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서기 2006년인가 2007년인가, 어쩌면 2008년일지도 모르겠다. 중간고사 끝낸 나는 어거지로 책상머리에 붙어있었더랬다. 그땐 그랬다. 왜 해야되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하긴 했던 공부였다. 근데 시험 끝난 고딩 눈에 책이 들어올리가 있나. 마음은 붕 뜨고 머리는 멍하기만 하지. 좋아하는 라디오 프로를 듣는데도 배철수 아재의 목소리가 한쪽 이어폰으로 나와서 다른 쪽 이어폰으로 흘러나갔다. 근데 한 순간 머리가 띵 하며 온 몸에 힘이 쭉 빠지고, 의자에 늘어져갔다.
도입부 둥두둥두두둥 퍼커션 사운드에서는 '이거 꽤나 괜찮은 곡이다'에서 그쳤는데 기타 리프가 튀어나오면서는 '어 시발 뭐 이런노래가 다 있지?' 황당하기까지 하더라. 생전 처음 경험해보는 사운드 앞에서 난 내가 뭘 듣고 있는지, 어디 있는지 잊었고 주위 모든 게 아득해졌다. 누군가 포토샵으로 나와 내 주변에 블러 효과를 계속 문대면 이런 기분이었을 듯하다.
정신차리고 다시 들어보면 그다지 특별할 건 없는 곡이다. 보컬은 앵앵대는 주제에 길이는 턱도 없이 길다. 다만 조니 그린우드가 뽑아내는 기타 사운드 하나만큼은 들을 때마다 전율 그 자체다. 라이브 영상에서는 그의 몸짓 하나 하나가 그러하니 꼭 한번씩들 찾아보시길.
"뤠이디오 헤드입니다. 데얼, 데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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