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사람은 돈을 벌어야 합니다. 돈 못 벌면 사람 취급 못 받습니다. 돈이 있어야 삶을 영위할 수 있으니까요. 돈 없으면 인간의 기본적인 생활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먹고 자고 입을 수 없습니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국가도 돈을 벌어야 합니다. 국가가 돈 못 벌면 국민이 굶고 영토 위험하고 주권 나가리 됩니다. 즉 돈 못 버는 사람은 의식주를 해결할 수 없으며 돈 못 버는 나라는 국민 영토 주권을 못 지킵니다. 그럼 대체 우리는, 국가는 뭘 어떻게 해야 그놈의 돈을 모을 수 있을까요? 그 방법을 적어둔 책이 국부론, The Wealth Of nations입니다. 우리 한번 국가를 부강하게 만드는 방법을 논해봅시다.
1. 돈 많이 벌려면 일단 많이 만들고 많이 팔아야 합니다. 장사의 기본입니다. 즉 재산을 늘리기 위해선 생산력을 높여야 합니다. 생산력은 물질적인 상품을 만드는 능력으로, 인간이 토지 위해서 일할 때 발생합니다. 아담 스미스는 이 생산력을 높이기 위한 최고의 방법으로 분업을 꼽습니다. 분업은 노동생산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립니다. 네 명이 각자 옷 핀을 하나씩 만드는 것보다 대가리, 몸통, 바늘 부분을 나눠 만드는 게 훨씬 빠르다는 얘깁니다. 분업이 크게 세 가지 효과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죠. 첫째, 노동자의 숙련도를 증가시켜 작업량을 늘립니다. 둘째, 다른 일로 옮겨갈 때의 시간을 크게 절약합니다. 셋째, 노동을 수월하게 하는 기계를 발명합니다(사람은 한가지 일에만 집중하다보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좀 더 편한 수단을 찾기 마련입니다). 분업이 잘 발달해 각종 생산물이 증가되는 사회는 최하층민까지 부유하게 살 수 있습니다. 평생 한 우물만 파는 장인처럼 각자가 자신의 노동생산물을 갖게 되고 시장에 대량으로 판매하면서 부를 얻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옷은 디자인, 재단, 미싱, 단추, 나염 등 수많은 제조과정을 거친 노동의 산물입니다. 많은 사람의 손을 거쳐 우리에게 들어오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물건을 사용하기에 사회 전체의 풍요가 증대됩니다. 분업은 다른 세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인간 사회만의 특성입니다. 사실 인간이 풍요를 기대하고 분업을 시작하진 않았습니다. 단지 물건을 서로 바꾸려는 교환성향 때문이었죠. 즉 내가 원하는 것을 주면 당신이 원하는 것을 주겠다는 서로의 이기심에서 탄생했습니다. 소크라테스와 신발장사꾼 사이에 교환이 없다면 두 사람은 각각 스스로 소를 길러 잡은 후 가죽으로 신발을 만들어야 하고 수십년 동안 공부해서 철학책을 만들어 읽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말도 안되는 짓거리를 할 바에 차라리 각자의 전문분야로 일을 나누고(分業) 생산물을 교환하자는 거죠.
분업의 정도는 시장의 크기에 따라 다릅니다. 작은 시장엔 이미 제품을 가진 사람도 많고 필요한 사람도 적습니다. 딱히 한 가지에만 집중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러니 돈도 조금 밖에 못 벌고 혼자 어지간한 일을 다 해야 합니다. 반면 대도시는 수요가 많은 만큼 판매량도 높기에 큰 돈을 벌 수 있습니다. 큰 시장의 조건을 만족하는 대도시에서 소도시보다 다양한 분업이 발생합니다. 이 시장의 조건은 교통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생산물이 아무리 많아도 교통이 불편하면 교환이 이루어지지 않으니까요. 옛날부터 고대문명 발상지는 모두 바다나 강을 끼고 있었습니다. 수운을 통해 어마어마한 양의 물건을 주고 받는 무역이 가능했습니다. 반면 이게 불가능했던 아프리카 내륙, 북부 아시아, 시베리아는 전 세대에 걸쳐 문명이 발달하지 못했습니다. 필요한 물건을 교환할 수 없으니 자급자족에 제자리걸음만 한 거죠.
=> 인간의 이기심에 의해 교환성향이 촉진되고 분업이 발생하며 이는 경제발전의 원동력이다.
2. 분업이 확립되면 자신이 생산한 물건의 일부를 다른 사람의 물건과 교환함으로써 필요한 물건을 얻습니다. 모든 개인은 교환에 의존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상인의 성격을 띠고 사회 전체는 상업사회로 나아갑니다. 하지만 물건을 교환하려 할 때 알맞은 상대가 없으면 교환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빵가게 주인이 자기 빵을 고기와 바꾸고 싶은데 푸줏간 주인이 이미 다른 곳에서 빵을 구한 상태라면 교환이 이루어지지 않는 거죠. 이 경우 각 생산자들은 타인이 거절하지 않을 어떤 것을 항상 지녀야 합니다. 그래서 탄생한 게 바로 화폐입니다. 화폐가 발달하기 전에는 가축, 소금, 조개껍질, 담배, 가죽 등을 사용했습니다. 그러다가 내구성이 강하고 손실이 거의 없는 금, 은, 철 등의 금속을 교환의 매개로 삼았습니다. 고대 스파르타는 철, 로마는 구리 등을 화폐로 삼았죠. 그러나 이런 금속화폐는 무게나 순도를 측정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금속을 녹여 감정하지 않는 이상 사기 당하기 쉽습니다. 순수 은인 줄 알았는데 철이 섞여있다든지 순수 금인 줄 알았는데 동이 섞여있다든지 식의 통수를 맞을 수 있거든요. 결국 문명이 발달한 나라들은 금속의 일정량에 도장을 새겨 사회 전체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자격을 불어넣었습니다. 이것이 주화 즉 동전의 기원입니다. 이제 화폐도 만들어졌으니 한번 교환을 해봅시다. 근데 웬걸 빵 얻을 때는 동전 하나면 충분했는데 고기 얻으려니까 동전 세 개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빵가게 주인은 억울합니다. 내 빵이 쟤 고기보다 가치가 없는 건지 싶어 성질이 뻗칩니다. 물건 가격에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뭘까요. 다시 말해 화폐 교환에는 어떤 법칙이 있을까요? 바로 사용가치와 교환가치 때문입니다. 사용가치는 물건의 효용을, 교환가치는 다른 물건과 바꿀 수 있는 힘을 의미합니다. 물은 모두가 필요하지만 다른 물건과 바꾸기는 어렵습니다(사용가치는 높지만 교환가치는 낮다). 반면 다이아몬드는 그닥 쓸 데가 없지만 많은 물건과 바꿀 수 있습니다(사용가치는 낮지만 교환가치는 높다). 사용가치는 측정하기 쉽습니다. 사람들의 요구나 필요에 의해 결정되니까요. 하지만 교환가치는 기준을 알기 어렵습니다. 아담 스미스는 교환가치를 결정하는 기준을 사람의 노동력으로 봤습니다. 우리 주변의 모든 물건은 사람의 노동으로 만들어집니다. 즉 상품의 가치는 노동의 양과 같습니다. 물건의 가격은 그것을 얻기 위해 사람들이 지불하는 수고와 노력을 의미합니다. 돈이 있으면 우리는 이런 수고와 노력을 안 해도 됩니다. 원시시대에 물건을 교환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수고해서 일을 해야 했습니다. 노동력이라는 구매화폐를 지불한 것이죠. 결국 재산을 가진 자의 힘은 노동에 대한 지배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 부유한지 가난한지 구분하는 기준은 그가 지배할 수 있는 노동의 양이 많은가 적은가에 달렸습니다. 재산의 많고 적음은 이 지배력과 타인의 노동을 구입할 수 있는 양에 비례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상품가치가 노동의 투입량만으로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서로 다른 두 작업을 하는 데 드는 노동시간만으로 상품가치를 측정할 수는 없으니까요. 다만 어느 정도 동등한 질의 노동은 노동자에게 동등한 가치가 있습니다. 보통의 건강 체력 숙련도를 가진 노동자의 노동 대가는 동일합니다. 원시사회에는 물건을 획득할 때 들인 노동의 양이 곧 교환의 법칙이었습니다. 사슴 잡는 데 든 노동이 토끼를 잡는 데 드는 노동시간의 두 배라면 사슴 한 마리의 가격은 토끼 두 마리와 같아야 합니다. 또한 생산물 전체가 노동자 소유이므로 그 상품을 생산하는 데 투입된 노동량과 구매, 교환하려는 노동량을 같게 하려 애씁니다. 내가 이 물건을 만드는 데 1만큼의 노력을 들였다면 내가 바꾸려 하는 물건도 1만큼의 노력이 투입된 것이길 원한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자본축적과 토지소유가 가능한 오늘날에는 얘기가 다릅니다. 자본가가 어떤 사업에 투자할 경우 그는 투자를 통해 발생할 이윤을 원합니다. 1을 투입했다고 1만 원하는 게 아니라 2, 3을 원한다는 말입니다. 위험부담이라는 모험이 끼어있으니까요. 자본가는 굳이 이런 모험을 안 하고 현상만 유지해도 충분히 먹고 삽니다. 그럼에도 리스크를 안고 신사업에 투자합니다. 이를 위해 100명을 고용하고 공장을 짓고 기계를 사들일 때 사업가는 여기서 특정 이윤이 탄생하길 원합니다. 이때 해당 공장 노동자들이 생산한 제품의 가격엔 그들의 임금 뿐 아니라 자본가의 이윤도 포함되어있습니다. 토지소유의 경우도 마찬가집니다. 토지가 사유재산이 되면서 지주들은 수익을 얻기 위해 지대를 요구하게 됐습니다. 땅을 공짜로 쓰게 할 수는 없으니까요. 노동자는 자기생산물의 일부를 지주에게 바칩니다. 이쯤되면 상품의 가격에 노동자의 임금, 자본가의 이윤, 지주의 지대가 포함됩니다. 따라서 이 셋은 모든 교환가치의 최초 원천이고 나머지 수입은 여기서 탄생합니다. 대개 문명국에서 교환가치가 오직 노동만으로 발생하는 상품은 드뭅니다. 대부분 지대와 이윤이 부과되어있죠. 따라서 한 나라에서 1년 간 노동이 생산한 상품들은 거기에 투입된 노동량보다 큽니다.
3. 각 사회에는 임금 이윤 지대의 평균이 존재합니다. 물가, 시급, 이자, 땅값이 그것이죠. 이때 그 사회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를 자연율이라 합니다. 특정 상품가격이 상품에 사용된 임금 이윤 지대에 맞게 결정될 때 자연율에 맞는다고 할 수 있고 그때의 가격을 자연가격이라 합니다. 그리고 그 상품이 실제로 판매되는 가격을 시장가격이라 합니다. 자연가격과 시장가격이 항상 같지는 않습니다. 유효수요 따라 다릅니다. 유효수요란 시장에 출품되는 상품들을 살 의사가 있는 사람들의 총 수요를 의미합니다. 상품 양이 유효수요보다 적다면 누군가는 비싼 값을 주고 상품을 사려할 것이고 상품가격은 상승합니다. 상품의 자연가격은 그대로지만 시장가격은 오르는 것입니다. 자연가격과 시장가격은 공급되는 상품의 양과 유효수요의 관계에 따라 끊임없이 조정됩니다. 보통 시장가격은 자연가격을 향해 움직이지만 예외도 있습니다. 어떤 때는 시장가격이 자연가격보다 훨씬 높게 유지됩니다. 첫째, 시장가격이 올랐는데 공급자가 상승원인을 비밀로 했을 때. 둘째, 시장을 독점하는 경우, 특히 시장을 끊임없이 공급부족 상태로 유지하여 유효수요를 완전히 충족시키지 않을 때. 셋째, 행정규제를 통한 동업조합(길드)의 배타적 특권. 중세 유럽의 이 제도는 특정 직종의 경쟁자수를 제한했습니다. 유효수요가 증가해도 그 직종에 들어가 장사를 할 수 없는 것입니다. 길드회원만 특정상품을 팔 수 있었기에 독점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자연가격은 임금 이윤 지대의 자연율에 달렸습니다. 노동으로 생산된 물건엔 노동력(임금)과 땅, 공장 주인의 이익(지대 이윤)가 포함되있으니까요.
(1) 임금. 임금은 노동자와 고용주 사이의 계약으로 정해집니다. 노동자는 가능한 많이 받으려 하고 고용주는 가능한 적게 주려 합니다. 이때 보통 고용주가 유리합니다. 노동자들은 숫자가 많아서 연합하기 어렵지만 고용주는 숫자가 적어서 쉽게 연합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임금을 일정수준 이하로 떨어뜨릴 순 없습니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는 최소한의 비용이 들고 이 최소한의 선을 지키지 못하면 노동자는 모두 떠나니까요. 나라경제가 좋아져서 노동자가 더 필요해지면 고용주는 높은 임금을 지불합니다. 다른 회사에 노동력을 빼앗기면 우리 공장은 일할 사람이 없으니까요. 여기서 고용주끼리의 경쟁이 일어납니다. 노동자 임금이 상승한다는 건 그 나라의 재산이 증가한다는 뜻입니다. 노동자의 생활물자가 부족한 것은 나라가 정체되어있다는 징조이며 노동자가 굶주리고 있다는 건 나라가 후퇴하고 있는 증거입니다.
(2) 이윤. 자본증가는 임금을 인상시키지만 이윤을 감소시킬 수도 있습니다. 여러 사업가가 동일한 사업에 투자하면 서로의 경쟁으로 인해 이윤이 점점 떨어집니다. 이윤을 결정하는 요소는 너무 많아서 평균 이윤을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상품가격을 얼마로 할지, 경쟁자가 어떤 전략을 취할지, 소비자의 취향은 어떤지 등 수많은 요인이 매일 매 시간 이윤에 영향을 미칩니다. 다만 이윤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돈의 이자율을 알아보면 됩니다. 사람들은 돈을 빌려서 사용하기 때문에 큰 이익이 나면 많은 이자를, 작은 이익에는 작은 이자를 지불합니다(=시장의 이자율이 상승하면 자본의 이윤도 상승하고 이자율이 하락하면 자본의 이윤도 하락한다). 일반적으로 대도시는 시골보다 많은 자본이 필요합니다. 각 사업분야에 수많은 경쟁자들이 있으니까요. 판매자는 서로의 가격 경쟁력 때문에 상품가격을 낮추고 이에 따라 이윤이 떨어집니다. 도시는 시골보다 노동자가 많이 필요해서 임금도 높습니다. 모든 사람을 고용할 자본이 충분하지 않은 시골에서는 직장을 얻기 위해 경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따라서 노동임금이 하락하고 자본이윤이 상승합니다. 이때 상품가격을 높이는 건 임금보다 이윤입니다. 임금을 2% 올릴 때는 그만큼만 상품가격을 올리면 되지만 이윤을 2% 올릴 땐 모든 제조과정을 분석해야 합니다.
(3) 지대. 임금이나 이윤이 투입된 노동과 자본의 양에 달렸다면 지대는 토지에서 생산된 물건의 판매량에 따라 결정됩니다. 임금과 이윤은 가격의 원인이지만 지대는 결과입니다. 토지생산물 중에는 항상 지대를 발생시키는 것(식량)과 그렇지 않은 것(옷, 주거생산물)이 있습니다. 전자는 인간이 항상 필요한 물건이기에 언제나 수요가 존재하여 항상 지대를 발생시킵니다. 비옥한 토지는 척박한 토지보다 생산력이 높기 때문에 지대가 높습니다. 도시의 토지는 비옥도가 떨어지지만 사용가치가 높고 상품의 운송비를 낮춰주기에 지대가 높습니다. 옷, 주택의 재료 같은 물건은 항상 지대를 제공하진 않습니다. 이 둘은 언제나 공급과잉 상태이기 때문에 지주들에게 지대를 제공하지 못합니다. 만약 토지 생산성이 높아져서 사회 전체에 식량공급이 충분해지면 사람들은 자신의 다른 욕망을 충족시키는 일에 종사할 것입니다. 식욕이 채워진 부자들은 옷 주택 마차에 대한 욕망이 늘어납니다. 이에 따라 가난한 사람들은 식량을 확실히 얻기 위해 부자들의 욕구를 만족시키려 하고 이런 상품을 생산하는 토지에서는 지대가 나옵니다. 이렇게 사회가 발전하면 직간접적으로 토지의 지대를 인상해 지주들의 부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여기에 토지를 개량하여 경작을 확대하면 지대도 증가하고 생산량도 증가해서 지주 몫도 커집니다. 한편 노동의 생산력이 증가하면 제조품의 가격이 내려갑니다(공급 증가) 이럴 경우 지주는 자기 토지의 생산물 가격이 같아도 더 많은 물건을 살 수 있습니다. 사회진보에 의한 제조품 가격하락은 지대를 상대적으로 증대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입니다. 또한 사회의 부의 증가로 노동인구가 증가하면 더 많은 사람이 토지경작에 투입되어 토지생산물이 증가합니다.
=>한 나라의 연간 생산물의 증가는 토지의 지대, 노동의 임금, 자본의 이윤으로 나뉜다. 이는 각각 지주 노동자 자본가의 수입을 구성한다.
4. 이상이 지대 임금 이윤에 관한 설명입니다. 그럼 이걸 갖고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우선 부의 자연적인 진행과정, 국부가 증가하는 과정을 봐야 합니다. 도시와 농촌의 관계부터 시작합시다. 농촌은 도시에 원료를, 도시는 농촌에 제조품을 공급합니다. 농촌은 잉여생산물을 도시 시장에 팝니다. 도시 주민의 수와 수입이 클수록 장사할 수 있는 시장 역시 커집니다. 국내에서 소비하고 남은 상품이 있으면 해외에 수출합니다. 이처럼 산업은 농업->제조업->무역 순으로 발전합니다.
과거 유럽에서 로마제국 멸망 후 모든 토지는 소수의 대지주가 독점했습니다. 토지를 상속할 때 장자상속법이 도입되면서 소수 대지주의 토지 독점은 굳어집니다. 이런 제도에서는 대지주가 토지를 개량해 토지생산량을 늘리지 않습니다. 권력만 유지하면 노예들이 알아서 돈 벌어다 주는데 굳이 뭐한다고 확대합니까. 농부들은 급료를 받았지만 초과이익은 모두 주인에게 빼앗겼고 농사 외에도 지주를 위해 여러 서비스와 노동을 제공해야 했습니다. 여기저기 떠도는 신세에 대지주의 농장을 통과할 때마다 각종 세금을 내야했죠. 반면 도시의 시민은 자유와 독립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왕의 세금 수입과 관련이 있습니다. 당시 왕은 도시의 행정 장관들에게 대신 세금을 걷게 하여 세수권을 영구히 시민들에게 이양했습니다. 자유도시 시민은 자유시민 자유상인 등으로 불렸습니다. 이런 도시들은 자치단체를 조직해 자기들만의 시의회 행정기구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방어를 위해 성을 짓고 모든 시민들에게 군사 훈련을 시켜 군대를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도시는 자유와 안전이 보장된 반면 농촌의 농부는 토지 소유자들의 온갖 폭력에 시달렸습니다. 농부들은 필요 이상을 생산하지 않았습니다. 생산해봤자 다 빼앗기니까요. 그래서 농촌 사람들은 몰래 돈을 모아 죄다 도시로 도피합니다. 시골에서는 식량, 제조업의 원료 등을 농촌에서 얻어야했지만 바다나 강을 낀 도시는 꼭 그럴 필요가 없었습니다. 무역을 하면 되니까요. 이렇게 상업도시 주민들은 다른 나라의 제조품 사치품을 수입하여 농촌 지주들의 토지생산물과 교환할 수 있었습니다. 제조품 수요가 늘자 도시 상인은 운송비를 절약하기 위해 국내에서도 같은 상품을 만들기 시작했고 이것이 도시 제조업을 발달시켰습니다. 상업과 제조업의 발달로 도시의 부는 증가했고 도시 주변의 농촌 발전에도 기여했습니다. 우선 도시는 농촌에 크고 편리한 시장을 제공했습니다. 도시 근처 농촌은 먼 도시 농촌보다 운송비가 절약되기에 그만큼 이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도시민들은 늘어난 재산으로 농지를 구입해 토지를 개량했습니다. 본래 상인들은 지주가 되려는 욕심이 있었고 자본을 투자해 이윤을 내는 법을 아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반면 지주들은 소비만 좋아하고 투자는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상인들은 이익이 생긴다고 생각되면 과감하게 투자했기에 도시에서 농촌으로의 자본이동이 가능했습니다. 상공업과 제조업은 농촌주민들에게 질서와 정치, 자유와 안전을 가르쳤습니다. 영주들의 노예와 같던 농촌 주민들은 상공업으로 인해 계몽된 상태로 변모했습니다. 무역과 제조업의 발달은 대지주들에게도 큰 변화를 일으킵니다. 대지주들은 새로운 물건이 나타나자 스스로의 재산을 소비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됐고 하인을 고용하는 대신 다이아몬드 같은 사치품들을 사들였습니다. 대지주가 욕심을 만족시키기 위해 지대 인상을 요구하자 도시 경작자들은 장기계약을 조건으로 내걸었습니다. 이렇게 둘의 계약관계는 점차 동등해집니다. 대지주들이 사치품을 수집하는 취미 때문에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권한을 팔아버린 것이지요. 결국 사회 변혁에는 별 관심 없는 두 계급에 의해 사회가 변혁을 맞이했습니다. 대지주는 자신의 허영심을 만족시키고 싶었고 상인과 제조업자들은 자기 이익만 좇아 부지런히 행동했을 뿐입니다. 유럽 도시의 상업 제조업 발달은 농촌의 발전 결과가 아니라 원인이었습니다.
5. 봉건시대에는 토지를 많이 소유하는 게 부의 척도였습니다. 하지만 화폐가 널리 유통되면서는 금과 은 화폐를 소유한 사람이 부자로 여겨졌죠(중상주의). 중상주의자들은 금과 은이 국부의 원천이라 봤습니다. 금과 은을 끌어모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수입은 규제하고 수출은 장려하는 정책을 취합니다. 이런 정책은 자연적인 분업구조를 왜곡합니다. 수입제한조치는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물건을 수입할 때 높은 관세를 부과하거나 아예 금지하는 방법입니다. 이는 특정산업이 국내시장을 독점할 수 있게 만듭니다. 원가 5만원 짜리 구두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 소수의 부자들은 외제신발을 살 수 있지만 그 외 대부분은 국산만 신을 수 있고 국내 신발회사는 국내시장을 독점합니다. 새로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은 국내신발산업이 정부의 보호를 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죄다 여기로 몰릴 것입니다. 결국 과잉공급이 발생하여 사회 전체적으론 손실입니다. 투자자들은 최대 가치와 이윤을 낼 수 있는 곳에 투자합니다. 자기 자본을 어디 투자해야 가장 큰 돈을 벌 수 있는지 고민합니다. 사회 전체의 이익에는 큰 관심이 없습니다. 인간의 투자목적은 오직 자신이 얼마나 안전하게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느냐에 있지, 얼마나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느냐에 있지 않습니다. 인간을 움직이는 힘은 이기심입니다. 국가가 억압하여 공적이익을 추구하게 하는 것은 도리어 해가 됩니다. 물론 국내 산업을 보호하는 정책이 필요한 곳이 있습니다. 바로 국방을 위할 때입니다. 영국의 해군력은 선박이나 선원에 크게 의존합니다. 과거 항해법은 유럽 이외 나라의 상품들을 영국으로 운반할 때 반드시 영국 선박을 이용하도록 규정했습니다. 이러한 독점 덕분에 영국 선박과 선원의 규모가 크게 커질 수 있었습니다. 이들은 상비 해군력이 되어 전시에는 영해를 지키는 데 동원됩니다. 섬나라로서는 매우 큰 이점입니다. 아담 스미스는 이런 보호정책이 자유무역과는 반대되지만 국방이 국부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매우 지혜로운 정책이라고 봤습니다.
특정 국가와의 무역에서 적자를 본다고 해서 그들의 상품 수입에 제한을 가하는 건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개별국가와의 무역으로 적자가 생겼어도 무역 전체의 적자를 가져오진 않습니다. 오히려 프랑스에서 들여온 수입품을 식민지인 동인도나 아메리카로 재수출하면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도 있습니다. 영국과 프랑스가 각각 면직물과 와인을 서로 수출하면 양국이 무역으로 균형을 이루었다 해도 수출하기 위해 들인 자본과 노동의 양의 증가 덕에 결과적으로 양국 모두 국가의 부와 가치가 증가합니다. 북아메리카 시장을 독점하면서 프랑스와의 무역을 제한하는 것도 불합리합니다. 북아메리카 인구는 300만 밖에 되지 않지만 프랑스는 2400만입니다. 8배 큰 시장입니다. 거리도 가깝습니다. 단순 계산으로도 북아메리카보다 프랑스와 교역하는 것이 24배 이득이란 결론입니다.
무역의 이익은 단순히 금 은 화폐를 얻는 데서 오지 않습니다. 무역의 힘은 한 나라에서 생산된 물건 중 국내에서 다 사용하지 못하는 물건을 외국에 수출하고 필요한 물건을 가져오는데 있습니다. 무역을 통해 국가의 생산력을 극대화하고 사회의 수입을 증가시키는 것입니다. 아메리카 대륙은 유럽의 모든 상품에 대한 새로운 시장을 열었습니다. 유럽시장에는 없었던 산업이 탄생함으로써 새로운 분업과 기술 발달이 이루어졌고 유럽 모든 국가에서 생산물이 증가하며 각 국민의 수입과 부도 증가했습니다. 동인도로 가는 길이 열리며 중국 일본 같은 나라의 종이나 도자기 산업이 도입되기도 했습니다. 문명국끼리의 무역은 언제나 더 큰 가치를 교환합니다. 그렇다면 국가가 무역을 더 활발하게 하기 위해선 뭐가 필요할까요. 자기 제품을 원하는 때에 팔고 필요한 물건을 맘대로 사올 수 있는 그런 무언가가 있어야 합니다!! 그게 뭘까요 대체. 뭐긴 뭐야 식민지지.
고대 그리스는 인구증가에 따라 새로운 거주지가 필요하여 소아시아, 에게 해 식민지를 개척했습니다. 로마는 일반시민들도 토지를 소유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새 땅을 찾아 나섰습니다. 역사적으로 영국의 식민지는 다른 곳 보다 빨리 발전했습니다. 억압하지 않고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해줬거든요. 영국 식민지에서는 토지분할, 매매가 가능했습니다. 때문에 땅을 자유롭게 개간하여 많은 생산물을 공급했죠. 세금도 적어서 저축이나 고용도 활발했습니다. 소비하고 남은 생산물도 자유롭게 수출할 수 있었습니다. 원주민들만의 의회가 있었고 입법, 행정권도 가지고 있어서 영국 국민들의 자유와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물론 식민지에 대한 독점력은 다른 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농업 이외의 산업 즉 본국과 경쟁할 수 있는 제강 모직물 산업 등은 억압되고 금지됐습니다. 유럽국가들은 아메리카의 발견에 자극받아 식민지 개척에 열을 올립니다. 일반적으로는 자국이 소비하고 남은 상품을 팔만한 넓은 시장을 챙기고 세금을 걷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영국은 반대로 재정지출만 늘었습니다. 식민지에 부과하는 세금이 식민지를 위해 지출되는 경비에 미치지 못해섭니다. 처음에 식민지와 무역독점을 할 수 있었던 영국인들은 독점권을 이용해 물건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팔 수 있었습니다. 그러자 원래 다른 유럽국가와 무역을 하던 영국인들도 식민지로 몰려들어 유럽국가와의 무역은 위축되고 식민지와의 무역만 증가했습니다. 그 결과 자본과 노동이 식민지에 과잉투자되어 장기적으로 임금과 이윤을 떨어뜨렸습니다. 만약 인근 유럽국, 지중해 연안국으로 수출되고 난 나머지가 아메리카 대륙을 향한다면 노동과 자본에 분업구조가 형성되어 생산력이 향상될 것입니다. 이 생산성 향상은 다시 인근국과의 무역을 늘리고 식민지와의 무역도 증가시키는 선순환고리를 구축합니다.
이 무역을 이용해 국가에 조금이라도 더 이익을 끌어오려 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중상주의자들입니다. 그들의 원래 목적은 수출을 장려하고 수입을 억제하여 한 나라의 부를 증가시키는 것이었습니다. 비싼 완성품을 수입하지 않고 값싼 원료를 수입해 직접 상품을 만들기 위함이었죠. 대규모 제조업자는 정부에 압력을 넣어 완제품 수입에 중과세를 부과하고 완제품 수출에는 장려금을 주도록 했습니다. 또한 원료수입은 장려했습니다. 원료가 자유롭게 수입되니 국내 원료생산자는 수입원료와 경쟁을 했고 원료가격이 점점 떨어집니다. 반면 원료수출을 높은 관세로 억제했습니다. 이러면 대규모 제조업자가 원료의 독점구매자가 됩니다. 근데 막는다고 막을 수 있나요. 해외에서 인기가 많은 원료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국외로 빠져나가기 마련입니다. 밀수가 성행하는 거죠. 한편 완제품 수출에 장려금을 지급하는 것은 국내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혔습니다. 정부에서 지불하는 장려금에는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니까요. 생산자의 이익을 위해 소비자가 희생하는 꼴입니다. 국가정책이 소비가 아닌 생산에 맞춰지기도 합니다. 이쯤되면 소비할 사람은 없고 생산만 계속되는 과잉생산이 발생합니다.
중상주의자들의 삽질 때문에 끊임없이 문제가 터지자 이번엔 중농주의자들이 득세합니다. 그들은 인간이 노동으로 식량, 상품을 생산하고 유통시켜 사회라는 육체를 성장시킨다고 얘기합니다. 토지와 노동의 생산물이 진정한 국부이고 이 생산물이 가공 유통되어 사회 전체는 생산을 반복할 수 있습니다. 중농주의는 토지 노동생산물에 공헌하는 사람들을 세 계급(지주 농부 상공업자)으로 분류합니다. 지주는 임대료나 토지개량 등으로 생산량에 공헌하는 사람이며 농부는 직접 토지를 경작하는 사람(농사 비용, 투자 자본에 대한 이윤)입니다. 중농주의에 따르면 상공업자들은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지 않고 자신과 고용인의 생활을 유지할 정도의 가치만 생산하기에 생산적이지 않은 계급입니다. 따라서 자기 소비중 일부를 절약하지 않는 이상 사회 전체의 소득은 증가하지 않습니다. 물론 그들의 노동으로 지주나 농부가 필요한 외국 상품과 국내 상품을 구할 수 있기에 크게 유용한 집단이긴 합니다. 이들의 자유가 클수록 외국 재화와 국내상품을 싸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의 노동을 제한하고 지주와 농부를 억압하는 것은 이익이 되지 않습니다. 결국 생산계급인 지주, 농부와 비생산계급인 상공업자들 간의 완전한 자유와 평등을 이루는 것이 모두에게 최고의 번영을 가져다 줍니다. 중농주의는 농업국에 부족한 상공업자를 제공하고 중요한 물자를 효과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자유무역이라고 얘기합니다. 따라서 농업국이 상공업자들을 육성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른 모든 나라의 상공업자들에게 완전한 자유무역을 허용하는 것입니다. 농업국이 높은 관세를 부과하거나 무역을 억압하면 외국상품과 모든 제조품 가격을 상승시킵니다. 자기 나라 토지에서 생산된 농산물의 상대가치를 떨어뜨리기도 합니다.
아담 스미스는 중농주의가 분명 독창적이고 탄탄한 학설이라고 얘기합니다. 하지만 몇몇 부분에서 그들의 주장에 반대합니다. 우선 상공업자들은 비생산적인 계급이 아니라고 합니다. 농업에 비해 생산력이 떨어지긴 하지만 매년 일정 가치를 생산하면서 자본을 지속적으로 유지합니다. 상공업 종사자를 농업종사자의 하인 취급 하면 안 됩니다. 하인의 노동은 주인을 위해 사용되고 사라지지만 상공업자의 노동은 판매 가능한 상품이 됩니다. 또한 상공업자가 절약하지 않고는 사회의 부를 증가시킬 수 없다는 데도 동의하지 않습니다. 노동의 연간생산물은 동원 가능한 노동생산력에 달려있습니다. 상공업자의 노동은 농부의 노동보다 분업화 되어 있어서 노동 생산력이 더 높을 수 있습니다. 농업종사자보다 더 많이 저축한다면 더 많은 상공업자를 고용할 수 있기에 사회의 부를 증대시키는 데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저자는 사회계급을 지주 농부 상공업자가 아닌 지주 자본가 노동자로 분류합니다.
6. 인위적 간섭이나 특혜가 모두 폐지되면 자연적 자유제도는 스스로 확립됩니다. 국민과 산업은 자유롭게 이익을 추구하며, 국가는 노동이나 산업을 지휘하는 의무에서 해방됩니다. 이 상태에서 국가가 할 일은 외국의 침입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엄정한 사법질서를 확립하며 공공사업과 공공시설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비용은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합니다. 그 혜택을 받을 사람들이 국민이니까요. 민간경제는 민간에 맡기고 정부는 국방 사법 공공시설을 유지하는 역할을 맡으면 서로의 분업이 가능해집니다.
(1)국방
문명국의 전쟁에는 분업이 필요합니다. 전쟁을 전담하는 하나의 사회직업을 탄생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수렵사회에서 사회구성원들은 사냥꾼인 동시에 전투에 참가하는 병사였습니다. 유목민은 개개인이 전사이자 국민입니다. 평시에도 이동생활에 익숙해져 있어서 전쟁이 터지면 쉽게 전투에 참가하여 각자의 역할을 해냅니다. 하지만 문명사회에서 농민이나 제조업자들은 각자의 일 때문에 바쁩니다. 군사훈련에 소홀해지고 전쟁에 관심을 갖기 어려워지죠. 그래서 국가는 군인이라는 직업을 별도로 육성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여기엔 크게 두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 민병제도. 직업에 관계없이 적령기의 시민에게 군사훈련을 받게 하는 제도입니다. 둘째 상비군제도. 일정 수의 시민을 고용해 항상 군사훈련을 시키는 방법 즉 군인을 독립적인 직업으로 만드는 방법입니다. 민병제의 군인은 군인보다는 상인 농부 노동자의 성격이 강하고 상비군제의 군인은 군인으로서의 성격이 강합니다. 당연히 민병대는 상비군보다 전투력이 떨어집니다. 어떤 나라든 문명을 보존하려면 상비군에 의존해야 합니다.
국가가 발전할수록 국방비도 커집니다. 전시에는 군인 동원비가 발생하고 평시에도 일정수의 군인을 유지해야 하니까요. 무기 역시 점점 비싸집니다. 전쟁에서 무기가 차지하는 비용은 매우 큽니다. 이를 감당하기 위해선 연구, 개발 등을 세분화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a부대는 기폭장치를, b 부대는 발사대를, c 부대는 폭발력을 연구하는 식으로요. 무기의 발명이 얼핏 보기엔 해로워 보이지만 문명을 보존하는 데는 확실히 유리합니다. 국방비는 사회 문명이 발달함에 따라 증대하고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것입니다.
(2)사법
정부의 두번째 의무는 국민 개인을 다른 개인의 불법이나 억압으로부터 보호하는 데 있습니다. 재판의 엄정한 시행을 확립하는 것입니다. 수렵민족에겐 재산이라는 것도, 재판의 정규적 운영도 없었습니다. 어차피 다들 가난합니다. 거기서의 상호침해는 신뢰나 명성에만 영향을 끼칩니다. 정도도 심각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엔 다릅니다. 부자와 빈자가 구분되는 사회에서는 자기 재산을 도둑맞는 일이 많습니다. 이런 부당한 침해로부터 보호받기 위해서는 사법권이 필요합니다.
근대 사회 확립 전 통치자에게 사법권은 수입의 원천이었습니다. 왕이나 통치자에게 재판을 청하는 사람은 언제나 재판에 돈을 지불해야 했고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상대방 뿐 아니라 판결자에게도 벌금을 내야 했습니다. 판결자들을 피곤하게 했다는 이유에서요. 이렇게 되면 뇌물 크기에 따라 판결이 결정되고 유무죄가 바뀌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이러한 부패는 정부가 국방비 증대로 각종 세금을 거두면서 감소합니다. 국민들이 자신의 안전을 위해 여러 세금을 부담하는 대신 통치자에게 뇌물을 받지 말라고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재판관에겐 일정한 급료가 지급되기 시작했습니다. 사법권이 행정권에서 독립된 것이지요. 사법권과 행정권이 통합되어 있을 때는 재판이 정치에 종속되어 있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국익을 우선시하다가 사익이 희생됩니다. 모든 개인이 권리를 안전하게 누리기 위해서는 사법권이 행정권으로부터 분리 독립되어야 합니다. 재판관은 행정부의 기분에 따라 면직되어선 안 되고 재판관 급료 역시 행정부에 의해 좌지우지 되지 말아야 합니다.
(3)공공시설
정부의 세번째 의무는 공공사업과 공공시설의 운영입니다. 이들은 사회 전체에 큰 이익을 주지만 개인이 비용을 대고 유지할 수 없습니다. 국방, 사법을 포함해 상업 장려, 교육 증진, 기반시설 건설 등의 사업들입니다. 이 비용은 국가의 연간생산물이 증가함에 따라 커집니다. 공공사업비를 국가의 세금으로 낼 필요는 없습니다. 도로 다리 운하 등을 건설하는 비용은 통행료를 거두어 충당이 가능합니다. 통행료를 지불한 운송자는 통행료만큼 상품에 덧붙이겠지만 공공사업 덕분에 세워진 다리 도로 덕분에 수송비가 줄어듭니다. 따라서 통행료는 상품가격에 큰 변화를 주지 않습니다. 사치스러운 마차에는 통행료를 많이 붙여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습니다. 도로 다리 운하가 이런 식으로 운영되면 상업적으로 필요한 곳에만 건설될 수 있습니다. 아무데나 지어서 통행료만 물면 안 됩니다. 일각에서는 통행료를 국가 긴급상황에만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항상 지불하면 유지, 보수비 보다 많은 돈이 쌓이니까요. 하지만 만약 통행료가 국가 긴급상황에만 사용되면 긴급지출비용도 증가해서 통행료가 상승합니다. 이는 수송비를 크게 높이고 상품 시장을 위축시켜 산업의 몰락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도로의 유지 보수라는 단일 목적으로 사용될 때는 공평하지만 긴급상황이라는 목적으로 사용되면 불공평한 세금이 될 수 있습니다.
무게에 비례해 통행료를 부과하는 것은 가난한 사람에게 불리합니다. 보통 비싸고 가벼운 상품은 부자들이 많이 가졌고 싸고 무거운 물건은 가난한 사람들이 많이 가졌기 때문입니다. 가난한 사람이 국가의 긴급재정비용을 부담하는 꼴입니다.
특수 상업 분야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특수한 시설과 비용이 요구됩니다. 동인도 회사를 위해 인도에 요새를 세우게 한 일이나 터키 회사의 무역을 돕기 위해 이스탄불 상주 대사를 둔 일 등이 그렇죠. 일반적으로 정부는 무역을 보호하는 게 국방상 필수적이라고 봤고 행정 당국의 의무라고 봤습니다. 특수회사들은 정부와 의회를 설득하여 한정된 일부를 위임받아 배타적 특권을 갖게 됐습니다. 물론 이들 회사는 국가 대신 비용과 노력을 지불해가며 새로운 무역 분야를 개척했지만 결국 국가로 하여금 특정 영역을 편애하게 하여 나머지 영역에 손실을 입혔습니다.
교육기관은 수업료, 사례금 등으로 충분한 수입을 올릴 수 있습니다. 기부금을 받아 스스로 시설을 유지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기부재산이 교육기관의 본래 목적을 촉진했는지, 선생의 능력을 발전시켰는지는 의문입니다. 노동자는 노력을 해야한다고 느낄 때 노력합니다. 대학의 기부금 때문에 이 노력의 필요성이 감소하는 듯합니다. 굳이 힘들게 일하지 않아도 기부금으로 월급이 잘 들어오니까요. 선생의 보수가 전적으로 수업료에 의존한다면 실력과 평판이 수입과 직결되기에 일에 훨씬 열정적으로 매달릴 것입니다. 학교의 자유경쟁은 질 좋은 교육을 사회에 공급합니다. 발달한 상업사회에서는 교육이 더더욱 중요합니다. 부와 지위를 가진 사람과는 달리 서민은 교육받을 여유와 비용이 없습니다. 충분한 교육은 어려워도 필수적인 교육만큼은 받게 해야 합니다. 국가가 시민을 가르침으로써 얻는 이익은 무궁무진합니다. 미신이나 유언비어, 선동이 쉽게 퍼지지 않으며 판단력과 예의 준법정신을 갖춘 국민을 기를 수 있습니다. 자유가 보장된 나라에서 교육받은 국민은 선동적이나 당파적인 행동에 빠지지 않아 정치적 안정에 큰 도움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국가가 지출하는 경비를 조달하는 방법입니다. 첫째, 국가 소유의 토지 자본에서 나오는 수입입니다. 둘째, 세금. 국민은 국가의 공공비용을 지출하기 위해 각자 소득의 일부를 납부해야 합니다. 공공시설, 국방, 사법 등의 혜택을 받는 사람이 바로 국민이니까요. 각 개인의 소득은 지대 이윤 임금에서 나옵니다. 여기에 각각 지대세 이윤세 임금세를 붙여 돈을 걷습니다. 그리고 기타 모든 수입에 부과되는 것으로 필수품에 대한 소비세, 사치품에 대한 소비세, 관세 등을 붙입니다. 이 조세에는 네 원칙이 있습니다.
첫째, 백성들은 자신의 능력에 비례해 세금을 부담한다.
둘째, 조세의 지불시기 방법 금액은 분명해야 한다. 즉 확정적이어야 한다.
셋째, 세금은 납세자가 가장 지불하기 편한 시간에 징수되어야 한다.
넷째, 국민 주머니에서 나오는 금액과 국가 금고에 들어가는 금액에 큰 차이가 없어야 한다.
이들은 생산이나 경작에 해가 되지 않는 방법으로 부과되어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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