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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by TheStrok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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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7월 05일 (월)

 아침 7시 30분에 일어났다고 일기에 적혀있네. 얼른 씻고 나가려는데 사우나 아주머니를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서울서 왔다고 하니 신기해 하신다. 어젠 참 잘 잤어요 고맙습니다.
 버스를 타려고 했는데 도대체 어디서 타야할지를 모르겠다. 정류장도 없고 표지판 비스무리한 것도 없다. 그냥 어제 버스 탔던 곳으로 가서 30분 정도 앉아있었다. 이 때 어디어디 갈 지를 계획했던걸로 기억한다. 그렇게 앉아있는데 갑자기 비가 와서 허겁지겁 근처 슈퍼로 피신. 음료수 하나 사면서 아주머니께 버스 어디서 타냐고 물어봤더니 '여기서!'라고 하신다. 뭔소린가 해서 대충 대꾸하고 기다렸다. 근데 버스가 온다! 나이스. 버스기사님께 버스비를 물어봤더니 바로 그 슈퍼에서 버스 표를 사오라고 하신다. 아~~
 통통거리는 버스를 타고 젖은 양말을 뻣뻣한 버스 에어컨에 말리면서 고고싱. 왜 자동차 에어컨은 항상 뻣뻣할까. 손을 대고 있으면 말라비틀어진 나무껍질처럼 푸석푸석해서 칠판을 만지는 느낌이다. 그렇게 나무껍딱 에어컨과 함께 30분정도를 정신없이 곯아떨어져서 영월에 도착했다. 버스에 탈 때는 몰랐는데 승객 중에 내 또래 학생들이 되게 많았다. 다들 이 시간에 왠 버스를 탈까 궁금했는데 알고보니 거기도 대학교가 있었다. 아무튼 버스정류장과 ㅂㅂ2를 하고 아침밥을 먹으러 시장으로 갔다. 근데 이 동네는 무슨 막창집이 시장 입구부터 떡하니 자리잡고 있다. 진짜 돈도 없었는데 '막창구이 1인분에 4천원' 써있는거 보고 바로 돌진할뻔 했다. 너무 먹고싶어서 막창집 간판 앞에서 한참을 서있었다. 아마 막창집 주인 아줌마가 봤을 땐 왠 거렁뱅이새끼 하나가 기웃거리나 싶었을거다. 하지만 난 지금 돈을 아껴야한다. 근데 진짜 딱 1인분만 시켜서 소주 한잔 하면 피로가 싹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다. 
 간신히 억누르고 시장 안으로 고고싱싱. 여기저기 맛있는게 너무 많아서 어디 갈지 고민하며 한 20분 정도를 돌아다닌 것 같다. 결국 콩비지 찌개로 결정하고 가게로 들어감. 아주머니가 반겨주신다. 콩비지찌개를 시키고 식당 테이블에 영월 지도를 펴고 오늘의 목적지를 정하기로 함. 영월 사진박물관, 청령포, 선돌 순으로 둘러보기로 했다. 목적지를 정하고 어제 터뜨린 발등에 물집을 확인했다. 생각보다 잘 아물지 않아서 종이테이프를 덕지덕지 붙였다. 걸을 때 신발한테 조금이라도 덜 맞으라고. 그러는 사이에 주문한 콩비지찌개가 나왔다. 근데 이게 양이 무지 많다. 국물 빼고 콩비지 양만 해도 공기밥 두개는 나온다 레알. 그래서 나중엔 밥 안먹고 콩비지만 우적우적 퍼먹었다. 오래 걸으려면 많이 먹어서 영양을 채워넣어야 할 것 같았다. 특히 밭에서 나는 쇠고기라고 하는 콩을 갈고 남은건데 많이 먹어두면 분명 온몸 여기저기로 퍼져서 팔, 다리, 어깨 등 움직이는데 힘이 되어줄거다. 근데 너무 많아서 다 먹지는 못했다. 
 식당을 나와서 시장을 한바퀴 돌면서 밀짚모자를 하나 샀다. 커다란게 햇빛 가리기엔 딱이다. 근데 목줄이 너무 짧아서 등에 메고 다닐 때는 목이 조였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쓰고 벗을 때 귀걸이에 자꾸 툭툭 걸려서 너무 아픔.
 근데 그게 중요한게 아니다. 시장을 둘러보는데 어제부터 자꾸 눈에 거슬리는게 있다. 자두다 자두! 자두가 너무 맛있어보였다. 한번만 먹어봐~ 하는 듯이 날 약올리는 것 같았다. 난 평소에 자두를 별로 안좋아한다. 너무 시다. 근데 이날은 진짜 너무 먹고싶었다. 으으....!! 외면하려 해도 가는 곳 마다 자두자두자두잗자ㅜ자두자ㅜ자두 천국이다. 딱 하나만 사먹어야지. 아줌마한테 한개에 얼마냐고 물어보니까 그냥 가져가라고 하시면서 세개를 봉투에 싸주셨다. 으잉?? 헐이다. 너무 고마웠다. 감사하다고 한 4번은 한 듯. 아 맛나겠군 하면서 침 질질 흘리면서 씹어먹었다. 와 대박 대박 맛있다. 영월 자두는 시지도 않고 달았다. 내가 먹은 것만 그랬는지는 몰라도. 하나 더 먹을까 했는데 아까 콩비지를 너무 퍼먹었던 탓인지 배가 불러서 남은 건 가방에 넣어뒀다. 이따 청령포 가서 경치 구경하면서 먹기로 함. 
 많이 먹기도 했다 이제 힘을 내서 영월 사진박물관으로 걸어간다. 지도로 보기엔 꽤나 멀어보였는데 내가 있던 곳에서 걸어서 15분 정도밖에 안걸렸다. 근데 길 찾는데 좀 어려워서 전화로 물어봤다. 이런 상황에서 전화상으로 내 호칭은 '선생님' 혹은 '아저씨','학생'이다. 하지만 실제로 얼굴을 보고 얘기 할 때면 내 호칭은 '야'가 된다. 사진박물관 직원이 그랬다는 건 아니다. 이 직원은 굉장히 친절하고 착했다. 근데 대부분의 사람들, 서비스업 말고 운전기사나 그냥 행인들 특히 '아저씨'들. 이들은 그렇지 않다. 날 너무 무시하고 하찮다는 듯이 본다. 사람들이 나 동안 동안인거 부럽다고 한다. 근데 같은 나이라도 내가 하면 무시하고 키크고 덩치 좋은, 아니 그냥 좀 노안인 친구 혹은 동기들이라도 말을 걸면 사람들은 절대 무시하지 않는다. 내가 그렇게 만만해보이나? 이런 사람들 난 정말 싫다. 지난 이야기 끝부분에도 이런 이야기가 잠깐 나왔지만, 처음엔 이런 사람들을 보고 굉장히 화가 나서 나도 그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세상을 대하기로 했었다. 사람들 대할 때 웃지 않고 무표정으로 싸가지 없게. 그네들처럼 말이다. 왜냐면 내가 착하고 친절하게 대하면 사람들은 날 자기 아랫사람 취급하듯, 호구 보듯 대하기 때문이다. 창도 형이 왜 그렇게 사람들한테 삐딱하게 대했는지 이 때 조금 이해가 됐다. 그 사람들도 살다보니까 그렇게 된거다 그냥 살다 보니까. 근데 여행 막바지에는 난 그렇게 하지 말자는 결론을 내렸다. 나를 아는 사람이라면 내가 세상에 맞추면서 살아가는거 싫어 하고 누구한테 비위맞추는거 싫어하는 것도 알거다. 근데 이런 식으로, 이런 쪽으로 변하는 건 세상이 싸가지 없다고 해서 나도 싸가지 없어져야지! 하며 맞춰가는 거 아닌가? 내가 진짜 싫어하는 세상에 맞춰나가는 짓을 진짜 나쁜 쪽으로 실천하는거다. 너네들은 그렇게 평생 삐딱하게 세상 살아라. 난 내 식대로 행복하게 웃으면서 죽을 때까지 이렇게 살거다. 근데 살아가면서 이런 상황이 굉장히 많을 텐데 그 때마다 이런 마음이 변하지 않을지 잘 모르겠다. 마음을 다잡는 수 밖에는 없을듯. 우리나라 여행 온 외국인들은 '한국인은 전부 찡그리고 화난 표정으로 거리를 돌아다니는 것 같다'고 말한다. 가장 불친절한 나라 중 하나라고도 생각하고. 반면 일본은 항상 웃고 친절하다고 한다. 고1때 일본 여행 갔을 때 내가 느끼기에도 그랬다. 사람들이 너무 친절하고 생글생글 웃어준다. 사람 말에 웃으면서 대꾸해주는게 얼마나 행복한건지 아마 모를거다.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이 상황도 외국인들의 그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말을 하면 사람들은 '쪽바리 걔들은 겉으로만 친절하고 실실거리지 속으로는 쌔까만 놈들이야'라고 한다. 지랄 좆까는 소리 말라고 해라. 마음이 시궁창인 놈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 또한 시궁창이다. 아무리 우리나라 시골 인심이 아무리 따뜻하다고 해도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면 아무 짝에도 쓰잘데기 없는거다. 강호동이 강심장인가 어디서 시골 인심은 대한민국의 보물이라고 했다. 내가 돌아다녀 본 결과 대한민국 보물 다 썩어 문드러졌다. 그 보물이 속이 아무리 아름답다고 한들 겉으로 보이기엔 한낱 돌덩어리밖에 안되면 그게 돌이지 보석이냐? 세공사란 직업이 괜히 뻘로 있는건 아니다. 그 원석 겉을 둘러싸고 있는 돌들을 깎아내고 다듬어서 안에 있는 아름다운 본모습을 드러낼 때 비로소 그게 보석이라고 인정 받을 수 있듯, 불친절하며 틱틱거리는 행동을 조금씩 걷어내고 아름다운 시골인심을 밖으로 내비쳐야 진짜 대한민국 보물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석이 왜 보석인지 사람들은 한번 잘 생각해봐야 한다.
 아무튼 사진박물관에 도착. 입장료 1000원인가로 기억한다. 원래 돌아다니면서 모은 입장권이나 버스,기차표 등 영수증이란 영수증은 다 모아놓고 정리할랬는데 막상 여행이 끝나니 너무 피곤하고 귀찮아서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없어진게 많다. 박물관에 들어갔더니 너무 시원했다. 아 여기가 무릉도원이요. 관람객도 나 혼자였다. ㅋ.ㅋ 
 박물관에서는 조선 제 6대 왕인 단종을 주제로 그의 생애를 중심으로 한 글과 그림 등을 전시하고 있었다. 영월의 유명 관광지 중 하나인 청령포가 바로 단종의 유배지였는데 이 때문에 단종에 관한 전시를 하고있었나보다.
 또 20세기 사진 역사를 국내와 해외로 나눠서 연대별로 설명해놨다. 이것저것 많았지만 내가 보기엔 그냥저냥 이었다. 대충 둘러보고 1층으로 다시 내려가려던 참에 복도 끝에 왠 컴퓨터 불빛이 보였다. 거기로 가보니 모니터에 2001년부터 2007년까지 (확실하진 않음) 사진 대회 비슷하게 1등부터 3등까지 쭉 사진을 볼 수 있게 화면을 띄워놨다. 심심하기도 하고 할것도 없어서 마우스로 까딱까딱 넘겨봤다. 동남아 사진도 나오고 영월 야경도 나오고 이것저것 나오더라. 그러던 중 한 할머니 사진이 흑백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냥 훑어보듯 넘겼다. 주무시는 모습도 있고 밥드시는 모습, 볼일 보는 모습 등이 나오길래 아무 생각없이 보고있었는데 갑자기 장례식 사진이 나오는거다. 그러면서 슬라이드가 끝난다. 헉! 이거 뭐지 하고 다시 그 사진들을 처음부터 봤다. 자세히 보니 사진이 넘어갈 수록 할머니께서 힘이 빠지고 숟가락도 제대로 못드신다. 아까 말한 주무시고 계시는 사진은 돌아가셔서 할머니 시체가 누워있는 사진이었다. 그 다음 사진이 바로 장례식 모습을 촬영한 사진이고. 한 할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전 한달 정도를 사진작가가 촬영한 것이었다. 그냥 어안이 벙벙. 이것에 대해서는 뭐라 따로 말하고 싶진 않다. 그냥 그 자리에서 할머니 좋은곳으로 가라고 기도했다는 것 정도만. 
 그렇게 박물관을 훑어본 다음에 쇼파 서너개가 이어진 곳에 누웠다. 진짜 시원하고 편하고 살이 뽀송뽀송한게 너무 좋았음. 사람들도 아무도 없어서 내가 전세낸것마냥 행동함. 전날 찜질방에서 사람들이 너무 떠들고 코고는 소리가 심해서 잠도 제대로 못잔 탓인지 딱 5분만 누워있자 했는데 그대로 잠들어서 30분을 누워있었다. 근데 그 30분이 그렇게 달 수가 없었다. 세상 모르고 잔듯. 나에게 행복한 잠자리를 제공해 준 사진박물관과는 여기서 ㅂㅂ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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