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재밌다. 디씨 특유의 묵직함과 캐릭터의 고뇌가 살아있음. 마블은 하나도 안 챙겨봤는데 다크나이트랑 맨오브스틸은 죄다 두세번씩 봤다. 마냥 가볍지도 그렇다고 한 없이 가라앉지도 않는 그런 어두컴컴한 매력이 있다. 여기엔 크리스토퍼 놀란의 연출력도 한몫한다.
영화 첫 장면부터 엔딩 크레딧 올라갈 때까지 '와~와~' 거리면서 봤다. 액션과 스케일, 그래픽은 그 어떤 영화보다 화려했고 스토리도 이정도면 괜찮다. 물론 중간중간 개연성이 떨어지고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이 있긴하다만 애초에 슈퍼맨이란 존재 자체가 비논리의 끝판왕인데 뭐 문제될 거 있나? 사운드트랙은 한스 짐머가 담당했으니 말이 필요 없지. 그냥 기가 막혔음.
아 딱 하나 마음에 안든 건 배트맨이 크리스찬 베일이 아니라는 것. 아쉽다 쩝.
영화 내용은 별 거 없다. 가진 건 돈 밖에 없는 재벌 2세가 행성 수개 쯤은 우습게 끌고다니며 노는 초인을 때려눕힌다. 주주총회 땐 잠이나 퍼자고 허구헛날 여자나 옆에 끼고 사는 인간이 온갖 탈세와 분식회계를 통해 쌓은 돈으로 배트카니 비행선이니 하는 걸 개발해 사람들을 뚜까팬다. 나중엔 남이 대가를 지불해가며 힘겹게 구한 물건을 절도하기까지 한다. 그걸로 슈퍼맨 귀퉁배기를 날린다. 이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개짓거리다. 이런 양아치가 지구평화를 운운한다. 에라이.
이번에도 결국 니체가 옳았다. 신은 인간한테 쥐어터지고 괴물한테 물어뜯기면서 끝내 관뚜껑에 못 박힌다. 으이구! 슈퍼맨 불쌍!
결론: 그래도 난 배트맨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