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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화가의 밤거리를 걷다보면 20세기 초 미국 정치인들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 술은 인간을 개로 변모시키는 마법, 두 발로 걷는 짐승을 네 발로 기게 만드는 마술을 부린다. 멀쩡한 사람도 술만 먹었다하면 정신을 놓으며 예의바른 신사도 길바닥에 드러눕기 일쑤다. 지 혼자 지랄을 하든 발광을 하든 별 상관 없다. 문제는 그게 남한테 피해를 준다는 것. 술 취한 인간은 드넓은 아스팔트 대신 좁디 좁은 남의 가방, 테이블에 정확히 토사물을 쏟아내는 초능력을 발휘한다. 하고 많은 친구 놔두고 길가는 사람한테 시비를 거는 배짱도 갖춘다. 그들이 싸지른 똥을 치우는 건 언제나 맨 정신의 알바생, 환경미화원 혹은 경찰관이다(여기선 '취객의 경제적 효과'를 논하는 게 아니라 술 취한 인간의 타락한, 망각된 도덕심을 생각하고 있으니 일자리에 대한 문제는 제끼자). 길건너 파리바게트 앞에는 술취한 여자 셋이 길바닥에 엎어져있다. 아, 참고로 지금 아침 6시 21분이다. 암튼- 이쯤되니 '아 시발 진짜 이쯤되면 금주령 내려야하는 거 아냐?'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과거 금주령의 법적 기반도 이와 정확히 같다. 무분별한 음주로 인한 각종 사건 사고의 발생 때문에 사회적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어서다. 금주령의 역사는 꽤 길다. 아즈텍 문명, 고대 중국, 아이슬란드, 러시아, 캐나다 등 시행국도 세계를 아우른다. 걔들의 마음이 백번 이해가는 오늘이다. 물론 금주령이 시행되면 첫 빠따로 잡혀들어갈 사람이 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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