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전문 하나 읽고 진보 성향으로 돌아선 베스트셀러 작가의 황당무계한 자기고백.
텍스트를 따라가는 내내 머릿속에 멤돌던 말 ‘그래서?’ ‘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뭔데?’ 주장의 부재와 사례 나열의 부조화가 반복돼서다. 몸에 백만엔 짜리 문신을 새긴 남성, 명확한 목표 없이 부유하는 청년들이 국가정책과 사회를 비판한다. 20명이 채 안 되는 인터뷰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녹여내려 한다. 이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공통분모는 ‘딱히 하고 싶은 게 없다’는 것. 모집단이 부실하면 논리라도 강해야 하지만 명확하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찾아볼 수 없다.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유다. 나아가 '청년들의 범죄는 사회가 일을 못하게 하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뉘앙스의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들이 지속적으로 삽입된다. 북유럽의 복지증세를 논하면서 ‘그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차치하고서 일단 부자들이 세금을 많이 내야한다’고 떠든다. 애국자를 마치 자신의 생에 자긍심이 없는 사람으로 매도하기도 한다. 이쯤 되면 소설이다.
아, 마지막에 간단명료하게 주장하는 게 있긴 하다. ‘살게 해달라는 외침은 무조건 옳은 것’이라는 마지막 말. 보통 자기도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를 때 이런 식의 헛소리가 튀어나온다. 누가 듣기에도 좋고 아름다운 말 인 것 같으니 일단 뱉어 놓고 사례를 끼워 맞추는 식이다.
그들이 그렇게 비난하던 일본 정부의 경제정책은 어떨까. 당장 인터넷에 ‘일본 실업률’이라는 검색어만 입력해봐도 ‘실업률 3.4%’ ‘인구 100명당 일자리 125개’ 등의 기사가 쏟아진다. 기업들은 공채 합격자들에게 타사 복수 합격 시에도 자사에 입사해야 한다는 각서를 받는다고 한다. 독일은 책에서 지속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비정규직 일자리를 완화하고 시간제 일자리를 늘림으로서 경제 활력을 되찾았다. 아, 아베노믹스니 경제정책이니 복잡한 얘긴 하지 말자. 저자가 그런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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