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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Strok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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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론 사교(邪敎) 집단은 최후의 날이 올 것이라고 예견했던 바로 그날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해서 곧바로 문을 닫지는 않는다. 그럴 듯한 이유를 꾸며내고 더욱 극적인 휴거의 날을 예견하면서 미지의 어느 시점으로 종말을 유예한다. 국내 좌파 경제학자들의 수십년간의 행적 역시 이와 다를 것이 없다. 지난 주말 서울 도심을 어지럽혔던 종말론적 깃발들도 마찬가지다. 50여년 경제개발 과정을 오로지 외자 종속의 길로 규정하고 투쟁해왔던 주체파 경제학자들은 한·미 FTA 협상을 앞두고도 일제히 반대 성명을 발표했었다. 서울대의 변형윤 명예교수를 비롯한 100명이 넘는 경제학자들은 어김없이 이 긴 명단에 또 이름을 올렸고…. 

단 한번도 종말의 그날을 제대로 맞히지 못했던 그들이다. 그러나 빗나간 예언들에 대해 과오를 시인하는 발언은 들어 본 적이 없다. 후안(厚顔)으로 따지자면 미몽을 헤매는 사이비 교주와 다를 바가 없다. 인생은 문제의 연속이며 현실에 허다한 약점이 있다고 해서 인생과 현실 전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문제와 약점'이 아닌 '인생과 현실' 자체를 부정해왔던 그들이다. 아시아 최빈국에서 국민소득 2만달러에 육박하도록 오로지 그 반대의 방법론만을 줄기차게 고집해왔다면 경제학과 종말 신학(神學)의 거리는 얼마나 될까. 

"서울대 상과대에서 변형윤 교수나 조순 교수 등의 가르침과 지도 아래 고속도로 건설 반대,창원 중화학 공단 반대 운동을 많이 했다. 자동차 공장도 안 된다고 했다. 기술 종속,시장 종속,결국은 종속 국가로 떨어진다는 설명을 들으면 명쾌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하면 그때 포철을 안 만들고 중화학 공단을 안 만들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이렇게 말한 사람은 한때의 운동권,김문수 경기 지사다. 물론 경부고속도로를 부자들의 유람로라고 주장하고 포철 설립을 놓고 외자 종속을 걱정할 수는 있을 것이다. (아마 그들이 하자는 대로 했다면 필시 그리 되었을 것이고…. )그러나 한두 번도 아니고 줄곧 반대로만 일관했다면 지금쯤은 반성문 한 장쯤은 내야 하는 것이 학자의 양심이다. 경제학의 용어를 빌려쓰는 그들의 저주와 주술(呪術)은 이렇게 구성되어 있다. 

"공장 자동화에 반대한다. 과잉인구를 갖고 있는 저개발국에는 심각한 고용문제를 야기시킬 가능성이 크다. 자동화는 장기적으로 잘못된 방향이다."

"수출 증대보다는 수입 억제가 옳다."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에 대한 단기적인 연구를 통해 이들의 경제개발이 성공적이라고 하는 것은 성급한 일반화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제 분업은 결코 저개발국에 유리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할 수 없다. 교역 결과 저개발국으로부터 선진국으로 막대한 이윤이 유출되고 있다."

"성장 정책의 논리를 자립적 발전으로 수정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자립도가 제고될 때 한국 경제의 주체적 확립은 진행될 것이다. 대외 의존을 탈피하고 대내적으로는 평등정책이 추구되어야 한다."

"농업은 고용 흡수 효과가 크기 때문에 육성해야 한다. 인구 유출을 막고 도시인구의 역류도 가능하게 해야 한다."

위의 언명들은 소위 분배론자의 좌장격인 변형윤 교수의 '냉철한 머리 따뜻한 마음''분배의 경제학' 등 몇 권의 저서에서 눈에 들어오는 대로 한두 문장 따온 것이다. 반박할 필요조차 없는 흰소리라는 것은 현실이 증명하는 그대로다. 이렇게 경제학과 도덕철학을 구분하지 못하는 자들이 학계의 일각을 버젓이 차지해 왔다. 자동화 반대는 19세기 기계파괴 운동을 방불하고,아시아 네 마리 용을 비판하는 것은 아예 세기적 변화에 눈을 감자는 것이며,한국은 차치하더라도 13억 인구가 빈곤에서 탈출하고 있는 오늘의 중국을 보고도 국제분업을 반대할 것인지 궁금하다. 농업 인구를 늘리자는 식의 주장에 이르면 차라리 쓴웃음이 절로 나온다. 

얼치기 좌파 50년의 뿌리는 의외로 넓고 또 깊다.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것은 언제나 지상에 천국을 만들자는 종교적 신념이 과도한 탓이다. 신학과 경제학을 더이상 야바위하지 않기를….

무려 10년 전 정규재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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