?’하는 걱정을 한다고 한다. 이런 그의 감수성은 앨범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옛날 사람들의 표현력과 어휘사용에 감탄하고 이게 정말 40년 전 음반인가 싶을 정도로 세련된 사운드에 놀란다. 특히 두 번째 트랙인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거야’는 문학작품이라 해도 믿을 만큼 시적인 가사와, 기타 코드의 진행과 함께 흐르는 피아노 반주가 어우러져 환상적인 하모니를 만들어낸다. 이 곡과 함께 앨범의 양대 산맥인 마지막 트랙 ‘청자’는 민요 아리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은 물론 그 전통에 굵직한 연장선을 그은 위대한 곡이다.

이 앨범은 나의 ‘옛날 음악은 촌스럽다’는 고정관념을 산산조각 낸 앨범이자 내가 밴드 음악에 빠지게 만든 커다란 의미를 지닌 앨범이다. 이 앨범으로 인해 록음악을 알게 됐고 현대의 대중가요가 아닌 구세대의 대중가요를 듣기 시작했다. 나의 음악감상의 노선을 확 틀어버린 이 앨범 덕분에 나의 가치관 역시 큰 영향을 받았음은 말 할 필요도 없다. 아버지의 앨범 진열장에 놓여있던 작은 CD한장이 내 눈에 띈 순간 내 인생의 변화는 시작되었다.

 

' > Music' 카테고리의 다른 글

Pink Floyd - The Dark Side Of The Moon (1973)  (0) 2014.07.09
Keane - Hopes And Fears (2004)  (0) 2014.07.09
언니네이발관 - 가장 보통의 존재 (2008)  (2) 2014.07.09
Mew - Frengers (2003)  (0) 2014.07.09
G-Dragon - 그 XX  (0) 2012.09.24
AND

ARTICLE CATEGORY

WhiteDwarf (770)
(130)
(75)
(420)
그림 (4)
2010년 여름 (11)
자료저장소 (77)
기타 미완성 (0)
조혈모세포(골수)기증 (12)
로씨야 여행 (14)
A (0)

RECENT ARTICLE

RECENT TRACKBACK

CALENDAR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