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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Strok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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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스모킹스

-담배피는 인간


1.1 들어가며

-비합리적인 인간

인간은 비합리적인 존재다. 자기 나름대로는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고 착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우리의 삶은 비합리적 선택으로 둘러싸여있다. 어찌 보면 인간의 탄생부터가 비합리적이다. 아이의 잉태부터 출산에 이르는 순간까지 임산부는 신체, 정신적으로 극도의 조심성을 보여야한다. 함부로 일을 하거나 돌아다니지도 못한다. 10개월에 가까운 긴 시간동안 뱃속에 있던 태아가 모체로부터 분리될 때 산모는 극심한 고통을 겪는다. 모든 인간은 자신의 어머니에게 형언할 수 없는 아픔을 안겨줘야만 세상의 빛을 볼 수 있다. 분만실에서 산통을 겪는 산모는 내가 대체 왜 이 아픈 경험을 해야하냐고 울부짖으며, 출산이 임박할수록 남편의 머리카락은 쥐어뜯겨 날아가기 바쁘다. 남편은 자신의 반려자가 그런 고통을 겪는 것이 모두 자신의 탓인 양 머리를 조아린다.

 이 쯤 되면 그냥 안낳는 게 속편하고 마음 편하다. ‘아프긴 더럽게 아팠는데 낳아놓은 걸 보니 솔직히 감자 같이 생겼더라며 내가 태어난 순간을 회상하는 우리 어머니의 말대로 극심한 고통의 결과물은 그다지 유쾌한 모양새를 띄지 않는다. 그럼에도 부모들은 아이를 잉태하고 낳길 주저하지 않는다. 신체의 고통을 기꺼이 감내할만큼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태어났다고 부모의 고난이 끝난 것은 아니다. 아니, 이제부터 시작이다. 애는 툭하면 울고 어디 아프진 않을까 노심초사 심장을 졸이게 하기 일쑤다. 분유값, 기저귀값은 물론이요 조금만 커도 장난감을 사달라 투정부린다. 머리가 굵어진 후에는 부모에게 바락바락 대들고 학원비, 책값, 등록금 등을 요구한다. 돈 먹는 귀신이 따로 없다. 저출산과 취업 등의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 우리나라의 30대를 분석한 책 이케아세대, 그들의 역습이 시작됐다에 따르면 아이 한 명을 양육하는 데는 3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비용이 필요하다. 하지만 부모에게 아이를 키우는 것은 돈의 문제로 재단할 사안이 아니다. 육아와 양육을 통해 얻는 기쁨과 행복감이 3억원이라는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간은 시작부터 비합리적인 존재다. 태어나길 그렇게 태어났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일생동안 계속해서 비합리적인 선택을 반복한다. 학창시절 공부하면서 얻는 스트레스와 짜증이라는 건강의 적은 미래를 위한 자양분이 되기에 묵묵히 감내해나간다. 연애를 하고 친구를 사귀는 것 역시 돈이라는 경제적 요소와 시간이라는 개인의 자산에 타격을 주지만, 그 타격보다는 정신의 만족이라는 이득이 더 크기에 기꺼이 수용한다. 성인이 되어서 허구헛날 부어대는 술은 돈을 축내고 몸을 망가뜨리지만 그로인해 얻어지는 정신적 만족감이 덕분에 지구상에 인간이 존재하는 한 알콜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쯤 되면 (조금 강하게 말해서) ‘이론이나 이치에 합당한. 또는 그런 것이라는 뜻을 지닌 합리라는 단어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유토피아와 같은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은 이론이나 이치에 합당하지 않은 행위를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는 듯하니까. 일상적인 또는 사전적인 사용법으로 합리적이란 말은 이성적, 논리적, 손익계산의 교묘함 등을 뜻하지만, 경제학에서는 합리성이라는 말에 상당히 한정적인 의미를 부여한다.

 인간은 합리적 선택을 하는 존재가 아니다. ‘은 세상을 구성하는 수많은 요소 중 하나일 뿐이며 이는 그다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돈보다는 행복과 만족이라는 쾌락이 의사결정에 훨씬 큰 영향을 미친다. 우리들의 심적 장치는 불쾌를 피하고 쾌감을 얻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자동적으로 쾌감원칙에 의해 규제되어 있는 것처럼 생각된다.

 전술한 사항들을 본다면 우리가 담배를 피우는 이유도 명확해진다. 흡연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과 건강손실보다는 정신적 만족감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인간은 행복을 우선시 하는 동물이다. 이는 인간의 오래된 본성이다. 고대 이집트인들에게 쾌락은 무엇보다도 후각과 관련된 것이었으며 마음의 즐거움은 성적인 즐거움보다 훨씬 더 본질적인 것이었다. 마야와 아즈텍, 잉카문명 당시의 인류는 코카(잎에 코카인이 함유된 관목)와 기나피(기나나무 껍질에서 얻는 알칼로이드)에 사람을 흥분시키는 속성이 있거나 치료상의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고 즐겨 피우기도 했다.

조선시대의 문필가 장유는 계곡문필에서 담배를 즐기면 굶어도 배가 고프지 않으며, 추우면 능히 이를 따뜻하게 하고 더우면 능히 이를 서늘하게 한다고 적었다. 흡연은 시를 만드는 것에 비유될 수 있다. 영감이라는 뜨거운 공기를 흡입하면서 종이 위에 수를 놓은 글은 말없는 웅변의 가시적인 대기중에서 타며, 흔들리는 욕망의 모습들을 내뿜고, 제스처를 행하며, 또한 연기로 서정시적인 이야기를 머리 위에서 조정하기 때문이다. 피카소와 헤밍웨이같은 예술가들은 시가를 물고 살았다. 이명세 감독의 영화 'M'속 여주인공의 예술가는 담배를 많이 핀다면서요, 담배연기처럼 머릿속 얘기를 시원하게 뿜어봐요라는 대사처럼 담배는 누군가의 응어리진 생각을 풀어주는 좋은 도구가 된다. 처칠과 맥아더 역시 세상이 알아주는 애연가였다.

담배의 매력은 예술분야 종사자들이나 정치인같은 유명인들을만을 홀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우리 주변 대부분의 사람들이 담배의 이질적인 아름다움에 매료되어있다.

 

2.1 인간의 합리적 선택, 담배

지난 일주일 간 시행 한 흡연자와 비흡연자, 금연자들의 담배에 대한 인식 조사는 우리가 흡연을 합리적으로 본다는 사실을 뒷받침해준다. 담배와 흡연에 대한 인식은 표본들의 성별, 나이, 흡연여부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 직업과 지위고하에 상관없이 오로지 표본 개인의 가치관만이 작용하였다. 조사 결과 전체 표본 83명 중 59명이 흡연을 개인의 가치판단에 근거한 합리적 행위로 볼 수 있다고 응답했다. 흡연이 몸에 유해하고 경제적으로 타격을 준다하더라도 결국 개인이 판단할 문제라는 것이다. 휴식과 여유는 인생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며 흡연자들은 담배를 피는 동안 이들을 획득할 수 있다. 흡연은 누군가에게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수단이고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습관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개인의 가치판단의 문제이다. 우리가 정신적 위안과 만족감을 얻기 위해 술을 마시는 것과 마찬가지로 흡연 역시 그에 상응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담뱃값이 합당한 것에 대한 논의는 제쳐두고 일단 돈과 건강보다는 쾌락이 우선한다. 흡연은 윤리적으로, 도덕적으로 부정적으로 보여지고 금기시되는 것일 뿐 자신의 건강이 허락하는 한도 내의 흡연은 무방하다. 모든 문제는 자신의 의지에 달려있으며 담배로 마음의 위안을 얻는 사람들은 흡연이 나름의 적중의 선택이다. 그러한 위안에 돈을 쓰고 싶지 않은 사람들은 담배를 피지 않으면 그만이다. 흡연이 건강을 해치긴 하지만 스트레스 해소와 마음의 위안을 가져다 주기에 여러 선택지 중 흡연을 고른 것은 합리적인 판단이다. 흡연이 백해무익하다는 사실은 흡연자 너무도 잘 역시 알고 있다. 몸이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 절실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아침에 눈을 뜨기가 점점 힘들어지거나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오르는 등 우리 몸은 계속해서 이상신호를 보낸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담배를 핀다는 것은 개인의 의사결정의 과정을 거쳐 도출 된 결론이다. 흡연이 건강을 해친다는 사실은 어릴적부터 끊임없이 교육받는 사안이다. 그럼에도 흡연을 통해 얻는 만족감이 더 크다고 여기기 때문에 흡연자들은 끊임없이 담배를 태워댄다. 건강보다 순간적 만족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한다면 계속 흡연을 이어가는 것이다.

또한 흡연 자체보다는 그에 관련한 추억과 향수 때문에 피우는 경우도 적지 않다. 흡연에 대한 향수가 담배맛에 강력하게 영향을 끼치는 경우다. 필자 역시 그 부류 중 하나다. 군생활 당시 고된 훈련을 마치고 동료들과 옹기종기 모여 앉아 피우던 추억, 찬바람이 솔솔 나기 시작하면 피어오르는 겨울바람냄새와 섞여 들어오는 연기의 향수. 군생활 중 미귀가자와 가출청소년을 수색하러 나가야하는 보직 특성상 새벽에 주섬주섬 옷을 주워입고 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한참 자고 있을 시간에 기본 서너번은 잠에서 깨 출동을 나갈 때면 입으로는 상스러운 욕설을 내뱉기 일쑤였다. 그 애환을 달래기 위해 순찰차에 오르기 전 한 대씩 태우던 그 담배 맛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외국 담배를 쉽사리 구할 수 없었던 상황인지라 던힐한갑에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으며 마음에 들지 않는 선임의 담배를 몰래 훔쳐피는 재미도 쏠쏠했다. 2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경찰서에서 보내는 동안 지역 보건소에서 주최하는 금연캠페인 홍보활동에 참여한 적이 있다. 그 때 내가 들고 있던 피켓에는 금연의 장점 10가지가 적혀있었다. 흡연의 장점 100가지도 댈 수 있다고 자부하는 애연가인 내가 남에게 금연을 홍보한다는 것이 상당히 모순적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시키는 대로 하는 곳이 군대인 것을. 내게 담배는 그런 존재이다. 군생활 때 뿐 아니다. 담배는 중요한 시험을 앞둘 때면 밀려드는 초조함에 한도 끝도 없이 입에서 떼지 못하는 그것이며, 보고서 혹은 긴 글을 작성해야 할 때 쉼 없이 폐를 적시며 머릿속 이야기를 뿜어낼 수 있게 도와주는 존재이다.

각설하고 이처럼 흡연자들에게는 저마다 담배에 얽힌 사연이 있을 것이다. 문득 그 때의 기억이 떠오르고 그것을 더욱 생생히 돋구어주는 이 존재를 쉬이 버릴 수가 없는 것이 흡연자들만이 가질 수 있는 낭만이라는 특권이다.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의 입장에서 위 예시는 실질합리성이 경제적 수단, 목적합리성을 압도하는 것으로 설명된다. 우리사회에서 다양한 합리성들은 때로는 대립하기도 하고 때로는 협력하기도 하며 현상을 유지, 발전시켜 나간다. 돈과 건강을 아끼는 것만 합리적인 행위가 아니며 특정 가치를 추구하는 것 역시 합리적 행위의 한 양식이다. 말하자면 담배를 태우는 행위 역시 또 다른 의미의 합리행위라는 뜻이다. 흡연자들의 돈이라는 경제적 수단, 목적합리성은 정신적 만족감이라는 실질합리성에 잠식된 지 오래다. 그들에게 돈은 더 이상 가치판단의 기준이 되지 않는다. 논외란 말이다.

가치는 소비자들의 행동과 태도에 영향을 미친다. 동일한 대상에 대한 평가와 만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상품에 대해 소비자가 가지고 있는 가치는 그에 따라 돈을 지불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하며, 이러한 고객 가치는 소비자가 스스로 인식하고 추구하게 되는 것이다. 흡연자에게 담뱃값 2700원은 충분히 감내할만한 가격이다. 라면(900)과 빵(800), 우유(900)를 사고도 남는 돈이지만 흡연자들에게는 이 음식들보다 담배가 더 가치 있기에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한다.

설문조사 결과 담배는 기호식품이기 때문에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보는 사람들 역시 상당수였다. 담배는 개인의 기호를 바탕으로 결정되는 취향의 영역이고 개인은 이것에 따라 결정을 내릴 뿐이라는 것이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과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 커피와 술로 위안을 삼는다면 담배를 통해 위안을 얻는 사람이 있다. 개인마다 그 방법이 다를 뿐이다.

개인의 행위는 타인의 피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는 최대한 자유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흡연이 그 자체로 타인에 해가 되지 않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면, 그리고 흡연의 해악을 개인이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조건하에서 행해지는 흡연은 개인의 자유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흡연하는 것을 합리적인 행위로 볼 수 없다든지, 흡연은 감각적 결핍감에서 비롯되는 단순한 습관에 가까운 행위일 뿐 어떤 가치적인 부분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다. 개인의 기호보다 산소라는 공공의 자원이 더 중요하다 등의 의견도 주목할 만 하다. 흡연을 합리적인 행위로 보지 않는다고 응답한 사람들은 개인의 선택까지는 좋은데 그 것이 타인에게 너무 피해를 준다는 입장이 대부분이었다. 흡연 역시 사회에 존재하는 많은 문제 중의 하나이고 일종의 폭력이라고 생각하기에 흡연을 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담배를 기호식품으로까지 분류하면서 사회적인분위기도 흡연을 당연시 여겼던 적도 있었지만 세월이 많이 흘러 세상이 변했다. 급속한 산업화로 인한 기후변화에 편승해 각종 희귀병들이 생겨나는 현대사회에서 흡연은 그 어떤 명분으로도 합리적 선택이라고 볼 수 없다는 나의 아버지의 주장도 인상 깊었다. 일부 반대론자들에 따르면 개인의 가치판단 결과와 상관없이 그 중독성 때문에 끊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가치판단에 근거한 '합리적 행위'라고 볼 수 없다. 흡연권은 개인의 기호에 따른 선택이지만 혐연권은 여기에 덧붙여 생명권과도 연계되어 있는 사안이다.

대체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말하자면 인간은 그럭저럭 합리적인 존재인 듯하다. 합리적일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지만 그래도 합리적일 때가 좀 더 많고, 좀 많이 이기적인 존재이고, 자기 자신에 대해 대충은 이해하지만 이해하지 못할 때도 자주 있는 존재다. 행동경제학의 표현을 빌리자면 제한된 합리성을 가진 존재가 바로 인간이다. 한 경제학 책의 제목처럼 사람은 대충 합리적인 존재다.

 

2.2 합리적 행위를 그만두고 싶어하는 사람들

재밌는 것은 과반수 이상의 흡연자들이 흡연을 합리적인 행위로 판단하면서도 그 행위를 그만두고 싶어 한다는 사실이다. 조사결과 전체 흡연자 30명 중 27명이 담배를 끊을 생각이 있다고 답했으며 모든 표본 83명 중 10명이 금연에 성공했다고 응답했다. 이들이 가장 많이 꼽은 금연을 결심한 이유는 건강이었다. 27명 중 9명의 선택이다. 건강이나 돈 보다 자신의 정신적 만족감이 중요하다는 사람들이 건강을 위해 정신적 만족감을 포기할 의향이 있다는 다소 모순적인 이야기를 한다. 합리적이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일단 건강을 챙겨야겠다는 말이다. ‘건강에 이어 담배 냄새가 금연을 결심한 이유 2위를 차지했다. 재밌는 점은 담배냄새 때문이라는 응답이 6명이었는데 이들 중 다섯 명이 여성이었다. 역시 남성과 여성은 사고방식이 다른가보다. 인간은 자신이 합리적인 행위라고 판단한 사안대로 살아가려고 하지 않는다. 또한 4(10%)의 적지 않은 사람들은 아이를 갖게 될 경우를 대비해 담배를 끊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흡연자들은 금연을 결심한 이유를 굳이 건강이라는 하나의 선택지에만 제한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건강 뿐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자신의 꿈을 위해서 등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금연을 결심하곤 한다. 하나의 행동은 단순히 하나의 자극에 의하여 유발되는 것이 아니고 다양한 자극에 의하여 동기를 매개로 하여 나타난다. 개인에게 흡연은 가치판단에 의거한 합리적 선택이긴 하지만 일단 그 보다 더 소중한 것들을 지키겠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저마다 다르다. 아무리 담배를 사랑하는 애연가라 하더라도 담배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흡연의 장점 100가지를 댈 수 있는 나조차도 담배 보다 소중한 것들이 수도 없이 많다. 부모님, 동생이라는 가족이 그렇고 나를 존재하게 하는 나의 육신이 그렇다. 혹자는 여자친구에, 누군가는 돈에 최고의 가치를 지닌 부여할 것이다. 금연은 담배보다 상위의 가치를 지닌 무언가의 합리성이 담배라는 합리성을 억압할 수 있게 된 결과이다.

 

2.3 담뱃값 인상정책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

담배 자체에 대한 연구로 그치기엔 아쉬운 감이 있어 요즘 우리나라의 뜨거운 이슈인 담뱃값 인상 정책에 대한 의견을 살짝 끼워넣어보았다. 뭐라도 좀 더 이야기를 듣고 싶어 별 생각없이 제시한 문항인데 예상치 못하게 가장 뜨거운 반응을 보인 질문이었다.

생각보다 내 주변에는 담뱃값 인상정책에 대해 찬성하는 사람이 상당히 많았다. 찬성도 반대도 아니라고 하는 양비론자들과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방관자들을 모두 제외하고, 담뱃값 인상 정책에 대한 의견을 개진한 사람은 총 70명으로 찬성 29, 반대 41명으로 집계되었다. 담뱃값 인상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사람들 중 흡연자는 6(전체 흡연자 30), 비흡연자는 19(43), 금연자는 4(10)이었다.

찬성론자들은 무엇보다 담뱃값 인상이 금연에 도움이 된다고 보았다. 끊지 못하던 사람들이 가격부담으로 인하여 담배를 끊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며, 본인의지만으로는 힘든 금연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또한 담배값을 인상해서라도 흡연자들의 사회적 책임을 높여 비흡연자의 권리를 보장해야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또한 처음에는 2000원 인상이 너무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다들 아무말이 없이 쉬쉬하길래 그냥 내버려둬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흡연자들의 문제인데 흡연자들이 나와서 제 불만을 표출하지 않고 두드러지는 여론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등과 같이 담뱃값 인상을 대하는 흡연자들의 태도를 보고 인상 정책을 찬성하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사자들이 쉬쉬하고 있으며 비흡연자 입장에선 세수확보가 되니 딱히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다. 이 외 단순히 담배 냄새를 싫어해서, 현재 담뱃값이 너무 싸서, ‘담뱃값을 올려도 피울 사람은 다 피워서 올려도 상관 없을 것 같다등의 의견들이 있었다.

일부 비흡연자들에게 담배는 그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고 오히려 피해를 끼치는 사회악이었다. 흡연자가 줄어든다면 흡연자와 비흡연자, 즉 국민의 건강이 좀 더 좋아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우리학교 경찰행정학과에 재학중인 한 여학생은 현재 흡연구역과 금연구역에 대한 제대로 된 단속이 이루어지지 않고, 이루어질 수도 없는 상황에서 담뱃값 인상은 비흡연자의 권리와 국민 모두의 건강을 도모하는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담뱃값 인상으로 거둔 세금을 흡연공간증설을 위해 사용하면 모두에게 이로울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반대론자들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세수증대 의도가 뻔히 보이기 때문이었다. 담뱃값을 인상하는 것이 다분히 세수확보를 위한 것임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라는 변명으로 국민을 기만하고 무시한다는 것이다. 세수확보가 필요한 시점에서 간접세를 파격적으로 인상해 그 해결책을 찾는 행동은 서민들에게 국가의 부담을 무리하게 많이 짊어지게 하는 것이므로 무책임한 정책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기호식품에서 가진자만 누릴 수 있는 취향으로 변모할 것’, ‘분명 서민들이 많이 애용하는데 국세 충당한다고 서민들 힘들게 하는정책은 잘못된 것외에 사회문제에 별 관심이 없어보였던 내 동생 조차도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라면 담배값을 올릴게 아니라 월급 인상을 통해 국민들의정신적건강을 올리는 게 더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OECD국가 중 우리나라의 담배값이 낮은편에 속한다고 하는데 연봉 또한 마찬가지로 낮습니다. 담배값을 올리려면 최저임금 또한 같이 올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대답해 나를 깜짝 놀래켰다. 일부는 국민은 계도의 대상도 아닐뿐더러 자유시장경제에서 당연히 소비자가 상품을 선택할 권리가 보장되어야한다. 담배값 인상은 이를 무시하는 처사일뿐더러 개인의 취사선택의 폭을 좁히는 시대착오적인 정책이라 생각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경쟁이 치열한 시장일수록 개별 사업자들은 가격을 인상하기 어려워진다. 수요가 그만큼 탄력적이라는 이야기다. 반대로 시장이 독점에 가까울수록 가격 인상의 유혹이 커진다. 독점이라는 것은 곧 대체재가 별로 없다는 말이고, 이는 곧 수요의 가격 탄력성이 그만큼 비탄력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담배는 수요의 가격 탄력성이 비탄력적인 재화이다. 사실 담배만큼 다양한 경제적 측면을 가지고 있는 재화도 드물다. 생활에 지친 사람들을 위로해주기도 하지만, 온갖 질병의 근원이 되기도 하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는 이유에서 개인의 자유와 공익을 위한 규제의 한계선상에 있는 재화이기도 하다. 담뱃값 인상정책과 담배를 둘러싼 공박은 결코 끝나지 않는 사회적 사안인 듯하다.

 

 

3.1 결론

아담스미스가 저술한 국부론의 유명한 비유처럼 인간은 타인에 대한 이타심과 사랑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위해 빵과 고기, 포도주를 만든다. 이러한 이기적 활동들의 집합이 보이지 않는 손을 통해 발현되는 것이 시장이며, 궁극적으로는 이를 통해 사회 전체의 발전과 조화 그리고 국부國富가 증대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정리하자면 우리 모두는 각자의 이익을 위해 경제활동을 하지만 그로 인해 전체의 이익이 도모되며,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시장경제체제라는 말이다. 여기에 더해 6장에 걸쳐 설명했듯 인간은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존재이다.

인간은 이기적이면서도 비합리적인 존재이며 흡연은 이기적이면서도 비합리적인 행위이다. 그런데 그들로 인해 세상은 더 잘살게 되었다. 연기를 내뿜어 타인이 숨 쉴 공기를 오염시키는 피해를 끼치는 담배라는 사회악 덕분에 한 해 수 십억원의 세금이 걷힌다. 이 어마어마한 금액은 정부로 모이고 정책을 통해 우리 사회로 흘러들어간다. 그 돈으로 도로를 닦고 건물을 지으며 하수도를 정비한다. 어찌보면 우리 모두가 사용하는 공공재는 담배연기로 만들어졌다. 이기적임과 동시에 비합리적인 행위가 궁극적으로는 우리를 잘 살게 하는 역설적인 이야기다. 이 쯤 되면 뭐가 옳고 그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함부로 담배를 끊어라 피워라 훈수를 둘 수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모든 문제의 해결법인 불교의 중도사상을 유지하기도 애매하다. 흡연에는 피고 안피고만 있을 뿐 중도가 없으니까. 결론은 결국 그냥 이대로 살자는 이야기로 귀결된다.

진정으로 무언가 목표를 위해서 매진하는 사람에게는 성공과 행복이라는 종착역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긴 프로세스가 있을 뿐이다. 하나의 과제가 해결 되면 더 큰 과제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고, 그 과제가 해결 되면 또 더 큰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끊임없는 시시포스 적 반복이 수반될 뿐이다. 게다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도 있다. 담배도 그렇다. 칼 포퍼는 인생은 문제 해결의 연속(Life Is Problem Solving)이라고 이야기했다. 인생이 출발로부터 기승전결로 마감되는 스토리를 가진 영화, 소설이 아니듯 담배와 흡연에 관한 논쟁은 시와 때를 가리지 않는다. 끝없는 씨름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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