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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Strok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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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07.14 오전 3:18
최종수정 2016.07.14 오후 3:03

사드는 對中 외교 문제인데 엉뚱한 전자파 문제로 둔갑

세계 유일 레이더 반대 시위… 우리 공동체 지킬 가치 없나

내 아들 부대 출동 말라고 드러눕는 부모 나온다면…



양상훈 논설주간

미국에 사는 교포 한 분이 페이스북에 썼다는 글을 친구가 보내주어 읽어보았다. '한국에 와 보니 웬만한 동네는 고층 아파트화돼 있다. 미국에선 부자들만 쓰는 비데가 공중 화장실에도 있고, 주차장은 자동 인식으로 들어가고, 집 문은 비밀번호나 카드로 열고, 대중교통은 카드 하나로 해결된다. 집에 앉아서 버거를 시켜 먹고 차마다 블랙박스, 집 전등은 LED다. 미국서 나름 부자 동네에 사는 나도 놀라고 부러워한다. 나는 20~30년 뒤처진 것 같다. 오늘도 부드럽게 창문을 열면서 삑삑대고 고장 나는 미국 우리 집 창문을 생각한다. 집마다 TV 채널은 끝이 없고 WIFI가 잡히는 버스 정류장은 차가 언제 오는지도 알려준다. 싼 택시, 조금만 걸으면 먹을 수 있는 수없이 다양한 음식 등을 이제 며칠 후면 잃는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만나는 한국 사람마다 자신들이 지옥에 살고 있다고 아우성이다. 무능 정치, 비싼 전셋값, 힘든 교육…. 오늘도 월세로 매달 수천불을 버리며 사는 미국 사람들보다 이들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연봉이 나보다 2분의 1 적은 사람이 나보다 더 좋은 차, 더 비싼 음식, 더 편리하고 고급 제품이 있는 삶을 살면서 만족스럽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의료보험료가 10분의 1밖에 안 되고, 치료비도 10분의 1로 느껴지는 이곳이, 같은 10불짜리 밥을 먹어도 팁이 없어 25% 할인받는 것 같은 이곳이 지옥이라니 신기하다. 50대(代)만 되면 회사에서 쫓겨난다는데 내 주변에 해고당한 사람은 미국에 더 많은데…. 나도 여기에 오래 살면 이들처럼 느끼게 되겠지. … 나는 공감 능력이 떨어진 채로 오늘도 많은 이들의 불평을 듣고 있다. 잘살면서도 가난과 위기를 노래하는 내 조국…. 이들에게 안식과 평안이 필요함을 느낀다. 언제쯤 우리에겐 진짜 가난한 북쪽 동포들을 돌아볼 여유가 생길까.' 이분을 찾아 통화하지는 못했지만 일반 해외 교포들이 느끼는 것과 크게 동떨어진 내용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외국에 오래 살다 고국을 찾은 분들은 한국 사회의 문제보다는 변화와 발전에 놀라기 마련일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 글에 담겨 있는 대로 우리의 불평불만이 지나치지는 않은지 생각하게 된다. 미국 1인당 국민소득이 한국의 2배이지만, 제조업 평균 임금은 한국이 미국의 90% 수준이라고 한다. 좋은 일자리 취직을 못 해 '헬조선'을 입에 달고 사는 한국 청년들도 해외여행 한번 안 가본 사람이 드물다는데, 청년 실업률이 우리의 서너 배에 이르는 다른 나라들보다 절망·비탄은 더 큰 것 같다.

그런데 왠지 이분 글을 읽으며 '내 지역에 공항을 가져오라'고 난리를 치던 모습들과 '사드가 필요해도 내 지역은 안 된다'고 아우성치는 모습들이 겹쳐 보인다. 공항 짓는 돈은 내게 가져오고 북핵 미사일은 너희가 막으라는 것은 그야말로 공(公) 아닌 사(私)다. 우리가 공(公)보다 사(私)를 더 추구하는 것은 결국 속마음에서 한국이라는 공동체가 별로 소중하지 않기 때문이다. 왕조 시대엔 수탈만 당했고, 바로 식민지로 넘어갔으며, 그 후엔 미국이 지켜주는 나라가 됐다. 우리가 만들고 소중히 지킨 나라라고 하기엔 무언가 부족한 구멍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충(忠·국가)보다 효(孝·내 가족)였던 오랜 전통이 그 빈 구멍을 타고 현대 한국에까지 내려와 있다. 공(公)·충(忠)이 뒷전인 사람들이 자기 공동체를 소중히 여기지 않고 필요 이상, 정도 이상으로 폄하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한국이 얼마나 잘사는지 한국 사람들만 모른다는 외국인들 얘기는 한국의 성공을 한국인만 인정하지 않는다는 말과 같다. 국민소득 3만달러를 바라보는 자기 나라를 지옥이라고 불평하고 분노까지 하는 사람들이 '나라를 지키는 데 내가 왜 손해 보느냐'고 소리를 지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다.

아마도 전 세계에서 군(軍) 레이더 반대 시위가 벌어진 것은 한국이 유일할 것이다. 중국의 보복 우려 때문이라면 일리가 없지 않겠지만 엉뚱하게도 전자파 때문이라고 한다. 지금 우리 군은 사드 레이더보다 출력이 더 강한 레이더를 수년째 여러 곳에서 운용 중이나 아무 문제도 없다. 사드 레이더 전자파에 불임(不妊)이 된다느니 하는 괴담은 명백한 거짓말이지만 한번 들으면 사람을 괜히 기분 나쁘게 만든다. 자기 비하, 불평불만, 피해 의식이 가득한 나라에서 국방과 안보조차 무엇이 사실이든 아니든 기분만 찝찝하면 내칠 정도로 함부로 해도 되는 대상이 됐다. 외적과 싸움엔 등신인 우리가 정말 귀신처럼 잘하는 우리끼리 싸움을 또 시작하는 것을 보며 '내 아들 부대 말고 저 부대 출동시키라'고 부모들이 부대 앞에 드러눕는 일이 언젠가 일어날 것 같은 불길한 생각이 다시 떠오른다.

[양상훈 논설주간 shya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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