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오신 분은 이 카테고리 첫글(http://countingpulse.tistory.com/588)부터 보시길 권합니다. 지금은 맨 마지막 글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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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걸 되게 많이 기다렸다. 유전자 일치하는 사람이 나타났다는 전화를 받은 네 달 전부터 설레고 잠도 잘 못잤다. '와 드디어 나타났구나. 내가 드디어 사람을 살릴 수 있구나' 싶었으니까. 그렇게 몇 달동안 검진 받고 피검사하면서 점점 기대감을 키워왔다. 그리고 약 일주일 간 주사를 맞고 입원을 하고 기증을 했다. 드디어 했구나 내가 사람을 살렸어.
문제는 막상 끝나고나니 너무 허무하다. 원래 약간의 조울감을 달고 살았는데 이거 끝나고 나니 굉장히 우울해졌다. 괜히 넬 노래 더 찾아들고 우울의 심연으로 파고들어가고 있다. 원인은 둘이다. 첫째는 이젠 기다릴 게 없다는 사실이요, 둘째는 알아주는 이 없다는 현실이다.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일상은 너무도 평화롭다. 군대에서 첫 휴가 나왔을 때랑 비슷한 기분이다. 꽤나 오랜 시간 동안 나에겐 많은 일이 일어났는데 세상은 그대로이며, 나란 존재가 없어도 세상은 너무 잘 돌아간다는 그 때의 절망감 말이다. 그리고 내게 칭찬 한 마디 건네주는 사람 없다는 것도 서글펐다. 무조건 적인 도덕행동을 강조했던 칸트가 봤다면 이건 전혀 착한 일이 아니라고 비난했겠지만 어쩌겠는가 내가 아직 그 정도로 위대한 인간이 아닌 것을. 아니 생각해보니까 니가 남들한테 얘길 안 했잖아 이 양반아. 절대 칭찬받으려고 한 일은 아니지만 그냥 좀 그렇다. 참내 별 거지 같은 ㅋㅋㅋ
고맙습니다 그냥. 선생님들 친구들 무엇보다 고생 많았어. 넌 자랑스러워. 지금 자고 일어나면 여느때 처럼 철학책을 탐독하고 신문 보며 욕하는 그런 인간으로 돌아가자. 수고했어.
결론은 뭐다? 유명하고 대단한 사람이 돼서 세상 모든 이가 날 추앙하는 그 날까지 정신 없이 달리자. 공부하고 책 읽고 생각하고 열심히 살자. 높이 올라갈수록 널 칭찬하는 사람은 많아질 거야. 일단 유명해지면 사람들은 네가 똥을 싸도 박수를 쳐줄 거라는 누군가의 말마따나 일단 높이 높이 날자. 난 명예와 권력을 절실히 원한다. 나를 위해서. 그리고 더 많은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 나은 세상을 위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