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기적어기적, 지하철 계단을 오른다. 하나같이 푹 숙인 고개, 고민인지 자조인지 체념인지 모를 몇 가닥 감정이 스치는 얼굴들이 서로를 지탱하기라도 하듯 어깨를 붙이고 한걸음 밀려간다. 너만 그런 거 아냐, 다 같이 힘내자 혹은 원래 다들 이렇게 사는 건가, 한놈은 좀 나가보는 게 어때.
자기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슨 말을 하는지도 제대로 모르는 삶을 살아가는 눈동자들이다. 일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거나 회사에 충성하겠다 따위의 원대한 의미는 없을테다. 목구멍은 포도청만 간신히 면할 일로 점철되어간다. 한때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보석 하나씩은 가슴에 품었을 그들이 망연한 좀비가 되어간다. 저게 내 미래인가.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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