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는 돈, 하나는 책
내 돈 주고 내가 골라서 내가 산 책인데 내가 빌려주기 싫다고 해서 왜 내가 치사하다는 소리를 들어야하지
너 내가 저 책들을 어떻게 모은 줄은 알아? 저 책 하나하나에 어떤 얘기가 담겨있는지 저거 하나 사려고 어떤 지랄을 했는지 아냐고.
어지간하면 집에 아무도 안 들이려고 한다. 심지어 동생이나 부모님조차 서울 왔을 때 내 방이 아닌 고시원, 친척집에서 자게 했다. 누군가 내 공간에 침투해서 활보하는 걸 굉장히 싫어한다. 그 공간에 가만 있으면 신경 안 쓰지. 문제는 누군가든 방의 구조에 대해 왈가왈부하고 청소가 안된 곳을 치우려하고 각종 집기, 물건을 자기 멋대로 이동시킨다. 정리라는 명목하에. 그래서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절대 집에 안 들인다. 하지만 인간이 살다보면 어쩔 수 없는 경우란 게 생기지 않는가. 앞서 말한 저런 이유 때문에 친구들한테 야박하다 소리를 몇번 들었다. 부산에서 나 하나 보겠다고 온 친구를 찜질방에서 재우고 나서부터다. 5년만에 본 대학 동기와 코가 삐뚤어지게 술을 먹고 그대로 기차 태워 4시간 걸리는 길을 버스태워 보내고 나서부터다. 이 두 경우를 겪고 마음이 너무 아파서, 미안해서 자취방 입성을 느슨하게 했다. 친구들을 조금씩 방에 들인 것. 이게 문제였다. 마음 약해지면 안됐다. 방에 온 모든 사람들의 첫마디가 '와 책 진짜 많다'다. 그것도 죄다 소설이나 에세이가 아니라 철학 정치 경제 역사책이니 양에 한번 질에 한번 놀란다. 우리나라엔 절판된 양서들이 많다. 사람들의 관심을 못 받아서다. 번역계의 한계탓인지 아직 번역 안된 고전도 널렸다. 된 것들 중에서도 중역 오역이 많다. 이렇게 구하기 어려운 책들을 헌책방과 인터넷 중고서점 뒤져가며 책장에 차곡차곡 쌓아놨다. 보는 사람들은 그 가치를 안다. 구하기 어려운 책이란 것도 안다. 그래서 빌려달라는 거다. 사실 난 읽어본 책만 산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후 또 읽고 싶은 책을 산다. 모서리를 살짝 접은 페이지가 10 페이지 이상, 인상깊어서 노트에 메모한 문장이 20개 이상일 때 산다. 정말 엄선하고 추려서 구매한다는 소리다. 손님들도 그걸 아는지, 좋은 책이 눈에 띄니 빌려달란다. 처음엔 몇 번 빌려줬다. 근데 돌려주질 않는다. 이상하게 빌려준 책은 돌아오는 꼴을 못 본다. 왜 이러지. 우리나라엔 책도둑은 도둑도 아니라는 개소리가 있다. 못 먹고 못 살아서 지식을 습득할 데가 없었을 때 얘기지, 지금은 아니다. 정말 말같지도 않은 소리다. 빌려줬던 책이 돌아오는 경우는 열에 한둘이다. 그마저 빌려줬던 때 상태 그대로였던 적은 단 한번도 없다. 죄다 어디가 찢어졌거나 울어있거나 구겨져있다. 그럴 때마다 내 가슴은 미어진다. 빌린 책을 안 돌려주는 이유는 단순하다. 다 못 읽어서. 지가 다 못 읽어서 못 돌려준댄다. 이게 말이여 막걸리여. 내 입장에선 10년이고 20년이고 다 읽을 때까지 기다리란 소리로 들려서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이렇게 몇 번 데인 후론 책을 절대 안 빌려준다. 아니, 애초에 사람을 더더욱 집에 안 들인다. 누군가는 얘기한다. 너무 치사한 거 아니냐고. 그거 좀 빌려주면 어디 덧나냐고. 난 다른 사람들이랑 달라서 진짜 깨끗하게 보고 돌려줄 자신 있다고. 미안하지만 내게 책 빌려간 모든 사람들이 다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내 돈 주고 내가 골라서 내가 산 책인데 내가 빌려주기 싫다고 해서 왜 내가 치사하다는 소릴 들어야지? 얼마 하지도 않는 책이면 돈 주고 사 읽든지, 귀한 책이면 안 빌려주는 이유를 좀 깨닫든지.
여러분, 제발 생각이란 걸 좀 하고 삽시다.
내 돈 주고 내가 골라서 내가 산 책인데 내가 빌려주기 싫다고 해서 왜 내가 치사하다는 소리를 들어야하지
너 내가 저 책들을 어떻게 모은 줄은 알아? 저 책 하나하나에 어떤 얘기가 담겨있는지 저거 하나 사려고 어떤 지랄을 했는지 아냐고.
어지간하면 집에 아무도 안 들이려고 한다. 심지어 동생이나 부모님조차 서울 왔을 때 내 방이 아닌 고시원, 친척집에서 자게 했다. 누군가 내 공간에 침투해서 활보하는 걸 굉장히 싫어한다. 그 공간에 가만 있으면 신경 안 쓰지. 문제는 누군가든 방의 구조에 대해 왈가왈부하고 청소가 안된 곳을 치우려하고 각종 집기, 물건을 자기 멋대로 이동시킨다. 정리라는 명목하에. 그래서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절대 집에 안 들인다. 하지만 인간이 살다보면 어쩔 수 없는 경우란 게 생기지 않는가. 앞서 말한 저런 이유 때문에 친구들한테 야박하다 소리를 몇번 들었다. 부산에서 나 하나 보겠다고 온 친구를 찜질방에서 재우고 나서부터다. 5년만에 본 대학 동기와 코가 삐뚤어지게 술을 먹고 그대로 기차 태워 4시간 걸리는 길을 버스태워 보내고 나서부터다. 이 두 경우를 겪고 마음이 너무 아파서, 미안해서 자취방 입성을 느슨하게 했다. 친구들을 조금씩 방에 들인 것. 이게 문제였다. 마음 약해지면 안됐다. 방에 온 모든 사람들의 첫마디가 '와 책 진짜 많다'다. 그것도 죄다 소설이나 에세이가 아니라 철학 정치 경제 역사책이니 양에 한번 질에 한번 놀란다. 우리나라엔 절판된 양서들이 많다. 사람들의 관심을 못 받아서다. 번역계의 한계탓인지 아직 번역 안된 고전도 널렸다. 된 것들 중에서도 중역 오역이 많다. 이렇게 구하기 어려운 책들을 헌책방과 인터넷 중고서점 뒤져가며 책장에 차곡차곡 쌓아놨다. 보는 사람들은 그 가치를 안다. 구하기 어려운 책이란 것도 안다. 그래서 빌려달라는 거다. 사실 난 읽어본 책만 산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후 또 읽고 싶은 책을 산다. 모서리를 살짝 접은 페이지가 10 페이지 이상, 인상깊어서 노트에 메모한 문장이 20개 이상일 때 산다. 정말 엄선하고 추려서 구매한다는 소리다. 손님들도 그걸 아는지, 좋은 책이 눈에 띄니 빌려달란다. 처음엔 몇 번 빌려줬다. 근데 돌려주질 않는다. 이상하게 빌려준 책은 돌아오는 꼴을 못 본다. 왜 이러지. 우리나라엔 책도둑은 도둑도 아니라는 개소리가 있다. 못 먹고 못 살아서 지식을 습득할 데가 없었을 때 얘기지, 지금은 아니다. 정말 말같지도 않은 소리다. 빌려줬던 책이 돌아오는 경우는 열에 한둘이다. 그마저 빌려줬던 때 상태 그대로였던 적은 단 한번도 없다. 죄다 어디가 찢어졌거나 울어있거나 구겨져있다. 그럴 때마다 내 가슴은 미어진다. 빌린 책을 안 돌려주는 이유는 단순하다. 다 못 읽어서. 지가 다 못 읽어서 못 돌려준댄다. 이게 말이여 막걸리여. 내 입장에선 10년이고 20년이고 다 읽을 때까지 기다리란 소리로 들려서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이렇게 몇 번 데인 후론 책을 절대 안 빌려준다. 아니, 애초에 사람을 더더욱 집에 안 들인다. 누군가는 얘기한다. 너무 치사한 거 아니냐고. 그거 좀 빌려주면 어디 덧나냐고. 난 다른 사람들이랑 달라서 진짜 깨끗하게 보고 돌려줄 자신 있다고. 미안하지만 내게 책 빌려간 모든 사람들이 다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내 돈 주고 내가 골라서 내가 산 책인데 내가 빌려주기 싫다고 해서 왜 내가 치사하다는 소릴 들어야지? 얼마 하지도 않는 책이면 돈 주고 사 읽든지, 귀한 책이면 안 빌려주는 이유를 좀 깨닫든지.
여러분, 제발 생각이란 걸 좀 하고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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