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작품을 죄다 읽고 너무 큰 감동을 받았다. 이런 사람하고 동시대에 같은 나라에 산다는 건 영광이고 다행이다. 안되겠다. 한번 용안을 영접해야겠다 싶어 무작정 인터넷을 검색했다. 그리고 밑도 끝도 없이 무작정 두 시간 거리를 달렸다. 그 광채를 접하는 순간 두 무릎은 자연스레 땅에 닿고 두 손은 이마와 마주했다. 그렇게 세 시간 대화를 나눴다. 작품 세계와 연재 중인 소설 얘기부터 살아온 여정, 정치문화적 유폐에 대한 소회까지. 예의도 없이 불쑥 찾아온 치기어린 어린양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서스럼 없이 풀어주시니 또 한번 감개무량이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자꾸만 기억력에 감퇴가 온다는 소릴 들었을 땐 가슴이 먹먹할 따름이었다. 나의 영웅이 내 인생 최고의 작가가 스러져가는 모습에 억장이 무너진다. 하늘은 왜 이문열을 낳고 생명에 유한성을 뒀는가. 하지만 그 역시 위인의, 아니 한 인간의 자연스런 일부가 아닌지.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답디다. 본인은 자꾸만 요즘 세대와 단절되어가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지만, 요즘 세대인 내가 그의 글을 읽고 백릿길을 달려온 걸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듯하다. 설령 그가 도저히 펜을 들 수 없는 날이 와도 나는 언제까지나 그의 걸작을 읽고 또 읽어 외워낼 것이다. 나는 이문열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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