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릿팝의 아버지인 동시에 자신의 입으로 그를 낙태시킨 장본인, 2011년 브릿어워즈의 공로상 수상팀, 오아시스의 라이벌, 2012런던올림픽 예술감독 등 수많은 말로 블러를 수식하지만 난 이들을 이렇게 설명하고싶다. '영국 사운드의 확장 그리고 그 정점에 놓인 밴드' 블러는 동시대의 다른 밴드들과는 달리 노동자계급도 아니었고 집안이 소위말하는 못사는것도 아니였다는점을 염두해두고 이 글을 읽길 바란다. 그들의 명반중 하나로 꼽히는 '대탈주'를 어떤 계기로 듣게됐는지는 잘 모르겠다. 여느 좋은 음악과 뮤지션들을 접할때가 잘 기억이 안나듯말이다. 첫번째 트랙에서 그들은 자신들의 위대한 탈출을 위한 밑바탕을 깔아놓는다. 반복되는 외침은 신기하게도 질리질 않는다. 그뒤에는 커다란 종이 연상되는 땡 하는, 각성의 의미라도 되는듯한 소리와 함께 락 역사에 길이남을 'country house'가 이어진다. 신나는 사운드와 뿜빠뿜빠 하는 트럼펫 소리는 경쾌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그 가사, 속내는 염세적인 대화로 가득차있다. 당신의 그 위선과 정신적 비이상으로 가득한 일상을 탈출해서 시골로 거처를 옮기라는 현시대와 이 지긋지긋한 자본주의 정신에 반기를 드는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허세부리지말라고 그래봤자 너는 세속에 찌든 사회인일뿐이라고. 그리고 이어지는 트랙에서는 한박자쉬고 가라는듯 매력적인 보컬로 읊조리는 'Best Days'가 이어진다. 평화로운 삶에 몽롱해질때 쯤 다음트랙인 charmless man에서는 다시한번 당신의 현실을 깨우쳐준다. 보졸레같은 고급와인을 구분할줄 아는 지성인인 당신은 자신이 교육받은줄알고 누구보다 똑똑한줄 착각한다. 하지만 그건 매력없는 한 인간의 표본일뿐이라고 발랄하게 꾸짖는다. 아무리 있는척 해봤자 넌 charmless man이야. 그 후 이어지는 트랙 역시 잔잔하게 (전의 꾸짖음을 잊을만큼) 청자의 정신을 혼란스럽게 한다. 소위 말하는 밀당에 충실한 트랙 구성이다. 그 후 결국 그 허세로 가득한 당신이 도망가는것은 다음세기에나 가능하고 그건 우주에서나 가능할거라고 비웃는다. 클래식의 전유물인 바이올린, 첼로는 이 주장을 더욱 강화라도 하듯 한없이 부드럽게 청자를 감싼다. 그 뒤로도 it could be you, entertain me, globe alone으로 한껏 뇌까리다가도 중간중간 다시 잔잔하게 보듬는 몹쓸짓을 반복한다. 듣는이로서는 참으로 변덕스럽고 짜증날법도 한 트랙구성이 아닐수 없다. 결국 판단은 듣는사람, 너에게 맡긴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 진짜 인생을 찾아 '위대한 탈출'을 감행하든가 그냥 포기하고 살던데로 살든가. 대다수는 후자를 택하겠지만 말이다. 개인적으론 이들의 최고 명반으로 꼽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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