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 있을 때 읽다만 책을 다시 폈다. 소설을 잘 안 읽는데 이것만큼은 꼭 완독하고 싶었다. 내용은 별 거 없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핵개발을 권순범이라는 인물(기자) 중심으로 이야기 한다. 실존 인물인 이휘소 박사를 보티브 삼아 이용후라는 인물을 탄생시켰다. 그래서인지 읽는 내내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소설이야?' 겁나 헷갈렸다. 정말 박통의 심장을 겨눈 김재규가 CIA 사주를 받았는지, 핵원료 플루토늄이 우리나라에 들어왔었는지 등 충분히 사실일 법하면서도 그냥 음모론으로 치부하게 되는 것들 말이다. 그래도 재밌었다.
시사하는 바는 크게 둘이다. 한반도 통일과 핵무장, 일본과 미국 등 외세의 이중성. 아무 것도 모르는 애들이 읽으면 자칫 북한을 옹호하고 반미감정을 품을 수도 있겠다 싶네. 근데 큰 틀에서는 동의한다. 미국이 아무리 우리 우방이라 해도 영원한 동맹일 수는 없는 게 사실이다. 트럼프가 주한미군 철수하겠다고 공공연히 떠드는 걸 보라. 우리 스스로 강해지지 않으면 우리 편은 없다. 50여년 전 박통께서는 이를 이미 꿰뚫어보셨다. 재작년에 블로그에 포스팅한대로, 현대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다들 아는 것처럼 실제로 우리나라는 박정희 당시 미국 몰래 핵을 개발하려 했었다. 안타깝게도 미국에게 발각됐지만 말이다. 그래서 핵개발은 커녕 오히려 관심국으로 지정돼 우라늄 재처리에 매년 9000억을 쓰고 있는 실정이다. 그때 성공했더라면 우리는 쪽바리들을 깔아뭉개는 군사대국이 됐을지도 혹은 이란이나 이스라엘처럼 나락으로 떨어졌을지도 모른다. 역사에 만약을 두는 것만큼 무의미한 건 없으니 뭐.
다만 박정희는 북한과의 합작이 아닌 독자적 핵개발을 원했다. 그게 소설과의 차이이자 내가 생각하는 핵무장 방식이다. 아, 아무리 생각해도 10만원 권에는 박정희 대통령 존영이 새겨져야 한다. 최근 북한이 핵무기 만들었다고 떠드는 거 보고 핵무장론을 들고 일어나는 국민들만 봐도 그렇다. 50년 전에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알면 알수록 위대한 인물이시다. 정치 경제 사회 안보 그 어느 것 하나 버릴 게 없다. 독재라는 결함(사실 우리 이 개같은 국민성을 보고 있자면, 특히 부정부패와 비리로 썩어문드러져가던 분단 직후 대한민국을 보면 결함도 아니다. 마키아밸리가 얘기했듯 병신 같은 나라에는 매우 강한 지도자가 나타나서 악을 송두리째 뿌리뽑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민주고 지랄이고 강한 사람이 필요하다)만 빼면 역사상 이런 대통령은 나올 수도 없다.
재밌게 읽었습니다. 큰 교훈은 없지만 시간 때우기 용으로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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