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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by TheStrok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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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가 겸 박물관을 나와 '죄와 벌' 실제 배경이 됐던 집으로 향한다. 몇 걸음 안 가면 도스토예프스키 동상이 있다.

짠. 

일단 절부터 한번 올리고 근처에서 꽃을 사서 바쳤다. 벽안의 덩치들은 대체 쟤가 왜 저러는지 모르는 눈치다.

도선생과 함께. 마치 '이건 뭐하는 새끼지' 하고 내려다보시는 듯하다.

너무 목이 말라서 저기 보이는 COFFEESHOP COMPANY라는 카페에 들렀다. 이제 보니 '커피샵 컴퍼니'라니 뭔가 어색한 상호명이다. 아이스아메리카노가 매우 땡겼지만 여긴 그딴 거 없다! 이 사람들한테 아메리카노는 무조건 따뜻한 음료다. 하는 수 없이 에스프레소를 시키고 얼음 왕창 달라고 해서 직접 제조해먹었다. 직원들이 신기하게 보면서 '굿?' 묻고 나는 '굿!' 대답한다.

다시 만난 네바 강. 평화롭다~

다리 난간에서 한 청년이 이어폰을 귀에 꽂고 무언가를 노트에 열심히 적고 있다. 쇼미더머니 나가려나?

유유히 떠가는 보트를 향해 손을 흔들면 화답해준다.

벽에 갇힌 도스토예프스키. 이 앞에서 박물관에서 본 현지 학생들을 마주쳤다. 나와 동선이 같은가보다. 나중에 또 만났을 때는 옆을 스쳐가면서 까르르 웃어댄다.

'죄와 벌' 실제 배경인 건물에 도착. 길을 제대로 몰라서 한참 돌았다. 사람이 살고 있는 거주지라 막 유명 관광명소 느낌은 아니다. 정확한 주소도 없다. 그냥 수많은 건물 중 하나다. 여기까지 왔는데 뭐라도 해야했지만 도저히 할 게 없었다. 아래 구멍가게에서 코카콜라를 사와서 라스콜리니코프를 위한 담배나 몇 대 태우고 발걸음을 돌렸다.

어디서 주웠는지 모를 상트페테르부르크 관광지도. 요놈 덕을 크게 봤다.

성 니콜라스 해군 대성당이다. 업무차 들른 듯한 동양인 아저씨가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처음 마주친 동양인이다. 게다가 일본어다!! 말을 걸고 싶었으나 아직 그정도 실력은 안되어 패스. 이쯤되니 까만 머리에 까만 눈이면 무조건 반가워진다 ㅋㅋ 신기하네.

대성당 근처의 공원에서 노파와 손주의 즐거운 한때. 

-할머니! 저기 이상하게 생긴 놈이 사진 찍어요!

-야, 야, 손이나 씻어.

저 꼬맹이가 흙을 갖고 놀다가 손을 더럽혀서 분수대에 씻는 모습이다.

이 도시는 곳곳에 공원이 매우 많다. 사방팔방이 다 공원이여 아주. 시민들은 언제든 가서 앉아 쉬거나 책을 읽는다. 서울시장 나으리가 유럽 여행 중 공원에 삘 받아서 서울 도로를 죄다 밀어버린다는 소릴 들었다. 덕분에 차량 정체가 눈에 보일 지경이다.

벤치에 앉아 쉬는데 어떤 아저씨가 다가와서 불 좀 빌리자고 한다. 난 예비용 라이터를 하나씩 꼭 챙겨다니기 때문에 그냥 라이터를 드렸더니 일행인 듯한 아주머니와 함께 '갓 블레스 유'하고 연신 감사를 표한다. 뭘 신의 축복까지야.

마린스키 극장. 러시아 월드컵을 대비해 새단장 중이다.

어딘지 까먹었다. 꼭 한번 들어가보고 싶었는데 개장 시간이 지나서 실패다. 여기저기 온통 박물관, 유적이 널려있다.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정말 역사가 살아숨쉬는 도시다. 그렇게 전쟁을 많이 겪었으면서 어찌 이리 잘 보존되어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본토가 먹힌 적이 없어서 그런가.

근처 공원. 목말라서 물을 계속 들이켰더니 방광이 살려달라고 아우성을 쳤다. 무료 화장실 찾다가 도저히 안되겠어서 600원을 내고 공원 화장실을 사용했다. 휴.... 다리도 방광 못지 않게 휴식을 요구했다. 돌이켜보니 오늘 아침 모스크바 출발하여 여기까지 쉬지 않고 걸었다. 피곤할만도 하..

..긴 지랄 닥치고 걸어라. 걸을수록 볼지어다. 공원 바로 옆에 이런 거대한 광장이 있다. 진짜 조온나 크다. 건물도 말도 안되게 길다. 저런 건 건물 주가 한 명이 아니겠지?

영상 왼쪽의 에메랄드 빛 건물이 세계 3대 미술관인 에르미타주 미술관이다.

여유 그 자체다. 러시아 사람이 연주하는 러시아 풍 록음악, 거기 맞춰 춤추는 사람들, 적당한 조도의 태양빛, 따끈한 돌바닥, 탁 트인 광장. 모든 사념을 잊기에 충분하다. 그냥 누워서 낮잠이나 늘어지게 한숨 자고 싶구나.

러시아 출발 전만해도 치안이 걱정돼서 잠을 설쳤다. 소매치기 조심하라, 경찰도 믿지 말라 등등 온갖 무서운 얘긴 다 주워들었다. 할 만한 걱정이 아니었다. 러시아는 친절한 시민들과 믿음직한 경찰, 뭐라도 어떻게 돕고 싶어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길을 몰라 두리번 거리고 있으면 누군가와는 꼭 눈이 마주친다. 그 사람한테 다가가서 '여기 어떻게 가는 지 아냐?' 물어보면 '내가 임마 너 그럴 줄 알았다!' 웃으며 손짓 발짓 더해가며 알려준다. 도저히 못 알아듣는 눈치면 '같이 가자!' 까딱 고개짓 하며 직접 데려다준다. 안 물어보면 절대 먼저 다가오지 않는다. 단 말 거는 순간 오롯이 내 편이 된다. 한번 도운 사람은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마인드다. 물론 표정은 좀 무섭다. 러시아 사람들은 웃질 않는다. 쉬운 사람처럼 비쳐서 무시당한다고 한다. 그래도 속마음은 누구보다 따뜻하니 겁내지 말길. 내가 운이 억세게 좋은 케이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걱정은 사서 할 필요 없다.

식당 가는 길에 만난 거리의 악단. 뭔가 열심히는 하는데 음정 박자가 개판 오분전이다. 합주 연습을 전혀 안하나보다. 자신감이 아주 대단한 친구들이다.

원래 이 식당을 가려 했다. 네이버 블로그에 후기가 많아서. 양꼬치 구이인 샤슬릭과 러시아 식 만두를 너무 먹고 싶었어... 근데 빈자리가 없단다! 맛집인가보구나. 내일로 기약한다.

조금 걸어서 여기로 선택했다. 이것도 사진을 못 찍어서 구글맵의 힘을 빌린다. 약간 고급뷔페 식이다. 요리사들이 매장 여기저기서 화려한 스킬을 선보이며 음식을 만들고 있다. 맘에 드는 음식을 골라 접시에 담은 후 한꺼번에 계산하면 된다. 카운터가 안 보여서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옆에 서있던 아저씨가 손가락으로 가리켜줬다. '스파시바!' 하니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면서 따봉 해준다.

배가 고파서 아주 달게 먹었다. 감자, 고기에 맥주까지 곁들여가면서 말이다. 정신 없이 흡입하느라 사진따위 없다.

숙소 가는 길에 고골 아재를 봤다. 작가는 작품 따라가나, 동상 포즈가 익살스럽다. 한창 감상 중에 어디선가 익숙한 언어가 들린다. 한국어다!! 엄마 아빠 딸로 보이는 한 가족이 고골 동상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웃고 있었다 딸이 딱 내 또래인 걸 보면 부모님 연배도 비슷해보인다. 와 정말 너무 부러웠다. 나도 가족끼리 같이 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내가 대책없이 3일 뒤 뜨는 비행기 표를 끊는 바람에 상의고 함께고 못했다. 여행 내내 이 좋은 걸 나만 먹고 나만 보고 나만 느끼는 게 아쉬웠다. 가슴 한켠에 계속 가족이 걸린다. 나중에 무조건 다 모시고 오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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