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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by TheStrok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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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7월 9일 (금)

 아침 9시 반쯤 청소 아주머니의 청소기 소리에 깼다. 정신을 좀 차리자 싶었는데 도저히 몸이 안 움직인다. 아 안되겄다 바람 좀 쐬야지. 어제 담배 폈던 테라스로 나가서 좀 누워있어야지 싶었는데, 담배에 불까지 붙였는데, 한 모금 빨기까지 했는데 그대로 잠들었다. 정신차리고 보니 12시. 에라이. 천천히 밍기적 밍기적 대다가 샤워하고 나오니까 12시 30분 정도 됐음. 근처에 APEC 회의 장소가 있다고 해서 설렁설렁 걸어가봤다. 쬐는 햇볕 아래 백사장을 지나 파도가 철썩철썩 치는 장소가 있다고 해서 설렁설렁 걸어가봤다. 쬐는 햇볕 아래 백사장을 지나 파도가 철썩철썩 치는 바위 위를 걸어간다. 진짜 너무 멋졌다. 끝도 없이 펼쳐진 바다 위에 태양이 빛을 쏘아버리니 그 빛이 바닷물에 반사돼서 반짝반짝반짝반짝반짝x1000. 바위 위에는 낚시하는 아저씨들이 있고 날씨 한번 기가막히고- 등 뒤로는 초록색 나무들이 빽빽히 들어차있고 정말 걷는 내내 행복했다. 이 길이 끝나지 말았으면 하고 은근히 바랐다.



 그렇게 계속 걷다가 길 잘못 들어서 헤매다가 이상한 산까지 가고 그랬는데 표지판이 보인다. 굿. 포장도로가 나오고 인도도 깔려있고 차도 다닌다. 잘 찾아온 모양. 아스팔트 길을 따라가면서 헬스맨을 봤다. 까맣게 그을린 몸과 근육이 참 건강해보임. 보디빌더 삘이 왔다. 오일 같은 거 바른 것처럼 온 몸이 번쩍번쩍. 그러면서 조깅하듯 헉헉 뛰어댕긴다. 크으. 멋진 등대도 보고 맛있는 물도 마시고, APEC 회의장(이름이 누리마루란다) 도착.



 오 다행히 입장료는 없군. 안으로 들어가니 조용~ 음 좋은데. 에어컨을 켠 것 같진 않은데 덥지도 않고 선선한 게 딱 적당했다. 그러나 이 평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어디서 웬 시부럴 짱깨냄새가 난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중국인 관광객들이 단체로 몰려들어온다. 와 이런 미친 x나 시끄럽다. 게다가 애들도 있네. 그 평화롭고 조용했던 회의장이 순식간에 돗대기 시장이 된다. 진짜 위대하다 위대해. 가까워지면 더 시끄러울까봐 일부러 걔들 뒤로 갔다. 발걸음을 천천히 하면서 간격을 벌리고 조금씩 멀어진다. 휴... 천천히 둘러보고 안으로 좀 더 들어간다. 무슨 세콤카드 비슷한 게 APEC 참가국 갯수만큼 걸려있다. 그걸 가져다가 TV 아래에 있는 인식기에 대면 그 나라에 대한 설명과 수상 대통령의 방한 모습이 동영상으로 나온다. 그 옆에는 박물관 유리처럼 해놓고 각국 대표가 입었던 한복이랑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물품들, 옷 등도 전시돼 있었다. 그리고 이제 드디어 본회의장으로 들어간다. TV와 인터넷으로만 봤던 장소가 내 눈앞에 있다. 오홍. 내가 있는 바로 여기서 세상을 움직이는 몇몇 인간들이 중대한 대화를 나눴다는 게 신기.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왠지 여기서 그 사람들의 냄새가 나는 듯하다.



 뭔가 큰 기대를 하고 온 건 아닌데 걍 별 거 없었다. 나와서 또 그냥 막 걸음. 대나무 숲 작게 만들어서 산책로처럼 길이 나있다. 그 길 따라서 APEC 참가국 수만큼 내 키보다 조금 큰 기념비가 있었다. 거기엔 각국을 상징하는 동물들이 파낸 듯이 그려져 있었다. 길 따라 걸으며 한번씩 보니 선진국일수록 그림이 더 단순하고 간단한 것 같았다. 국기랑 비슷하네. 계속 걷다보니 또 다시 바다가 나온다. 와우. 근데 그 앞에 초고층 아파트들이 우뚝우뚝 솟아있다. 표지판을 보니 그 이름도 위엄 돋는 마린시티란다. 진짜 그렇게 높은 아파트들이 그렇게나 많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건 첨봤다. 근데도 옆에다 똑같이 생긴 것들을 또 지어대고 있었다. 쿵쾅쿵쾅 끊임 없이 쌓아올리고 낡으면 때려부수고 다시 짓고.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히 같은 집들을 위아래 옆으로 복제해내고 있다. 세포분열도 저것만큼 정교하진 않을 거다. 이런 풍경(?)을 좋아하는 나지만 이 빌어쳐먹을 시티를 보고는 멋지다는 생각이 안들고 그냥 '와~'만 연발했다. 그게 무슨 의민지는 나도 모름. 이제 벡스코 가봐야지.

 벡스코 가는 길은 너무 멀었다. 진짜 힘들어 뒤질 뻔. 저 염병할 놈들의 거인들 때문에 바람길이 막히고 산소가 있어야 할 공간이 사라졌다. 강원도에선 네시간을 걸어도 멀쩡했는데 부산 오니까 한시간도 채 안돼서 체력이 엥꼬났다. 죽을똥 살똥 도착했더니 진짜 드럽게 볼 거 없더라. 아니, 죄다 돈을 내란다. 나 같은 여행객들은 그냥 집에 가란 거였다. 들어가서 그냥 여기 기웃 저기 기웃 하다가 걍 바람이나 쐬러 나왔다. 근데 아니 이건 또 뭐야. 웬 썩을 놈들이 단체로 나무 그늘을 전세냈다. 어깨부터 무슨 띠 같은 걸 둘러메고 있었다. 설마설마 해서 가까이 가보니 무슨 선거 홍보단이였다. 똥골렘 같은 새끼들은 진짜 뇌가 퇴갤했나보다. 정규육 잘 받은 양반들이 생각이 저렇게 짧을까? 저러고들 있으면 '아 저 사람들 저렇게 고생하는데 한 번 찍어주자'라고 생각하는 걸까? 현실은 '아 쟤들 또 시작이다'인데 말야. 계속 쓰면 열만 나니까 이쯤에서 줄이자. 이제 다음으로 기네스북에도 올라있다는 세상에서 제일 큰 백화점을 가봐야겠다. '아오 거기까지 또 언제 가냐...' 한숨 푹 쉬고 있었는데 바로 길 건너편에 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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