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천지가 난장판이다. 대통령과 정부권력의 퇴진을 요구하는 글귀는 대학가 화장실까지 침투해있다. 이번주에는 또 광화문에 몇명이나 모일지 궁금하다. 생각 없는 어른들은 우르르 몰려가 생떼를 부리고 철부지 어린이들은 아스팔트 바닥에 온갖 비아냥을 배설한다. 빛바랜 에메랄드 지붕을 덧쓴 여의도의 한 건물엔 주인이 없다. 모조리 거리로 거리로. 저 마녀를 끌어내자며 목청을 높인다. 언론은 쉴새 없이 장작을 패고 SNS는 부채질을 한다. 어쩌다 이지경이 됐을까.
국가의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해서 그 권력을 국민 마음대로 빼앗을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백만개의 촛불이 박근혜 당선을 만들지 않았듯 백만명이 촛불을 들고 일어난다 해서 박근혜가 권력을 내려놔야 하는 건 아니다. 50만명이 모이면 총리 하야, 100만명이 모이면 대통령 탄핵, 200만명이 모이면 모조리 총살이라는 법은 대한민국에 없다. 이 나라는 직접민주주의가 아니라 간접민주주의와 대의민주주의 국가다. 권력을 부여한 게 투표라면 빼앗는 것도 투표가 돼야한다는 주장이 차라리 설득력 있다. 정 그렇게 끌어내리고 싶으면 그냥 국민 재신임 투표를 주장해라. 그게 그나마 일리 있다. 과거 모 대통령이 그랬듯. 최초의 탄핵안 가결 대통령이 그랬듯 말이다. 그런데 그가 뛰어내린 순간 모든 수사는 종결됐다.
광장은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다. 하야 후엔 어떻게 할지 그 누구도 얘기하지 않는다. 국가수장 자리가 공백이면 어떤 혼란이 초래되는지 역사가 증명한다. 대한민국 역사상 모든 하야 후에는 군사쿠데타가 뒤따랐다. 이승만과 5.16, 최규하와 12. 12. 비단 우리나라 뿐만은 아니다. 2011년 이집트의 재스민혁명 역시 군사정부를 낳았다. 그래, 박근혜를 끌어내리고, 그 다음엔?
나는 진짜 아무리 생각해봐도 대체 박근혜가 왜 자리를 내놓아야하는지 모르겠다. 사실로 드러난 건 법원 바닥에 나뒹군 프라다 신발 한짝이 전부다. 검찰 수사는 성과 없이 특검으로 위임됐다. 최순실이 국가 '모든' 일을 좌지우지했다는 것도, 대통령이 재단 모금과정에서 사적이익을 취했다는 것도 모두 거짓이었다. 판결문과 기소장, 쏟아져나오는 기사를 아무리 읽어봐도 유죄를 짚을 수가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탄핵과 하야를 요구한다. '너는 죄인이다. 인정해라' 낙인을 찍고 심문을 해댄다. 유죄추정의 원칙이다. 하다못해 편의점 좀도둑조차 무죄를 전제로 까는 게 이 나라의 무죄추정의 원칙이다. 법은 그래야 한다. 억울한 사람이 없어야하니까.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게 법이다. 아무 문제 없이 흘러갈 땐 탄핵도 하야도 필요없다. 그런데 이 나라의 검찰은, 신민은 미리 답을 받아놨다. 국회는 표를 잃을까 전전긍긍이다. 국민을 위한다지만 내가 보기엔 변형된 상업주의 즉 포퓰리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지금까지 그랬듯 금뱃지들은 대통령의 모든 제안을 거절한다. 그것도 자기들이 먼저 제안한 걸 말이다. 거국내각하잘 땐 언제고 대통령이 긍정의 뜻을 표하자 싫단다. 새로운 총리를 앉히래서 그러겠다니 그것도 싫단다. 그래놓고 대안하나 안 내놓는다. 오로지 기승전 박근혜 OUT이다. 이게 말이야 막걸리야.
대한민국 헌법상 탄핵 사유는 대통령이 내란 또는 외환의 범죄를 저질렀을 때다(그 뒤에 따르는 잡다한 소리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니 제끼자). 대통령이 국가안보를 흔들고 국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부분부분을 위험에 빠뜨렸을 때야 비로소 탄핵사유가 된다. 이 글을 읽는 당신,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자. 최순실에게 연설문을 미리 보여준 것, 정부정책 추진을 위해 필요한 자금을 기업들로부터 지원받은 것이 '내란' 혹은 '외환'에 해당하는가? 나는 아무리봐도 모르겠다. 되도 않는 법적 지식으로 검찰의 기소장을 정독해도, 쏟아져나오는 신문기사를 모조리 훑어도 그 어디에도 대통령의 탄핵사유가 될만한 건 발견하지 못했다.
가장 큰 문제는 반대의 목소리가 악마로 변모한다는 것이다. 내가 대통령 탄핵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순간 나이가 바뀌고 직업이 바뀌고 소속이 바뀐다. 나는 70대 노인, 새누리당 알바, 국정원 직원, 어버이연합 심지어 일베충이 된다. 정말이다. 자기들이랑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은 인간이 아니라고 보는 듯하다. 나는 좌파가 틀렸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좌파는 나를 악마라고 본다. 나는 이 세상 악의 축이다. 하지만 니가 간첩이 아니듯 나는 새누리당 알바도, 국정원 직원도, 어버이연합도 아니다. 난 서울시 중구 신당동에 사는 27세 보수우파 남성이다. 각막과 장기기증을 신청하고 실제 골수를 기증한 나는 악마가 아니다. 이 글을 읽는 대다수의 사람과 나는 생각이 다르다. 그래, 나는 당신과 생각이 다르다. 그런데 만약 당신이 그 이유만으로 정치적으로 탄압당한다면 난 기꺼이 당신을 위해 싸울 것이다. 그게 민주주의니까. 하지만 당신들은 날 매장시킨다.
글이 길어진다. 이쯤해서 퀴즈 하나 맞춰보시라. 다음 글은 누가 언제한 말일까.
내가 해 온 모든 일에 대해서,지금까지 야당은 반대만 해왔습니다. 나는 진정 오늘까지 야당으로부터 한마디의 지지나 격려도 받아보지 못한 채 오로지 극한적 반대 속에서 막중한 국정을 이끌어왔습니다. 한일 국교 정상화를 추진한다고 하여 나는 야당으로부터 매국노라는 욕을 들었으며, 월남에 국군을 파병한다고 하여 젊은 이의 피를 판다고 그들은 악담을 하였읍니다. 없는 나라에서 남의 돈이라도 빌려와서 경제건설을 서둘러 보겠다는 나의 노력에 대하여 그들은 차관 망국이라고 비난하였으며, 향토예비군을 창설한다고 하여 그들은 국토방위를 '정치적 이용을 꾀한다'고 모함, 국토의 대동맥을 뚫는 고속도로 건설을 그들은 '국토의 해체'라고 하였습니다. 반대하여온 것 등등 대소사를 막론하고 내가 하는 모든 일에 대해서 비방 중상 모략 악담 등을 퍼부어 결사반대만 해왔던 것입니다. 만일 우리가 그때 야당의 반대에 못 이겨 이를 중단하거나 포기하였더라면 과연 오늘 대한민국이 설 땅이 어디겠습니까? 내가 해 온 모든 일에 대해서 지금 이 시간에도 야당은 유세에서 나에 대한 온갖 인신공격을 퍼부으며 언필칭 독재자라고 비방합니다. 내가 만일 야당의 반대에 굴복하여 "물에 물탄 듯" 소신 없는 일만 해 왔더라면 나를 가리켜 독재자라고 말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라도 국가와 민족을 위해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소신껏 굳히지 않고 일해온 나의 태도를 가리켜 그들은 독재자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야당이 나를 아무리 독재자라고 비난해도 나는 이 소신과 태도를 고치지 않을 것입니다. 또 앞으로 누가 대통령이 되든 오늘날 우리 야당과 같은 '반대를 위한 반대' 고질이 고쳐지지 않는 한 야당으로부터 오히려 독재자라고 불리는 대통령이 진짜 국민을 위한 대통령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누구나 짐작 했을 게다. 1962년 10월 10일 박정희 대통령의 연설이다. 이 얘기를 2016년 대한민국에 대입해보라. 이질감이 없다. 난 그동안 역사는 반복되기에 예측할 수 있다던 역사주의를 부정했다. 플라톤과 마르크스가 틀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엔 옳았다. 역사는 반복된다. 2008년 광우병과 2016년 민중총궐기, 하야와 쿠데타, 박정희와 박근혜. 그리고 중우정치. 후세에 어떤 역사를 물려주고 싶은가. 난 역사에 죄를 짓고싶지 않다.
국가의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해서 그 권력을 국민 마음대로 빼앗을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백만개의 촛불이 박근혜 당선을 만들지 않았듯 백만명이 촛불을 들고 일어난다 해서 박근혜가 권력을 내려놔야 하는 건 아니다. 50만명이 모이면 총리 하야, 100만명이 모이면 대통령 탄핵, 200만명이 모이면 모조리 총살이라는 법은 대한민국에 없다. 이 나라는 직접민주주의가 아니라 간접민주주의와 대의민주주의 국가다. 권력을 부여한 게 투표라면 빼앗는 것도 투표가 돼야한다는 주장이 차라리 설득력 있다. 정 그렇게 끌어내리고 싶으면 그냥 국민 재신임 투표를 주장해라. 그게 그나마 일리 있다. 과거 모 대통령이 그랬듯. 최초의 탄핵안 가결 대통령이 그랬듯 말이다. 그런데 그가 뛰어내린 순간 모든 수사는 종결됐다.
광장은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다. 하야 후엔 어떻게 할지 그 누구도 얘기하지 않는다. 국가수장 자리가 공백이면 어떤 혼란이 초래되는지 역사가 증명한다. 대한민국 역사상 모든 하야 후에는 군사쿠데타가 뒤따랐다. 이승만과 5.16, 최규하와 12. 12. 비단 우리나라 뿐만은 아니다. 2011년 이집트의 재스민혁명 역시 군사정부를 낳았다. 그래, 박근혜를 끌어내리고, 그 다음엔?
나는 진짜 아무리 생각해봐도 대체 박근혜가 왜 자리를 내놓아야하는지 모르겠다. 사실로 드러난 건 법원 바닥에 나뒹군 프라다 신발 한짝이 전부다. 검찰 수사는 성과 없이 특검으로 위임됐다. 최순실이 국가 '모든' 일을 좌지우지했다는 것도, 대통령이 재단 모금과정에서 사적이익을 취했다는 것도 모두 거짓이었다. 판결문과 기소장, 쏟아져나오는 기사를 아무리 읽어봐도 유죄를 짚을 수가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탄핵과 하야를 요구한다. '너는 죄인이다. 인정해라' 낙인을 찍고 심문을 해댄다. 유죄추정의 원칙이다. 하다못해 편의점 좀도둑조차 무죄를 전제로 까는 게 이 나라의 무죄추정의 원칙이다. 법은 그래야 한다. 억울한 사람이 없어야하니까.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게 법이다. 아무 문제 없이 흘러갈 땐 탄핵도 하야도 필요없다. 그런데 이 나라의 검찰은, 신민은 미리 답을 받아놨다. 국회는 표를 잃을까 전전긍긍이다. 국민을 위한다지만 내가 보기엔 변형된 상업주의 즉 포퓰리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지금까지 그랬듯 금뱃지들은 대통령의 모든 제안을 거절한다. 그것도 자기들이 먼저 제안한 걸 말이다. 거국내각하잘 땐 언제고 대통령이 긍정의 뜻을 표하자 싫단다. 새로운 총리를 앉히래서 그러겠다니 그것도 싫단다. 그래놓고 대안하나 안 내놓는다. 오로지 기승전 박근혜 OUT이다. 이게 말이야 막걸리야.
대한민국 헌법상 탄핵 사유는 대통령이 내란 또는 외환의 범죄를 저질렀을 때다(그 뒤에 따르는 잡다한 소리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니 제끼자). 대통령이 국가안보를 흔들고 국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부분부분을 위험에 빠뜨렸을 때야 비로소 탄핵사유가 된다. 이 글을 읽는 당신,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자. 최순실에게 연설문을 미리 보여준 것, 정부정책 추진을 위해 필요한 자금을 기업들로부터 지원받은 것이 '내란' 혹은 '외환'에 해당하는가? 나는 아무리봐도 모르겠다. 되도 않는 법적 지식으로 검찰의 기소장을 정독해도, 쏟아져나오는 신문기사를 모조리 훑어도 그 어디에도 대통령의 탄핵사유가 될만한 건 발견하지 못했다.
가장 큰 문제는 반대의 목소리가 악마로 변모한다는 것이다. 내가 대통령 탄핵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순간 나이가 바뀌고 직업이 바뀌고 소속이 바뀐다. 나는 70대 노인, 새누리당 알바, 국정원 직원, 어버이연합 심지어 일베충이 된다. 정말이다. 자기들이랑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은 인간이 아니라고 보는 듯하다. 나는 좌파가 틀렸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좌파는 나를 악마라고 본다. 나는 이 세상 악의 축이다. 하지만 니가 간첩이 아니듯 나는 새누리당 알바도, 국정원 직원도, 어버이연합도 아니다. 난 서울시 중구 신당동에 사는 27세 보수우파 남성이다. 각막과 장기기증을 신청하고 실제 골수를 기증한 나는 악마가 아니다. 이 글을 읽는 대다수의 사람과 나는 생각이 다르다. 그래, 나는 당신과 생각이 다르다. 그런데 만약 당신이 그 이유만으로 정치적으로 탄압당한다면 난 기꺼이 당신을 위해 싸울 것이다. 그게 민주주의니까. 하지만 당신들은 날 매장시킨다.
글이 길어진다. 이쯤해서 퀴즈 하나 맞춰보시라. 다음 글은 누가 언제한 말일까.
내가 해 온 모든 일에 대해서,지금까지 야당은 반대만 해왔습니다. 나는 진정 오늘까지 야당으로부터 한마디의 지지나 격려도 받아보지 못한 채 오로지 극한적 반대 속에서 막중한 국정을 이끌어왔습니다. 한일 국교 정상화를 추진한다고 하여 나는 야당으로부터 매국노라는 욕을 들었으며, 월남에 국군을 파병한다고 하여 젊은 이의 피를 판다고 그들은 악담을 하였읍니다. 없는 나라에서 남의 돈이라도 빌려와서 경제건설을 서둘러 보겠다는 나의 노력에 대하여 그들은 차관 망국이라고 비난하였으며, 향토예비군을 창설한다고 하여 그들은 국토방위를 '정치적 이용을 꾀한다'고 모함, 국토의 대동맥을 뚫는 고속도로 건설을 그들은 '국토의 해체'라고 하였습니다. 반대하여온 것 등등 대소사를 막론하고 내가 하는 모든 일에 대해서 비방 중상 모략 악담 등을 퍼부어 결사반대만 해왔던 것입니다. 만일 우리가 그때 야당의 반대에 못 이겨 이를 중단하거나 포기하였더라면 과연 오늘 대한민국이 설 땅이 어디겠습니까? 내가 해 온 모든 일에 대해서 지금 이 시간에도 야당은 유세에서 나에 대한 온갖 인신공격을 퍼부으며 언필칭 독재자라고 비방합니다. 내가 만일 야당의 반대에 굴복하여 "물에 물탄 듯" 소신 없는 일만 해 왔더라면 나를 가리켜 독재자라고 말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라도 국가와 민족을 위해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소신껏 굳히지 않고 일해온 나의 태도를 가리켜 그들은 독재자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야당이 나를 아무리 독재자라고 비난해도 나는 이 소신과 태도를 고치지 않을 것입니다. 또 앞으로 누가 대통령이 되든 오늘날 우리 야당과 같은 '반대를 위한 반대' 고질이 고쳐지지 않는 한 야당으로부터 오히려 독재자라고 불리는 대통령이 진짜 국민을 위한 대통령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누구나 짐작 했을 게다. 1962년 10월 10일 박정희 대통령의 연설이다. 이 얘기를 2016년 대한민국에 대입해보라. 이질감이 없다. 난 그동안 역사는 반복되기에 예측할 수 있다던 역사주의를 부정했다. 플라톤과 마르크스가 틀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엔 옳았다. 역사는 반복된다. 2008년 광우병과 2016년 민중총궐기, 하야와 쿠데타, 박정희와 박근혜. 그리고 중우정치. 후세에 어떤 역사를 물려주고 싶은가. 난 역사에 죄를 짓고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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