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teDwarf

블로그 이미지
안녕
by TheStrokes
  • Total hit
  • Today hit
  • Yesterday hit


2008년 겨울, 대학 수시합격 후 띵가띵가 운전면허학원에 다니던 때였다. 딱히 할 일도 안 남아 무료하던 그 시절이었으니. 불현듯 휴대폰이 진동한다. 받은 문자에는 홍대 모처에서 넬이 게릴라 공연을 한다는 얘기가 적혀있다. 그들을 그렇게도 좋아하던 나였지만 학생신분, 지방 거주민이라는 제약 탓에 실물을 영접해본 적이 없었다. 고민할 것 없었다. 휴대폰을 닫자마자 버스 터미널로 달려가 세 시간의 서울 길에 올랐다. 돌이켜보면 초행길에다가 시간도 늦어 공연장에도 못 들어갈 게 당연했다. 실제로도 그랬고. 그들 근처에 있다는 기분이라도 느끼고 싶어 하릴 없이 공연장 앞에만 쪼그려 앉아있었던 기억이 난다. 생전 처음 와보는 홍대가 신기했고, 젊은 날의 우상들이 지근거리에 있다는 사실 자체로 행복했다. 다행히도 공연 종료 몇 분 전에 바깥에서 대기하는 인원을 들여보내줬고-그때의 설렘과 벅참, 흥분이 아직도 잊혀지질 않는다. 비록 얼굴도 제대로 안 보이는 스피커 뒤쪽 자리에 쳐박혔지만 내 눈 앞엔 살면서 그려본 그 어떤 넬보다 선명한 네 명이 있었다. 넬을 좋아한지 올해로 13년째고 그동안 콘서트, 락페에서도 몇 번 봤지만 뇌리에 가장 깊이 박힌 넬은 저날 홍대에서의 넬이다.

최근 인터뷰를 보니 이 양반들이 행복에 대한 고민을 참 많이 하는 듯하다. 어떤 팬이 함께 나이 먹어줘서 고맙다고 했단다. 사실 난 함께 나이 먹어줘서 고마운 건 모르겠고, 항상 음악해줘서 고마울 따름이다. 내 인생을 물들이고 고비마다, 굴곡마다 구렁텅이로 밀어넣어 그 바닥을 치고 올라올 수 있게 해줘서 감사하다. 뭐 인생은 기니 앞으로도 수없이 그러겠지만. 그대들이나 나나 행복하길. 지금 이 순간이 영원히 계속되길 바랄 정도로 매 순간 순간 행복합시다. 난 그대들과 그대들의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이 영원히 계속되길 바랄 정도로 사랑할게요.

'' 카테고리의 다른 글

Snail Mail - Pristine  (0) 2018.12.20
Franz Liszt - Hungarian Rhapsody No.2  (0) 2018.12.02
EXO - Boomerang  (0) 2018.08.29
레드벨벳 - 바다가 들려  (0) 2018.07.26
Nell - Dream Catcher  (0) 2016.08.19
AND

ARTICLE CATEGORY

WhiteDwarf (770)
(130)
(75)
(420)
그림 (4)
2010년 여름 (11)
자료저장소 (77)
기타 미완성 (0)
조혈모세포(골수)기증 (12)
로씨야 여행 (14)
A (0)

RECENT ARTICLE

RECENT TRACKBACK

CALENDAR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