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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by TheStrok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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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꽤나 오래 걸어서 밥도 머고 이리저리 헤메고 항구, 배 구경하다가 백화점 공사하는것도 목 부러지게 구경하다가... 자갈치시장에 도착했다. 시장이 커보이긴 했는데 말로 들었던 것 만큼 어엄청 크진 않았다. 웬 건물 하나 세워놓고 거기에 싸그리 점포와 가게를 집어넣었다. 상상하던 그 널따란 시장바닥이 아니었음. 일단 그 건물 안으로 들어가봤다. 역시나 별거 없다. 그냥 그렇더라. 시장도 이제 점점 꺠끗해지고 편리해지고있다. 대형 마트와 경쟁해서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다. 분명 어쩔 수 없는건데 괜히 아쉽고 슬퍼진다. 대한민국에서 몇손가락 안에 드는 크기에, 둘째가라면 서러울 독특한 성질을 지닌 시장조차 이렇게 허무하게 망가져버린 모습을 보고나니 진짜 할말 없더라. 근데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본 뒤에 생각이 조금은 바뀔것도 같았다. 옥상에서 내려다 본 항구는 진짜 최고였다. 망원경도 있어서 멀리 있는건 가까이 땡겨볼 수도 있었다. 게다가 공짜다. 서울에선 돼지 콧구멍같은게 동전 넣으라고 떡 벌리고 있지만 여기선 아니다. 와 좋구먼. 망원경으로 부산 구석구석을 구경하고 배 위의 아저씨도 관찰하고 저 멀리 지나다니는 차도 구경했다. 망원경으로 본것도 좋지만 그냥 쌩 눈으로 봐도 진짜 멋졌다. 오히려 망원경을 통해 본것보다 더 굉장했다. 망원경이 관찰을 위한 것이라면 내 눈은 감상을 위한 것이었다. 배를 본건 정말 오랜만이었고 바닷물, 그냥 항구 자체를 본게 진짜 오랜만이었어! 다시한번 인간의 위대함에 감탄. 와.. 와.. 와.. 항구 반대 쪽으로 눈을 돌려보니 PIFF Zone이나 다른 건물들이 많았다. 국제시장도 있고 그냥 시장도 있고 아무튼 뭐라 설명 하지 못할 시장바닥?!?!이 쭉 깔려있었다. 우와... 좋다 저길 한번 가보는거야.
 다음 이동장소로 향하는 길에 장어, 조개구이, 막창 등등 내가 환장하는 음식들이 지천에 널려있었다. 으헝헝. 근데 신기하게도 고래고기란게 있다. 어? 헉. 고래고기? 와 무슨맛이지? 궁금하긴 했는데 별로 먹어보고싶진 않았다. 근데 고기를 팔만큼 고래가 많나? 진짜 고래는 아니겠지? 어,, 그럼 진짜 고래 말고 가짜 고래도 있냐?ㅋㅋ 아 몰라. 바다내음을 가득 안고 정겨운, 힘들어보이기도 하는 경상도 사투리를 들으며 국제시장을 향해 걷는다. 일단 PIFF Zone인가 뭐시기에 먼저 도착했다. 별거 없이 그냥 말 그대로 PIFF에 관해서 찔끔 보여주고 체험거리 몇개 두고 전시해놓고 돈 받아먹는곳이 분명하다. 별로 보고싶지도 않았고 쌩돈 버리긴 더더욱 싫었다. 걍 국제시장이나 돌아다닐참이여. 근데 국제시장 하니까 접때 디씨질 할때가 생각난다.국제시장에 가면 수입담배를 살 수 있다는것!
남대문 안간지도 거의 6개월이 다 돼가고 오랜만에 뇌 호강좀 시켜줄 겸 해서 담배나 사야지. 근데 너무 넓다. 진짜 드럽게 크고 위아래로 2,3층으로 쌓여있다. 여기서 담배 찾는건 진짜 말이 안되는거였다. (나중에 와서야 안거지만 수입담배를 파는곳은 국제시장이 아니라 깡통시장이랜다). 담배는 무슨 그냥 관두자 ㅋ

 담배 사는건 관두고 지하도에 왠지 뭔가 있을것만 같았다. 진짜로. 진짜 뭔가 있을거 같아서 일단 내려가봤다. 아니나다를까 지하도 쇼윈도엔 화가, 공예가들이 공방식으로 쭈욱 자기 점포 하나씩을 열어놓고 있었다. 거기서 자기가 직접 만든 작품들을 전시해놓기도 하고 팔기도 하고 한쪽에서는 계속 다른 작품을 만들고 있었다. 돗대기 시장마냥 막 붙잡고 팔 끌어당기면서 이것좀 봐라 저것좀 봐라 하는게 아닌 차분하고 조용한 미술관 분위기가 났다. 도자기, 손수건, 그림, 목걸이, 팔찌 같은 보기에 좋고 예쁜것들을 전시해놓고 작가들은 안에서 작업하고 있었다. 뭐 살만한 거 있나 싶어서 한번 슥~하고 보는데... 가격이 참... 좀 그렇더라. 그냥 평범한 크기와 색의 팔찌가 하나에 몇만원씩 한다. 어헐.. 이들의 노력과 열정을 무시하는건 아니지만 이건 좀 아니다 싶었다. 좀 둘러보다가 지하도를 나와서 다시 목적지 없이 신나게 걸어서 부산 속으로 고고 ㅋ
 계속 걷다보니 한 공원이 나왔다. 공원 이름이 정확하게 기억은 안나지만 꽤나 인상적이었다. 공원으로 들어서는 입구가 울창한 나무로 가득차있고 오른편에는 고등학교가 있는데 내가 서있는 곳에서 교실 안이 훤히 다 보인다. 여고였던거 같은데 흐흐..... ㅈㅅ 암튼 그 울창한 나무 길을 따라 계속 걷다보면 공원이 나온다. 커다란 시계도 있고 매점도 있고 그렇다. 이제보니 여기가 상당히 고지대에 위치해있다. 부산이 거의 한눈에 다 보였던걸로 기억. 여기 앉아서 또 담배 한대 피고 목말라서 물도 마시고 천천히 쉬었다. 슬슬 내려가봐야지 하고 내려가는데 계단이 뭐 이리 많어... 올땐 다른길로 와서 몰랐는데 이쪽은 완전 계단 작살난다. 내려가고있으니 망정이지 여길 올라오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아찔하다. 다시한번 이 공원의 위치를 실감하게 한 사건. 내려가는데 어디서 많이 들어보지 못한 언어가 쏼라쏼라 들린다. 으잉? 생긴것도 그렇고 말도 그렇고 저건 쪽바리다! 아니 그냥 그랬다고... 그런갑다 하고 계속 계단을 내려가는데 저어쪽 앞에서부터 죄다 쪽바리다. 어이고야. 표정이 다들 왜그래 계단 처음올라오는원숭이처럼 ㅋ
 이름모를 공원을 내려와서 또 슬슬 돌아다니는데 서울의 인사동같은 느낌이 물씬 풍기는 동네가 나왔다. 규모는 인사동보다 훨씬 컸다. 외국인들도 되게 많았고 전체적으로 뭔가 딱딱 정리가 돼있는, 깔끔한 전통 한옥으로 된 시장의 느낌이랄까. 시장 한쪽에는 냇가(비록 인공이지만)도 흐르고 이것저것 맛있는 간식들도 팔고 있었다. 참 느낌이 좋은 동네라서 룰루랄라 사람도 적당히 있었고 날씨도 나쁘지 않고 딱 좋았다. 사뿐사뿐 걸으면서 여기저기 구경하다보니 저어쪽에 '부산 근대사박물관'이란곳이 보인다.

 '오 저기 뭔가가 있을것만같아'하는 말도안되는 직감에, 사실은 에어컨바람을 좀 쐬고싶어서지만.. 뭐 일단 안으로 들어가봤다. 입장료도 없고 조용하고 깨끗하니 좋았다. 그때 한창 부산의 선각자인 xxx 특별전을 열고있었다. 이름은 기억이 안난다. 다른건 잘 기억이 안나는데 신분증을 보고 약간 노랐다. 와. 상상도 못할 생년월일을 봤다. 분명 87년생인데 1987이 아니라 1887이었다. 이거외엔 딱히 기억나는건 없고 그냥 이사람이 대단한 사람이었다는것과 아들들이 초대 부산대 총장, 연대 총장을 지냈다라는 것 정도. 박물관에선 그 외에 부산의 역사를 전시해놓고 있었다. 시대별로, 일제 강점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쭉 사진, 모형들로 전시해놨다. 내가 부산사람이거나 부산에 조금이라도 살았던 사람이라면 참 재밌었을 주제였다. 기억에 남는건 1950년대 번화가를 실물의 0.5배 크기로 만들어서 쭉 세워놓은것. 그 모형 건물 안에는 화과자도 있고 화장품도 있고 이것저것 신기한게 많았다. 나름 재밌었다. 그러고나서 방명록에 글도 남기고 사진도 찍고, 그래봤자 나 혼자밖에 없었지만... 물도 한컵 마신 후 박물관을 나왔다.
 부산의 과거를 뒤로 한 채 이제 슬슬 영도로 발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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