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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by TheStrok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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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열기가 채 가시지 않았던 2003년. 그때부터 축구장에 다녔다. 온 가족이 함께 응원했다. 원정경기도 꼬박꼬박 챙겨다니다보니 대한민국 내 월드컵경기장은 다 가봤다. 심지어 부모님은 요즘도 축구 응원하러 일본 중국 동남아 등으로 떠난다. 난 군생활 때도 종종 혼잡경비를 핑계 삼아 경찰서 근처 전주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 먼 옛날엔 구단 사정 탓에 전주가 아닌 익산 군산에서 경기를 치르던 때도 있었다. 그래도 꼬박꼬박 찾아갔다. 좋으니까.
사실 뭐하나 제대로 하던 팀은 아녔다. 맨날 지고 경기는 더럽게 재미 없고. 스트레스 풀려고 찾은 축구장인데 오히려 스트레스가 쌓여갔다. 그게 한 10년 가더라. 화딱지 나서 팀을 비난하기도 했다. 팬들이 이렇게 열심히 응원하는데 왜 성적이 저 따위냐고.
그러다가 최강희 감독 부임 후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지금은 봉동이장이니 최고의 감독이니 추앙받지만 부임 직후 한 1년 동안 욕을 뒤지게 먹었더랬다. 한국인 특유의 냄비근성이다. 즉각적인 결과가 안 나오면 지랄발광을 하지. 그래도 감독은 홈페이지에 직접 '지켜봐달라'며 장문의 편지를 남겼다. 거기서 또 한 1년 쯤 지났다. 그 다음부터는 순풍에 돛 단듯 펄펄 날더라. 우승컵도 순식간에 네개를 들어올렸다. 언론에서는 신흥 명문구단, 1강 등으로 우릴 추켜세웠다. 여기까진 좋다. 드디어 우리도 어디 가서 꿇리지 않는 팀이 됐구나!
근데 얼마 전 충격적인 소식 하나가 날아들었다. 심판을 매수했댄다. 전북 스카우터가 2013년부터 총 네 차례에 걸쳐 심판에게 수백만원의 현금을 제공했다고 한다. 환장. 여론은 우승 트로피를 반납하라, 2군으로 강등하라고 아우성이다. 하지만 구단은 스카우터 개인의 일탈일 뿐 팀 전체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꼬리자르기를 시전했다. 솔직히 실망했다. 그래도 구단주랑 최강희 감독은 책임지고 사퇴할 마음이 있었나보다. 서포터즈석에 '이철근과 최강희는 끝까지 전북과 함께하라'라는 통천이 걸린 걸 보면. 근데 사건 터진 당시는 최강희가 전북이 아닌 국가대표 감독을 맡던 시기였는데 뭔 책임을 진다는 건지 이해가 잘 안간다. 인터뷰 보면 누군가 책임을 져야한다면 팀 총 관리자인 자신이어야 한다는 뜻인 것 같은데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래도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지. 검찰의 칼날을 믿어본다. 트로피 반납해야 하면 반납하고 강등되라면 강등되고. 구단 책임이 있으면 깨끗하게 인정하고 책임자가 물러나든, 심하면 최강희 감독이 물러나든 결단이 필요하다. 질질 끌고 가서 팀에 먹칠하지 말고, 공든 탑 무너뜨리지 말고. 사건 전후관계를 밝혀내고 관련 인물 올 단두대 행 티켓 끊어줘야 한다. 그렇게 하자. 그래야 내가 전북을 더 좋아할 것 같다. 상한 벽돌은 교체할 수 있지만 무너진 탑은 다시 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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