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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훈 칼럼] '자칭 안중근'은 지금 반성하고 있을까

 
 
기사입력 2016.08.25 오전 3:18
최종수정 2016.08.25 오후 2:23
미국만 손해 봤다고 美서 난리인 한·미 FTA

한국 팔아먹는다던 그 수많은 주장들

한마디 반성 없이 또 '아니면 말고'…

양상훈 논설주간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연일 한·미FTA를 공격하는 것을 보면서 2008년 12월 18일 한국 국회가 떠올랐다. 한·미 FTA 협정 비준안이 상임위에 상정되는 날이었다. 야당 의원들과 보좌관들이 전기톱, 해머, 노루발못뽑기를 휘두르며 비준안 상정을 막으려 했다. 야당의 주장은 한마디로 한·미 FTA가 미국만 이롭게 하는 '매국 협정'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미국의 공화당 대통령 후보는 "한·미 FTA로 미국만 손해 봤다"고 한다. 한·미 FTA로 미국의 대한(對韓) 수출은 그대로인데 한국의 대미(對美) 수출은 150억달러가 늘었다고 했다. 그래서 미국의 적자가 한·미 FTA 이전의 두 배가 됐다고 했다. 공화당만이 아니다. 미국 하원의 민주당 의원들도 "한·미 FTA로 한국산 제품은 밀려들고 미국민 일자리는 빠져나가고 있다"고 집단 항의했다. 그래서 트럼프는 한·미FTA를 "재앙"이라고 부른다.

물론 한·미 FTA는 미국에도 재앙이 아니다. 결국엔 두 나라 모두에 이익이 될 것이고 아직은 그 길로 가는 과정에 있다고 본다. 하지만 한·미FTA가 미국에 나라를 팔아먹는 매국이 아니라 그 정반대였다는 사실만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게 됐다. 그렇다면 그토록 극렬하게 반대하던 한국 사람 중 누군가는 나와서 "그때는 내가 좀 지나쳤다"는 한마디는 해야 한다. 단 한 사람도 없다.

한·미 FTA 같은 큰일에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면 지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한·미 FTA를 추진하는 사람들을 '매국노'라고 매도하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다. 한·미 FTA를 반대한다면서 국회에 최루탄을 던져 난장판을 만든 야당 의원은 자기가 "안중근의 심정이었다"고 했다. 자칭 안중근은 이제 반성하고 있을까. '천만의 말씀'일 것이다.

인터넷에 있는 과거 한·미 FTA 관련 글을 보니 부정적 내용이 압도적이다. 대부분 좌파 성향의 전문가나 매체들 작품이다. '미국의 수출을 위한 것' '우리 정부 정책을 미국이 무력화할 것' '미국식 의료체제를 한국에 이식하려는 것' '미국이 우리를 다 벗겨 먹고 또 벗겨 먹으려는 것' '우리 서민 노동자를 다 죽일 것'이라는 등 너무 많아 열거하기도 힘들다. 그 주장들이 우스워졌는데도 이들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가능성은 없다.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한국 이익을 잘 지켜 미국 측 FTA 협상팀의 혀를 내두르게 한 사람이다. 최근 한 시민단체는 그런 그를 '검은 머리 미국 공무원'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에게 자성(自省)이란 있을 수 없다.

지금 미국 쇠고기를 겁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불과 8년 전 미국 쇠고기 먹으면 '뇌송송 구멍탁'이라면서 여중생들까지 몰려나와 울고불고했다. 그런 소동을 만든 사람들 중 "내가 좀 심했다"고 털어놓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괴담 최초 발원지인 방송사 PD들은 법원이 보도 내용을 허위(虛僞)라고 판결했는데도 '(허위이지만) 고의가 없어 무죄'라고 하자 마치 이겼다는 듯 환영했다.

요즘 어느 전직 장관이 "미국의 인간 광우병 환자 25만~65만명이 치매 환자로 은폐돼 사망했다"고 주장한다면 미친 사람 취급을 받을 것이다. 그런데 8년 전에 우리 사회에 실제 그런 사람이 있었고 많은 매체와 전문가들이 그를 옹호했다. 그들 중 아무도 "지금 생각하니 그때 내가 좀 지나쳤다"고 인정하는 사람이 없다.

천안함 괴담 때 한 영문학자 출신 진보 지식인이 국제조사단 조사 결과를 뒤집겠다면서 물리 화학 공부를 시작했다는 황당한 얘기도 들었다. 세계 재료공학계가 인정하는 학자의 전문적 발표를 운동권 출신 야당 정치인이 "소설"이라고 비난하는 것도 보았다. 그들 중 단 한 명이라도 "그때 내가 좀 심했다"고 고개를 숙인 사람이 없다.

이들은 애초에 '사실(事實·fact)'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우리 편 아닌 너희가 하는 것'이니까 반대하는 것이다. 사실에 관심이 없으니 나중에 사실이 다르게 밝혀져도 개의치 않는다. '아직도 확실하지 않다'고 우길 거리를 만들어내는 재주는 보통이 아니다.

직접 괌에 가서 사드 레이더 전자파 측정을 해보니 인체 허용치의 0.007%였다. 유해 여부를 따진다는 자체가 우스운 수치다. 우리나라 전역에 있는 레이더 수천 개가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온갖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던 사람들 중 "내가 잘못 알았다"고 한 사람은 물론 없다. 애초에 산 위에서 하늘로 쏘는 전자파가 수백m 아래 땅에 영향을 미칠 까닭이 없다. 어떤 매체들은 전자파 측정치를 눈으로 보고서도 '(얼마가) 나왔다'가 아니라 '주장했다'는 표현을 썼다. 실증 측정치에다 '주장'이라는 말을 붙인 이유는 그 숫자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주민 반대 시위를 전하면서도 전자파 때문에 반대한다는 사실과 그 반대 이유가 근거 있는지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는다. 앞으로 사드가 배치되고 아무 문제 없이 몇 년이 흘러가면 전자파 괴담도 한·미 FTA나 광우병, 천안함처럼 될 것이다. 그때도 또 '아니면 말고'일 것이다.

[양상훈 논설주간 shya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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