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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w - Frengers 2XLP

 

뮤(Mew)의 음악은 시리다. 찬바람이 불 때가 아닌 거센 눈발이 날릴 때가 생각난다. 버스커버스커의 데뷔앨범은 우리로 하여금 벚꽃이 흩날리는 봄의 한 가운데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너무나도 달콤하고 따스하다. 반면 뮤의 앨범을 들었을 때 우린 변화 무쌍한 유럽의 흐린 하늘 아래의 눈보라치는 넓은 광야 한가운데 홀로 서있는 느낌을 받는다. 굉장히 시리고 슬프다. 아무리 전기장판과 보일러로 따뜻하게 덥혀진 방안이라 하더라도 뮤의 음악을 재생하는 순간 그곳은 더 이상 따스한 공간이 아니다.

둔탁한 드럼과 강렬한 베이스기타, 혼란스러운 기타리프 등은 물론이고 눈물날 정도로 시린 가사, 이 모두는 앨범의 전체적인 테마를 이끌어나가는 중요한 요소들이다. I'll found you somewhere, show you how much I care. No that there is no escape from my snow brigade. 잔잔한 통기타 소리조차 이들의 소리를 빌리면 한없이 차가워지고 날카로워진다. 노래의 기승전결 따위는 상관없다. 그 누구라 할지라도 듣다보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이 바로 뮤의 차가운 따스함이다. 앨범 감상을 위해 방안 불을 모두 끄고 헤드셋을 쓴다. CD를 재생시키고 눈을 감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갈비뼈 사이의 깊은 곳 어딘가에서 알 수 없는 뭉클한 것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몸과 마음의 변화는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45분 내내 나의 마음은 아려온다. 내 가슴을 후벼 파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그것은 오래 전 떠나간 연인이나 가족도 아니고 미래에 대한 고민과 걱정도, 지난날에 대한 후회도 아니다. 그것은 그저 뮤의 음악 자체이다.

러닝타임의 약 3분의 2가 지났을 때 쯤이면 대체 이들 음악의 무엇이 이토록 나를 울컥하게 만드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조금은 짜증섞인 한숨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곧 다시 그들에게 항복하고 나를 놓아버린다. 청자의 항복을 받아낸 그들은 ‘이제 그만 할게. 미안해’라며 우릴 따스하게 보듬는 듯한 분위기를 내비친다. 하지만 앨범의 극후반으로 치닫자 다시 본색을 드러낸다. 모든 것이 무장해제 되고 더 이상 저항 의지가 없는 상태의 청자에게 긴장과 경계심마저 풀게 한 뮤는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시린 아름다움으로 청자를 극한의 슬픔으로 몰아간다. 그리고 이 친밀하면서도 낯선 이(이 앨범의 제목인 Frengers는 Friend와 Stranger의 합성어이다.)는 외로움과 시림, 슬픔, 고독의 끝이자 종착역인 ‘우주’로 우리를 날려버린다. 그 끝은 마치 광활한 우주 공간을 홀로 쓸쓸히 부유하고 있는 보이저 1호의 심정을 고스란히 담은 듯 한 ‘Comforting Sounds’란 곡이다. 사람이 극한의 외로움과 쓸쓸함, 슬픔에 빠지면 더 이상 세상에 대한 미련이나 집착이 없는 편안한(Comforting) 상태가 된다. 그렇게 뮤는 우리를 편안하게 잠재운다.

이 앨범의 종착역인 Comforting이 의미하는 것이 행복이든 죽음이든 상관없다. Frengers는 존재 자체로 아름다운 앨범이다. Frengers는 존재 자체로 차가운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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