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teDwarf

블로그 이미지
안녕
by TheStrokes
  • Total hit
  • Today hit
  • Yesterday hit

 창도형 만나서 회를 맛있게 먹었다. 진짜 우적우적 스끼다시랑 회랑 미친듯이 먹고 술도 무지 퍼댔다. 지역소주 씨원이랑 좋은데이 맛도 보고 속에 있는거 다 풀어내면서 꼼장어도 먹고 속에 맺힌거 또 풀고 풀고 풀고 하다보니 훅갔다. 피로+정신적 스트레서 탓인지 되게 빨리 취해서 어찔어찔했다. 같이 술을 마시고 얘기를 좀 하다보면 속에 있는게 어지간한 것은 다 풀리는 사람이 몇명 있다. 그 중 한사람이 창도형이다. 근데 이날은 그렇지 않았다. 아무리 술을 먹고 말을 하고 하고 또 해도 응어리가 풀리질 않았다. 아마 이건 나 혼자 해결해 나가야한다는 뜻인것같다. 술에 취했어도 하나 확실했던건 창원 사람들이 너무 좋았다는 것과 택시타고 가는데 창밖으로 보이는 창원시청과 경남도청이다. 

 이날 아침엔 형 덕에 오랜만에 편히 잘 수 있었다. 술 이빠이 먹고 푹신한 침대에 뻗어서 실컷 잤다. 누워서 담배 피고 컴퓨터 TV 보면서 담배피고 혼자 존나 떠들어도 뭐라 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뜨끈한 물로 샤워도 하고 피로 싹 풀고 재충전 해서 으쌰으쌰 출발!!이 아니라 씨부럴 속이 뒤집혀서 미치는줄 알았다. 시도때도 없이 울렁대는 속을 부여잡고 다시 발걸음을 뗀 건 열시 반쯤...? 우선 게토레이. 난 해장으로 게토레이 한캔이면 끝이다. 속이 쑥 내려가고 씨워언하다. 

 형한테 고맙단 전화를 하고 창원을 돌아댕김. 창원시청 앞 광장에 갔는데 진짜 무지하게 넓었다. 서울시청 광장보다 훨씬 크다고 내가 장담한다. 진짜 우와악!! 둥그런 잔디밭을 중심으로 수십대의 차가 뱅글뱅글 저마다 뛰뛰빵빵 비켜비켜 하며 달음박질 치고 있었다. 다리를 가진건 나뿐이었음 ㅋㅋ 그 가운데서 소리도 꽥꽥 지르고 뛰고 지랄지랄했다. 저 근대문명의 혜택은 그 안에 있는 다리달린 동물들이 날 감지할 수 없게 막고 있고 내 소리를 삼켜준다. 영월에선 사람이 없어서, 창원에서는 차가 많아서 이런것을 했다. 뭔가 신기. 근데 발가락이 자꾸 찌릿거린다. 생각해보니 갈아입을 옷도 속옷도 안가져왔어 ㅋㅋ 티랑 반바지는 영월에서 샀는데 양말이랑 속옷은 안샀다. 다행히도 시청 바로 옆에 이마트가 있었어. 야호.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깨끗하고 세련된 건물로 들어가서 그곳의 물건을 업어서 신었다. 뽀송뽀송한 느낌이 죽이는걸. 밖으로 나와서 시내를 좀 더 둘러봤다. 전날 술 마시면서 창원 토박이에게 '창원 갈만한데 어딨어?' '그런거 없어임마 ㅋㅋㅋ' 'ㅋㅋㅋㅋ' '부산이나 한번 가봐. 가깝고 볼것도 많고 좋을걸' 'ㅇㅋ 감사' 다음 목적지가 바로 결정됐다. 부산 고고. 창원은 그냥 시내 산책이나 하다가 부산으로 고고싱싱싱싱싱싱시잇잇이시잇. 근데 가는 길도 모르는데 어찌냐. 이번엔 제발 웃어주길 기대하면서 한 아주머니께 터미널 가는 길을 물었다.

M : 아주머니 터미널 가려면 어떻게 가야해요?
Y : 버스타고 가야지
M : 아 네...
Y : ㅋ
M : ㅋㅋ
Y : ㅋㅋㅋ
M : ㅋㅋㅋㅋ 
Y : 요기서 저 큰길로 나가서 길 건너고 어찌고저찌고...

그 때 갑자기 뒤에서 오토바이 닦고계시던 아저씨가 다가온다. 일로와봐 하시더니 큰길로 나와서 버스정류장 바로 건너편까지 데려다주셨다. 

Y : 저기서 xx번 버스 타면 터미널까지 갈기라.

특유의 경상도 사투리로 알려주신다. 

Y : 어디서 왔노? 서울?
M : 아 네 뭐...ㅎ
Y : 그려 잘가제이
M : 감사합니다!

아주 그냥 폴짝폴짝 뛰어서 횡단보도 건넜다. 흐흐히흐힛힛 ㅋ 시내버스를 타고 덜컹덜컹 간다. 역시 아무것도 모르는 곳에서 거길 좀 둘러보고 싶다 하면 시내버스를 아무거나 하나 잡아타고 무작정 가는게 최곤것같다. 천원짜리 한장이면 알아서 왔다갔다 관광시켜준다. 그러다가 어 여기 좀 맘에 드는데 싶은 곳이 나타나면 내려서 자세히 구경하고.

 터미널에 도착해서 부산(사상)행 버스를 탄다. 일기에 보니까 '대한민국 제 2의 도시 부산이 어떨지 참 궁금하다!'라고 써놨다. 버스에서 쓴듯 글씨가 꼬불꼬불. 부산은 태어나서 제대로 구경해본 적 없는 도시다. 아예 인연이 없는 도시다. 하나 있다면 우리 엄마가 젊었을 때 직장생활을 부산에서 했다는 것 정도. 대학 동기중에 부산 사는 친한 친구 한놈이 있다. 부산에 대해 모든 이미지가 좋아서 기대를 굉장히 많이 했다. 
 두근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다보니 어느새 부산에 도착했다. 한 40분밖에 안걸린것같다. 배고파서 터미널 바로 밑에 붙어있는 맥도날드에 가서 빅맥세트 런치로 먹었다. 먹을 때 마다 느끼는 건데 햄버거 진짜 맛있다. 술먹은 다음날에 덩어리 커다란 빵+고기 야채덩어리를 속에 밀어넣으면 울렁거리는 속이 쑤욱 하고 내려가는 듯 하다. 그러고 콜라 원샷 하면 해장은 끝이다. 진짜 햄버거 개 좋아! 근데 일단 부산에 왔는데 어딜 갈지 목적지가 없다. 그래도 부산에 왔는데 당연히 해운대 가야하지 않겠남 ㅋㅋ 지하철 타고 해운대로 감. 지방 지하철 탈 때 마다 느끼는 건데 크기가 서울것 보다 더 작다. 대전에 친구보러 갔을 때도 그렇고 부산에서도 그렇다. 지하철을 한시간정도 타니까 진짜 질린다 질려. 어우 왜케 멀어 이거. 어우 지루해. 한시간을 덜컹덜컹 대다가 드디어 도착. 1번출구인가로 내렸는데 내 생각과는 좀 다른 풍경이었다. 

난 출구 나오자마자 커다란 백사장이 있을 줄 알았는데 바닷가에서 한 500m정도 떨어진 곳에 지하철역이 있었다. 뭐 어때 ㅎ 기분 좋아서 가벼운 발걸음으로 주변 구경하면서 간다. 아직 본격적인 피서철이 아닌데도 사람이 좀 많았다. 백사장 가는 길에 내가 환장하는 막창, 조개구이 집이 즐비하다. 와 ㅈㄴ 맛있겠다.... 군침 뚝뚝 흘리면서 길도 모르는 난생 처음 와보는 거대 도시를 두리번두리번.. 태어나서 처음 와본거지만 왠지 해운대 백사장을 찾아갈 수 있을것 같았다. 그냥 느낌으로 ㅋ 바람이 부는대로 그냥 따라가면 될 것 같았다. 바람이 부는대로 나는 떠나갈거야~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채~ 우우예~ ㅋㅋ (언니네이발관 노래다. 시쓴다고 하지마라) 그랬더니 진짜 해운대에 도착했다. 
 아직 초여름이였지만 사람이 꽤나 많았다. 좋다고 뛰어댕기는 애들도 있고 이쁜 누나들도 있고 오오.. 뭐가 그리 힘든지 한숨을 푹푹 쉬어대는 아저씨도 있고 몸짱들도 있고 '아저씨 여기서 축구하면 안돼요!'라는 형도 있고 '에이~여기 쫌만 찰게~'하는 아저씨도 있고 가만히 멍때리고 서서 사람구경하는 스물한살짜리 거지도 있었다. 그렇게 가만히 해운대를 눈속에 넣으면서 음료수 한잔 ㅎ 엄마 젊었을 때는 이런게 없었겠지? 하다가 또 문득 엄마 생각이 났다. 나는 지금 이렇게 하고싶은거 하면서 맘껏 돌아다니고 있는데 엄마 아빠는 이 더운 날씨에 고생하고 있다. 이 거지새끼가 거렁뱅이짓을 맘껏 할 수 있게 도와주려고. 언젠가는 도대체 부모님이 왜 그러는지 이해가 안간 적이 있었다. 자기 인생을 다 버리고 내팽개치면서 하고싶은거 하나도 맘대로 못하고 자신들을 위해서 산다. 한 사람이 또 다른 한 사람을 위해, 한 인생이 한 인생을 위해 자기의 그걸 버린다. 나도 나중에 늙으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언젠가는 술취해서 아빠한테 전화해서 그냥 대놓고 물어봤다. 

M : 아빠는 왜 하고싶은거 안하고 나만 위해서 모든걸 맞춰? 아빠도 어렸을 땐 꿈이 있었을 거고 지금도 하고싶은거 있을거아냐?
Y : 준호야 넌 삶의 이유가 뭐야?
M : 잘 모르겠는데
Y : 아빠랑 엄마는 너랑 정혁이 때문에 살아. 삶의 이유가 그거거든.
M : ?
Y : 아빠 꿈? 아빠는 어렸을 때 집안형편 때문에 꿈같은건 생각도 못했어. 그게 지금 생각해보면 진짜 억울하고 그래. 근데 그거 알아? 엄마 아빠는 엄마아빠같은 사람 또 만들기 싫어. 너네가 너네 하고싶은거 하면서 살고 꿈을 이루는게 지금 아빠 꿈이야. 그러니까 너는 그런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아빠 꿈 이뤄줄수 있게 노력이나 해.'
 
어렸을 땐 아빠 손이 딱딱한게 진짜 신기했다. 딱딱하고 꺼칠꺼칠한게 신기해서 굳은살을 자꾸 떼면서 물어봤다 

M : 아빠 안아퍼?ㅋㅋ
Y : 아프긴 뭘 ㅎㅎ 별 느낌 없어

난 병신같이 아무것도 모르고 실실 쪼개면서 좋다고 아빠손을 자꾸 뜯어댔다. 지금 여행다니면서 손이 많이 거칠어져서 걱정이였다. 아프기도 하고 점점 못생겨져서.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너무 또라이같았다. 놀고있는 내가 손 다친다고 걱정하고있는 순간에도 아빠 손은 어딘가에서 날 위해 닳고 딱딱해지고있다. 힘들다고 투정부리지 말고 꾹꾹 있는 힘껏 힘쓰고 펜 놀리고 책 넘기고 일 하자. 손으로 할 수 있는 모든걸 해야겠다. 그냥 일단 뭔가 해야한다. 아빠 꿈을 이뤄줘야한다.
 해운대 한복판에서 별생각을 다 한다 진짜 ㅎ 그러다가 엄마한테 전화해서 여행사실을 알렸다. 엄마가 젊었을적 직장생활을 영도에서 해서 그런지 부산이라는소리 듣자마자 영도 한번 꼭 가보라고 하셨다. 그래? 거기서 또 사람 구경구경구경 생각생각생각하다가 광안리로 갔다. 난 버스타는 방법을 몰랐다. 저번에 대전으로 놀러갔는데 아무생각없이 만원짜리를 넣었다가 버스기사한테 욕 죽살나게 얻어먹었다. 도대체 뭘 잘못한지도 모르고 그냥 멍하니 서서 멍멍 짖는걸 쳐다보고 있었다. 암튼... 이번엔 이번 여행에선 내가 못하는 걸 해볼거야. 닥치고 버스정류장 고고. 일단 부딪혀보자. 했는데 음...음.... 진짜 뭐가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숫자만 잔뜩 써놓고 난생 처음보는 지명, 학교, 이름만 잔뜩 쭉 나열해놓았다. 그냥 아줌마한테 물어보는게 더 빠르겠다. 

M : 저기 아주머니 광안리가려면 몇번버스 타야하는지 아세요?
Y : 광안리? 기다려봐' 하더니 직접 알아봐주신다
M : xx번이네 ㅎㅎ

진짜 와 감사해요 아주머니 복받으실거에요. 경상도사람은 너무 좋은거같아. 난 전라도 사람인데 아니 엄밀히 말하면 충청도사람이구나.. 경상도 사람들이 너무 좋다. 친한사람들도 대부분 경상도다. 대구 부산 창원 밀양 상주 등등.. 염병할 선거만 아니였다면 둘은 분명 가장 친한 이웃이 됐을게 분명하다. 한두사람의 이익 때문에 수백만의 사람들이 서로에 대한 나쁜감정을 가지고있다. 우리부터 고칠거다. 한번 봐라. 내가 고치나 못고치나. 
 이제 광안리로 가는데 '부산↗까지 왔는데 당연히 연락해야제'라는놈이 하나 생각났다. 버스로 가는동안 전화했다 ㅋㅋ 그래서 좀 이따 보자 ㅋ 
 버스를 덜덜덜덜 타고 가고있는데 광안리라고 한다. 아 도착했구나 싶어서 내렸는데 시장한복판이다. 날 떨궈놓고 버스는 쌩.... 이번에도 물어보는수밖에 없다. 길을 여기저기 물어서 간신히 광안리에 도착했다. 어디서 주워들은게 있는데 부산사람들은 여름에 해운대 안가고 광안리로 간다고 한다. 해운대 물은 똥물이라나 뭐래나. 근데 진짜 신기한걸 하나 발견했다. 그건 광안리 해수욕장 그 앞으로 끝없이 펼쳐진 바다위로 다리가 있다는거다. 와 진짜 바다위로 다리가 있다는게 말도 안되는것같지만 분명 있고 그 위로는 차가 달린다. 와 저 차 안에 있는 사람은 진짜 대박일거다. 근데 생각해보면 별거 아닐지도 모른다. 바다 밑으로도 도로가 깔려있는 판국에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대단하다고 느껴지는건 어쩔 수 없다. 인간은 못하는게 없는것 같다. 그냥 상상으로만 머릿속에만 남겨놨던것을 인간은 현실화한다. 진짜 말도 안되는게 말이 되어가고 있고 말이었던게 말도 안되고 있다. 정말 인간은 못하는게 없다. 근데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확실히 해운대보다는 사람도 적고 시끌벅적하지 않았다. 이게 나한테 어울리고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다. 모래장난도 치고 바다구경도 하고 역시나 하는건 구경, 생각밖에 없다. 그냥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 생각해. 현실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정말 너무 완벽해. 그래서 제발 내일 따윈 없었으면 좋겠단 생각하고~ 있었는데 상목이형한테 연락이 왔다. 일단 만나서 정호놈을 기다렸다 ㅋㅋ 사내셋이 만나서 뭐하겄어 술이나 ㅈㄴ 퍼대야지 ㅋㅋㅋ 막창을 먹자. 소원풀이 해야지. 근데 소원 조금풀다보니 또 필름이 끊겼다. 대략 생각나는건 막차억고 조개구이 먹고 해운대 백사장에 大자로 뻗어서 막 소리질렀다는 것 정도 ㅋㅋ 몸이 피곤해서 그런가 창원서도 그렇고 술이 안받는다. 술취해서 찜질방 후문으로 들어가서 자다가 주인한테 쫓겨난것같다 ㅋㅋㅋ 진짜 거지다. 일어나보니 청소부 아줌마가 날 깨우고있었다. 웬 대리석 계단에서 자빠져 자고있었다. 크헐... 서정호 이새끼는 날 이렇게 팽개쳐놓고 집에서 퍼질러 자고있었다. 게토레이 하나 쭉 빨고 별 수 있나. 다시 고고싱싱. 이때가 대략 열두시 쯤?
 다음 목적지는 자갈치시장이다. 이유는 없다. 그냥 가보고싶었다. 이름이 맘에 든다. 예전부터 들어온 그 유명한 자갈치 시장에 한번 가봐야지 싶었다. 자갈치시장까진 어떻게 갔드라 지하철타고 갔었나?


'2010년 여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때의 기억  (0) 2015.02.13
돌아다니기. 6  (0) 2011.07.27
돌아다니기. 4  (0) 2011.03.25
돌아다니기. 3  (0) 2011.03.25
돌아다니기. 2  (0) 2010.08.31
AND

ARTICLE CATEGORY

WhiteDwarf (771)
(130)
(75)
(421)
그림 (4)
2010년 여름 (11)
자료저장소 (77)
기타 미완성 (0)
조혈모세포(골수)기증 (12)
로씨야 여행 (14)
A (0)

RECENT ARTICLE

RECENT TRACKBACK

CALENDAR

«   2024/1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ARCH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