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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Strok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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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은 죽었다던 모 철학자의 말이 떠오르는 영화다. 태초에 인간은 자신들의 미완과 불안을 혐오해 완전한 존재를 바라며 신과 종교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그에게 자신들의 이상향과 소원을 불어넣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자신들의 추악함과 치부까지 속속들이 알고 있는 신을 혐오하게 됐다. 결국 인간의 수치심을 간과했던 신은 자신을 탄생시킨 인간의 손에 의해 살해당했다.
 또한 기독교 사제들은 신의 가르침을 자기들 입맛대로 해석 왜곡해서 속인들의 지지를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기반이 탄탄해지자 그들은 서서히 신을 잠식해나가며 스스로 신이길 자처한다. 나아가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고 권세를 공고히 하기 위해 신을 살해하기에 이른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힌 이유와 같다.

작품 속 주교 외 사제들은 '이제야 조금씩 속세로부터 인정 받고 있는데 갑자기 엑소시즘이니 퇴마니 떠들어대면 우리는 또다시 세상으로부터 고립당하게 될 것'이라 말한다. 그리고 자신들의 본 모습이 한물간 사제에 의해 까발려질까 전정긍긍한다. 결국 권세와 지위를 유지하고자 했던 종단 내 권력자들은 김윤석의 입을 틀어막으며 있지도 않은 죄를 뒤집어씌워 매장시킨다. 김윤석이야말로 악을 축출하기 위해 이 세상에 재림한 신일수도 있는데 말이다. 영화 말미에 악령을 쫓아낸 김윤석은 경찰에 연행된다. 이후 그의 행방은 묘사되지 않지만 내 생각엔 그대로 깜빵에 가지 않을까 싶다. 구급차 안에서 여고생이 살아났지만 그건 순전히 '의학적 기적'이나 '엄청난 행운'일 뿐 결코 엑소시즘 덕이 아니닐테니. 속세인들의 시각엔 어쨌거나 저쨌거나 애를 위험에 빠뜨리고 죽음에 이르게 만든 건 김윤석이다. 현대사회에 퇴마행위를 믿는 사람은 없을 뿐더러 다 죽어가던 애가 엑소시즘 덕에 살아났다는 얘기는 판타지 소설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라 생각할 거다.
 결국 김윤석은 1. 권위를 유지하고자 했던 사제들과 2. 필요할 땐 쪼르르 달려가서 마음의 안식을 구하지만 조금만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가면 가차 없이 등을 돌리는 속인들에 의해 사회에서 내쳐졌다. 그렇게 신(일지도 모르는 사람)은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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