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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시쯤 한가롭게 애들이랑 치킨 시켜서 열심히 뜯고있는데 내무반에 전화가 온다. 출동이다. 시발시발 거리면서 주섬주섬 기동복을 주워입고 나갔다. 치매걸린 할아버지께서 집을 나가셨단다. 어쩌겄어 찾아드려야지. 한 두시간동안 골목골목 뒤졌는데 결국 못찾음. 슬슬 경찰서 복귀해야지 하는데 웬 여대생이 술먹고 토하고 버스정류장에서 자고있다. 아.... 집에 가라고 막 깨우는데 안일어난다. 겨우 일으켰는데 정신을 못차린다. 으어어.. 해서는 멀뚱멀뚱 쳐다만 보고. 에라이. 걍 집에 데려다주려고 차에 태웠다. 한 10분 달렸나? 차가 계속 울렁거리니까 이 여자 속도 울렁거렸나보다. 날 보고는 '저기.. 오빠... 스톱.....'하는 말과 동시에 내 신발에 우웨억 토를 했다. 참 시원하게도 게워내셨다ㅎㅎ 뒤에서 보고있던 후임들은 웃기긴 한데 웃었다간 한대 맞을거같고 어쩔줄 몰라서 휴지만 내밀고. 시발. 어찌저찌해서 겨우 집근처에 내려줬다. 근데 그 와중에 쪽팔린건 아는지 이여자가 막 비틀비틀거리면서 골목길로 들어간다. 그래도 걱정이 돼서 대문 들어가는거까지 보려고 따라갔다. 잘 따라가고있는데 갑자기 저 앞에서 어떤 아줌마, 아저씨가 싸우고있다. 그러다가 아줌마가 날 보더니 '여기 경찰 지나가네!!, 경찰아저씨 여기좀 봐보세요!!'이러신다. 아 또 뭐지?하고 후임한테 여대생 따라가라고 시킨뒤 난 그 아줌마한테 갔다. 딱 보니 아저씨가 술이 엄청 취해서는 술집 주인인 아줌마한테 술값 못주겠다고 꼬장을 부리는거다(하여튼 이놈이든 저년이든 술이 문제). 아저씨는 막 아줌마를 때릴듯이 쳐다보고 난 둘이 떼어놓는다고 힘쓰고. 난 아저씨 팔 붙잡고 저리 떨어져서 얘기하시라고 했다. 근데 아저씨가 '이거 놔라잉' 이런다. 난 '일단 저쪽으로 가시면 놓을게요' 했다. 그랬더니 이번엔 날 죽일듯이 쳐다보면서 '놔, 놓으라고 했다'이런다. 나도 살짝 화나서 '아 저리로 가라고요'이러고. 좀만 더 붙잡고 있으면 아저씨가 한대 칠거같았다. 그래도 꽉 붙잡고 안놔줌. 평소에 운동해두길 잘했다고 생각이 들었다ㅋㅋ 아줌마한테 지구대에 신고하라고 한뒤 한 5분쯤 지났나. 지구대 반장님들 도착하셔서 사건 인수인계하고 경찰서로 복귀했다. 이번엔 아까 그 여대생이 토해놓은거 치워야해서 후임들한테 차 청소 시키고 난 담배를 하나 피고 있었다. 근데 이새끼들이 하라는 청소는 안하고 지들끼리 물놀이를 하는거다. 호스로 물 뿌리고 바가지 던지고 아주 신났다. 근데 되게 재밌어보였다. 얘들아 나도 껴줰ㅋㅋㅋ 결국 나도 쫄딱 젖고 내무반에 올라옴. 아 진짜 재밌었다. 그 와중에 집나가신 할아버지 찾았다는 무전이 왔고, 여대생은 집에 잘 들어갔다고 한다. 결국 해피엔딩ㅋ
오늘의 교훈:술은 곱게 먹어야 제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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