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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by TheStrok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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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을 철학의 한 분과로 떼어낸 건 칸트였다. 칸트 이전의 아름다움은 곧 착함이었고 진리였다. 진선미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칸트는 이를 거부하고 아름다운 것이 반드시 선하지는 않으며 선한 것이 반드시 진리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의 3대 비판서 순수이성비판, 실천이성비판, 판단력비판이 각각 진선미를 다루는 이유다. 그에 따르면 아름다움은 비단 외양에만 근거하지 않는다. 생쥐와 다람쥐의 차이는 꼬리 뿐이지만 전자를 보면 내쫓고 후자를 보면 우유를 내어준다. 질병의 전염 여부 탓이다. 아이를 보고 천사같다는 사람이 있는 반면 구제불능의 말썽꾸러기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경험의 차이다. 누군가는 산을 보고 청량함을 얻지만 누군가는 지긋지긋한 군생활을 떠올린다. 모두 개인의 시각차, 즉 주관적 견해다. 아름다움이란 객관성이 아닌 주관에 기인한다. 비단 자연, 사물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내 눈에 저 사람이 아름다워보이지만 다른 사람 눈에는 추해보일 수 있다. 좌파에게 박근혜는 마녀지만 우파에게 그는 성자다. 좌파에게 문재인은 성인이지만 우파에게 그는 악마다. 서로가 대상에 느끼는 감정이 달라서다. 5월 9일을 말미암아 좌우 두 진영의 위치는 반전되었다. 이제 공격하던 자는 방어하고 방어하던 자는 공격한다. 창과 방패는 바뀌었다. 보수우파를 자처하는 나는 지난 대선 출구조사 발표를 보며 쓴 소주를 삼켰다. 절망과 기대가 교차한 한 잔이었다. '졌구나'하는 패배감과 '이제 한번 니들도 당해봐라'하는 악 받친 복수심이었다. 그로부터 한달이 지난 지금, 변화한 내각의 인사청문회가 진행중이다. 연일 물고 뜯는 난타전이 계속된다. 각 후보에 대한 날선 공격이 이어진다. 본디 방어에는 공격보다 훨씬 큰 힘이 소요된다. 공격은 빈틈만 찾으면 되지만 방어는 모든 것을 재점검해야해서다. 백명의 경찰이 한명의 도둑을 못 막는 것과 같은 이치다. 언제나 그렇듯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은 없다. 후보자들은 머리를 조아리며 용서를 구하고 참회를 반복한다. 청와대 실무진, 내각이 발표되던 날을 떠올려본다. 정권교체를 열망하던 한 친구는 주사파 출신 인물이 비서실장으로 발탁되자 '설마 이럴 줄은 몰랐다'고 하소연했다. 로스쿨에 다니는 대학 동기는 사법고시에 합격한 적도 없고 형법의 기본인 오상방위도 모르는 사람이 민정수석 자리를 꿰찼다며 짐짓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는 제스쳐를 취했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아무리 그래도 저런 사람들이 청와대에 들어가면 어쩌냐'는 놀라움 섞인 걱정들이 줄을 이었다. 다들 설마 이럴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다. 변명은 언제나 그렇게 시작된다. 자신은 무지했을 뿐 죄가 없다고. 웃기는 소리다. 무지는 죄가 아니지만 무지에서 나오는 행동은 죄악이다. 순수함이 항상 선을 내포하지는 않는다. '이렇게 될 것이다'라는 경고를 수구의 발악으로 치부한 건 그들이다. 울며 불며 알려주려던 어른들을,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얘기 좀 들어보라던 선생들을 박사모, 어버이연합, 자유한국당 알바, 일베충으로 몰아세운 건 그들이다. 그들은 한낮의 태양이 빛을 잃었다고 밤을 불러들였다. 태양보다 달이 아름다울 것이라고 생각하던 그들은 빛바랜 태양을 몰아내고 달빛을 흩뿌렸다. 그러나 기억하길. '달님'의 멋진 미소, 아름다운 외모가 선이 아니듯 그의 듣기 좋은 말이 선은 아니다. 모든 국민을 잘 살게 해주겠다는 아름다운 말은 또다른 누군가의 것을 빼앗겠다는 악임을 기억하라. 인천공항 비정규직 만명의 정규직 전환은 이용요금 인상, 채용 감축으로 이어져 다른 이들의 주머니를 비워낼 것이다. 다른 비정규직 단체의 전환요구가 쏟아지는 건 불보듯 뻔하다. 가진자를 수탈하여 가난한 자에게 나눠주겠다는 말은 정의의 탈을 쓴 절도에 불과하다. 그가 홍길동이 아니고 로빈훗이 아니듯 여긴 16세기 조선도 중세 영국도 아니다. 악으로 가는 길은 언제나 선으로 포장되어있다. 미는 선도 진도 아니다.
이제 그들, 아니 너희 뜻대로 되었다. 석양은 지고 달이 떴다. 한 낮의 달은 태양의 찬란함에 가리워져있었을뿐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 이제 태양이 졌으니 달의 흠결이 드러날 차례다. 너희가 그를 뽑았다. 그러니 불평하지 말라. 달이 뜬 밤은 너희 생각만큼 아름답지는 않을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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