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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훈 칼럼] 운동권 인사들 이제 애국심으로 물러나 달라

기사입력 2015.12.17 오전 3:21
최종수정 2015.12.17 오전 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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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큰 공 세웠으나 선·악 이분법으로 세상 보는 운동권

사명과 수명 다했으니 전문가들에게 길 비켜줘 나라 앞길 틔워 달라



양상훈 논설주간

안철수 의원의 탈당 명분이 뭐든 당에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것은 보기가 나쁘다. 그런데 안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한 뒤 느낀 점을 토로한 내용엔 들을 부분이 있다. 야당의 장래만이 아니라 한국 정치의 미래가 걸려 있는 문제다. 안 의원은 지난 10월부터 새정치연합이 '운동권 문화'에 젖어 있다면서 '낡은 진보' 청산을 요구해왔다. 운동권 출신은 야당 의원의 절반 안팎이지만 가진 힘은 절대적이다. 한마디로 운동권 당이다. 이들이 제일 싫어하는 말이 '운동권 문화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표가 안 의원 말에 그답지 않게 감정적으로 반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 민주화는 민주화 운동을 했던 이들의 공이 크다. 이 그룹의 집권은 순리였다. 김영삼 정부,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가 차례로 나왔다. 그렇게 민주화된 지가 30년이 돼 간다. 이제는 민주화 운동이 아니라 우리나라가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아 성장하고 국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경쟁으로 넘어가야 한다. 국민 관심은 오래전에 이쪽으로 옮겨 왔다. 한데 야당은 운동권 시절에 남아 있다. 민주화된 뒤의 민주화 운동은 주체사상 운동으로 변질되기까지 했다. 지금은 민주화 운동권에서 '민주화'가 빠지고 '운동권'만 남아 있다.

운동권 출신 인사들은 아직도 상대방을 경쟁자가 아니라 독재자, 반(反)민주, 적(敵)이자 악(惡)으로 보는 것 같다. 의료가 서비스산업의 핵심이고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인데 야당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서 의료를 빼자고 한다. 일자리 창출에 효과적인 의료를 빼면 그 법은 껍데기가 된다. 의료 민영화로 가려는 음모라서 안 된다는데 법에 의료 민영화는 있지도 않다. 가정(假定) 위에 또 가정을 해서 음모론을 편다. 다른 나라는 의료산업을 키워 외화를 벌고 일자리를 늘리는데 우수한 의료 인력을 가진 우리는 왜 할 수 없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 물 산업은 세계 시장이 크고 넓다. 600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글로벌 기업들은 앞다퉈 투자하고 있다. 그걸 육성하자는데 수도 민영화 음모라고 한다. 제주도에 해군기지를 만드는건 미군 기지 만들려는 음모라고 한다. 산업 재편을 지원하는 법은 대기업 특혜 음모이고, 테러방지법은 국정원 정치사찰 음모이고, 수사기관 감청은 불법 도청 음모이고, 북한인권법은 흡수통일 음모라고 한다. 이래서는 나라가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운동권에게 상대와의 합리적 토론과 승복은 변절이나 배신으로 여겨지기 십상이다. 안 의원이 '합리적으로 하자' '이분법적 사고를 버리자'고 하니까 문 대표는 바로 '새누리당 사고방식'이라고 했다. '변절자'라는 경고다. 야당 의원들이 당내 다른 사람에 대해 대놓고 '배신자'라고 부르는 것도 보았다. 운동권 출신 아닌 사람이 야당에서 살아남으려면 더 운동권처럼 하거나 입 다물고 있어야 한다.

민주화된 나라에 사는 국민에게 '민주화'는 더 이상 정치적 호소력을 가질 수 없다. 국민이 다 갖고 있는 물건을 자꾸 사라고 하면 한두 번은 몰라도 더 이상은 사지 않는다. 새정치연합이 선거만 하면 지는 것은 여기에 큰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운동권 출신들을 보면 무언가 분이 덜 풀린 사람들 같다. 몇 번이나 정권을 잡고도 그런다. '왜 선(善)인 우리가 소수파이고 악인 저들이 다수파냐'는 심정일 것이다. 그러나 이제 국민은 야당이 선을 내세우면 위선이라고 하고, 야당이 여당을 악이라고 비난하면 '어디가 더 큰 악이냐'고 되묻게 됐다. 민주화된 뒤에도 끝없이 이어지는 운동권 논리가 염증을 불러일으키기 시작했다. 지금 운동권 야당은 숫자가 작은 소수파가 아니라 생각이 작은 소수파가 돼 가고 있다.

야당이 위기라는 건 스스로가 인정하고 있다. 운동권 정당이라는 게 근본 원인이라는 사실을 직시하지 못하면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런 점에서 문 대표가 외부 인재를 영입해 총선에 내세우겠다고 한 것은 기대를 갖게 한다. 그런데 그 인재들은 잠시 장식용으로 쓰였다가 곧 운동권 출신들에 눌려 존재가 사라질 것이다.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에서 당시 여당 의원 전부가 모인 연회가 열렸는데 거기서 대통령 이하 모두가 민주화 투쟁가를 합창했다. 민주화된 세상에 청와대에서 투쟁가가 울려 퍼질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그때 그 사람들이 지금 야당에 거의 그대로 있으면서 당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이 본질을 바꿔야 한다. 그러려면 운동권 인사들이 용퇴하는 길밖에 없다. 30년이면 할 만큼 했다. 사명을 다했고 수명이 다했다. 이제 전문가들에게 길을 비켜줘 나라 앞길을 틔워줬으면 한다. 이 한국 정치의 혁명이 일어난다면 야당 지지는 차원이 다르게 올라갈 것이다. 비로소 우리 정치도 미국 민주당·공화당식 경쟁으로 나아갈 수 있다.

어려운 일이다. 야당을 둘러싸고 있는 민노총, 민변, 전교조 세력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실제 야당 안에서 486그룹 용퇴를 건의했던 사람은 공개 반성문을 써야 했다. 그러나 운동권 용퇴 혁명이 일어나지 않으면 야당엔 장래가 없고 우리나라엔 미래가 없다.

[양상훈 논설주간 shya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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